푸르메에서 치료받던 아이, 이제 푸르메를 꿈꾸다.
푸르메에서 치료받던 아이, 이제 푸르메를 꿈꾸다.
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 이혜진(가명) 기부자 인터뷰
지난 2024년 12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하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 정성껏 모은 100만 원의 기부금을 품에 안고 나타난 이가 있습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 2년간 재활치료를 받았던 이혜진(20) 양입니다.
스물 남짓한 어린 대학생이 어떻게 1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할 결심을 했을까요? 편안한 후드티 차림에 앳된 얼굴, 해사한 미소 너머엔 말로 다 하기 어려운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AI로 그린 이혜진 기부자의 모습
기억을 잃었지만, 꿈을 얻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서울대학교병원 병상이었어요. 사고 당시의 기억이 없어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죠. 한 달 동안이나 혼수상태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7년, 혜진 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쓰러졌습니다. 뇌염으로 인해 해마가 손상됐고 그는 기억 일부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2020년 11월, 불의의 낙상 사고로 또 다시 큰 뇌손상을 입어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뇌 수술은 무사히 마쳤으나 혜진 양의 몸엔 오른쪽 편마비와 언어장애, 인지장애가 남았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1년 넘게 입원과 통원치료를 병행하느라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2021년 협진을 통해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을 만났습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 치료받으며 혜진 양은 서서히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기억력 치료프로그램 레하컴과 정보처리 프로그램 아이엠 등의 인지치료를 받으며 단기 기억력이 크게 개선됐고, 작업치료를 받으며 말하기와 손 운동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은 단순히 치료만 해주신 게 아니라 제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함께 들려주셨어요. 덕분에 조금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이 시간은 혜진 양의 꿈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환아 한 명 한 명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돌보는 치료사들의 모습을 보며 ‘소아작업치료사’라는 꿈을 가진 것입니다.
재활을 마치자마자 혜진 양은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목표는 작업치료학과 진학이었죠. 하지만 대학 입시 준비는 쉽지 않았습니다. 약해진 기억력, 금세 지쳐버리는 체력, 오랜 병치레로 무뎌진 학습 감각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도 그는 매일아침 일찍 책상에 앉아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세명대학교 작업치료학과 합격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제가 받은 따뜻함을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대학 합격의 기쁨을 나누던 어느 날, 혜진 양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의 작업치료사 독서모임에 초대받았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한 독서모임에서 그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바로 독서모임을 위해 모은 회비 전액을 자신들이 몸담은 병원에 기부하는 치료사들의 모습이었지요. 이는 혜진 양이 첫 기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선생님들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사비를 모아 기부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도 제가 받은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혜진 양은 1년간 용돈을 최대한 아껴 쓰며 돈을 모았습니다. 2024년 12월, 드디어 목표금액 100만 원을 채워 첫 기부에 성공했습니다.
혜진 양이 게스트로 참여한 푸르메어린이병원 RTL 작업치료사 독서모임. 2024년 2월, 모임비 100만 원을 기부했다.
(AI로 그린 기부전달식 모습)
아껴 모은 100만 원을 품에 안고 병원을 찾았을 때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을 맞아주던 치료사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는 혜진 양. 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면 앞으로도 매년 의미 있는 날을 정해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치료받던 아이에서, 푸르메를 꿈꾸는 청년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혜진 양은 종종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을 찾습니다. 학과 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기관 탐방을 요청해 학우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김영호 실장님과 장문수 선생님, 김다은 선생님, 한지윤 선생님….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분이 많아요. 저도 나중에 선생님들을 닮은 작업치료사가 되고 싶어요.”
아직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몰려오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혜진 양은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제 최종 목표는 푸르메의 일원이 되는 거예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치료받던 아이에서, 이제는 푸르메를 꿈꾸는 청년이 된 혜진 양. 언젠가 푸르메의 일원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올 그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간직한 꿈을 끝까지 놓지 않고, 언젠가 자신이 받았던 따스함을 다른 아이에게 전해줄 혜진 양의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글 = 임하리 사원 (마케팅팀)
*AI 그림 제작 = 남태리 대리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