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맞춤형 지원으로 보통의 삶을 실현합니다

사람 중심의 맞춤형 지원으로 보통의 삶을 실현합니다
최미영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신임 관장 인터뷰


 


43년 역사의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서울장복)이 올해 신임관장을 맞으며 새롭게 도약합니다. 관내에서 사람중심서비스국장을 역임하고 지난 1월 취임한 최미영 관장. 그는 그간 해온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에서 서울장복이 갖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국내 최초이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서 이후 생겨난 전국 260여 개 장애인복지관의 지원과 자문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최 관장은 우리의 시도가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기에 우리가 올바르게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을 늘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책임이 막중하지만 동료들을 믿기에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서울장복은 관장 한 명이 이끄는 기관이 아니에요.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용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거든요. 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며 지금의 서울장복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미영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장


서울형 장애인 복지 모델 실천과 사람 중심의 맞춤형 지원에 집중할 것


최 관장은 취임하면서 먼저 서울형 장애인 복지 모델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한국도 아니고 세계도 아니고, 서울일까. 사실 이 비전에는 서울시가 시도한 여러 서비스가 전국화되었듯이 서울시의 선도성과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 담겼습니다. 최 관장은 과거에는 선진국의 기법을 도입해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우리의 복지․재활 서비스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와 있기에 서울형 장애인 복지 모델 실천이 곧 세계화와 마찬가지라고 단언합니다. 장애인종합복지관 모형은 우리나라 고유 모델로 외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아예 서울장복을 모델로 건립한 장애인종합재활센터가 오는 9월 개관할 예정입니다.
저희의 비전에서 한국형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서비스는 서울의 지역적 특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대도시에 적합한 형태이지요. 복지관 등 국내의 많은 기관은 각자 위치한 지역적 특성에 맞는 모델을 창출하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울장복에 많은 기관이 자문과 견학을 요청하는데, 저희가 가진 모든 자료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도 중소도시, 농산어촌 등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합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이임식(오른쪽은 곽재복 전임 관장)


두 번째로 사람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장복은 장애당사자가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람 중심,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를 적용해 왔습니다. 최 관장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이용자에게 복지관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용자가 서비스 하나를 받으러 복지관에 왔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욕구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이용자 한 사람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함께 상담하고 지원하며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삶, 행복한 하루를 살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의 전문성이 서비스 수준 좌우
교육 통한 직원 역량 강화에 최선


최 관장의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 대신 오래된 자수정 반지가 있습니다. 그에게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알려준 고 박경희 박사가 물려준 반지입니다. 최 관장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1993년 처음 복지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한 사람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서비스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제 기대와 달리 대부분 이미 마련된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만 하는 수준이어서 사실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행동수정을 한다는 이유로 빨간 음식을 못 먹는 장애인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빨간 음식을 넣을 정도로 인권 의식이 부족한 시절이기도 했고요. 그때 특수교사였던 박경희 박사님이 같이 일하셨는데, 간식을 안 먹겠다는 여섯 살 아이에게도 몇 번이고 상냥하게 질문하며 언제 간식을 먹고 싶은지, 다른 것을 먹을 것인지 등 선택권을 주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용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장애인을 존중하는 실천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입사 이듬해인 1994년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박경희 박사의 조언을 받아 자폐증자료센터를 구축했고 최 관장이 관련 업무를 전담했습니다. 당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늘어나는데 우리나라에는 이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기에 장애당사자, 부모, 특수교사 등에 정보를 전달할 전문기관이 절실했지요. 그때 미국에서 특수교사로 일했던 박경희 박사가 인디애나주립대학의 인디애나 자폐증자료센터(Indiana Resource Center for Autism)에 자폐인과 그 가족을 위한 핸드북이 있다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최 관장은 이 센터와 협약해 자료를 들여와 보급하고, 대집단 워크숍과 소집단 부모교육을 개최했습니다. 정보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워크숍 현장에 구름 같이 몰렸습니다. 최 관장은 자폐증자료센터의 자료를 보급하면서 도입된 이론을 동료들과 고민하고 부모들과 실천하며 배운 것이 이후 제가 복지 현장에서 해온 일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장복,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2018년입니다. 당시 6대 관장에 취임한 곽재복 관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서울장복의 운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는 먼저 시설관리 담당자들과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의 직원으로서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 태도 등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단순히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법을 아는지, 복지관에 오는 다양한 장애인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사업에도 집중했습니다. 이는 푸르메재단이 서울장복의 위탁운영을 맡으면서 약속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도전적 행동을 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낮활동서비스를 20197월부터 운영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3월에는 중장년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인 푸르메아카데미도 열었습니다. 저는 휴먼서비스의 질은 서비스 담당자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서비스를 제공할 직원의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기 6개월 전부터 TFT를 구성하고 스터디를 진행했어요. 우리가 어떠한 전문성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수준이 달라지기에 직원 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팬데믹 시기,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진행한 온라인 교육


그렇게 한창 의욕적으로 일하며 새로운 서비스들을 정착시키던 20201, 코로나19팬데믹이 시작됐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활동, 대면 업무가 모두 중단됐습니다. 학교마저 문을 닫고 온라인 교육을 하는 상황에 복지관이 예외일 순 없었습니다. 복지관이 휴관하면 많은 이용자가 집에 고립될 것이 뻔한 상황. 최 관장은 전화, 우편, 영상, 온라인교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가정 내에서 할 수 있는 재활치료, 교육법, 활동을 안내했습니다. 팬데믹 대응 서비스 체계를 만들어 복지관에서 해던 서비스를 가정과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지속하였습니다.
온라인 교육을 열었는데, 들어온 이용자들이 모두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나이가 많은 분들이어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염려했어요. 막상 시작하니 그분들은 서로의 얼굴만 보고도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때 알았지요.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비장애인이 누리는 것을 장애당사자도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게 보통의 삶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20009월 코로나19 팬데믹 속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실천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전했습니다. 전국에서 500(기관) 이상이 접속해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는 서울장복의 선도성을 인정받은 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맞춤형 서비스, 사람 중심 생각에서 출발


최 관장은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최초의 PCT(Person-Centered Thinking․사람 중심 생각) 트레이너가 됐습니다. PCT란 이용자를 대할 때 이 사람의 무엇을, 어디를 볼 것인가’, ‘이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체계를 말합니다. 서울장복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 실천을 위해서는 이용자에 대한 사람 중심 생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요. 최 관장은 2년간 미국 멘토 트레이너의 교육과 과제 수행 및 시연 과정을 거쳐 PCT 트레이너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이후 직원 교육과 스터디를 통해 서울장복의 서비스나 프로그램에 PCT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담할 때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이후 계획이 완전히 달라져요. 예를 들면, 이용자 A씨와 직업상담을 했어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니, A씨는 물론 보호자․(학교)교사까지 모두 바리스타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A씨는 손 떨림이 심하고, 레시피를 외우기 어려워요. ‘사람 중심 생각훈련이 안 되었다면, 이때 기능적 제약으로 바리스타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데서 그칩니다. 이와 다르게 사람 중심 생각에서는 대화를 통해 이용자가 실제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내요. ‘바리스타가 왜 좋아요?’, ‘커피를 좋아해요?’, ‘카페라는 공간이 좋은가요?’, ‘따뜻한 환경이 좋아요?’. 이 대화 끝에 알아낸 사실은 A씨가 깨끗한 환경과 유니폼을 선호한다는 거였어요. 이 두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어떤 일이든 좋다고 했지요. A씨에게 놀이공원의 유아차 대여소에서 유니폼을 입고 하는 일을 연결해 주었는데, 굉장히 만족하며 일했습니다.”
사람 중심 생각이 현장 업무에 정착하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복지관을 찾은 많은 이용자와 보호자가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전합니다. 최 관장은 당사자가 삶의 주체이며 당사자와 가족(주변인)이 그 사람의 내용전문가이라는 잊지 말아야 한다우리의 서비스는 당사자와 파트너십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늘 그들에게 묻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관장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푸르메재단, 다른 산하기관과 함께 포용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이는 어느 한 기관이나 재단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재단에서는 장애가족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장애어린이와 가족을 돕고 있어요. 제가 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원이 끝나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지원받는 부분 외에) 이 가정의 다른 부분은 어떤 상황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컨설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서울장복에서 하고 싶어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의 어린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과 서울장복이 협력하는 포용적 성장 모델을 만들면 이것을 전국의 다른 복지관으로 확대할 수 있겠지요.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잘 성장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오선영(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