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나 혼자 산다!’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이세민 부점장 독립 인터뷰


 


이세민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부점장과 어머니 유영남 씨이세민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부점장과 어머니 유영남 씨


푸르메소셜팜에 이어 행복한베이커리&카페(이하 행베)에서도 자립의 첫 포문이 열렸습니다. 발달장애인 직원으로 첫 부점장이 된 이세민 씨(31, 행베 종로점 부점장)가 최근 홀로서기의 시작을 알린 겁니다. 이모가 소유한 빌라의 옥탑방이지만 정식으로 계약해 월세와 공과금도 다달이 내고, 집안일도 스스로 하고 있으니 독립의 요건은 다 갖춘 셈입니다.


물론 그러기까지 어머니 유영남 씨(56)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세민 부점장의 독립이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주위의 작은 도움만 있다면 발달장애인도 혼자 살 수 있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말이 없던 아이



“아주 어릴 때부터 세민이는 말을 거의 안 했어요. 불러도 대답이 없고, 눈도 잘 맞추지 않고요.”


어머니 영남 씨가 보기에도 이 부점장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도 장애가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에 가서 지적장애 3급 진단을 받았습니다. “놀이치료부터 미술, 언어, 그룹치료 등의 재활치료를 많이 받았어요. 친구들이랑 얘기를 안 하니까 걱정이 됐죠. 조금이라도 입을 열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학창시절 내내 ‘말 없는 아이’였던 세민 부점장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렵기만 했습니다.


말 없는 직원 


이세민 부점장 업무 모습이세민 부점장이 음료 정리하는 모습


말이 없던 아이는 졸업 후 복지관 내 장애인 카페나 학교 급식 배식, 사무실 등에서 일하며 ‘말 없는 직원’이 됐습니다. “집에 와서도 일에 대한 얘기는 전혀 안 했어요.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죠.”


이 부점장이 행베에 입사해 푸르메 가족이 된 것은 '2015년 8월 24일'입니다. 입사일자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던 세민 씨는 “커피 만드는 일이 좋아서” 지원했는데 “손님들 보고 주문 받고 음료를 만드는 모든 일이 즐거웠다”고 합니다.


“행베에 다니면서 세민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집에 와서 동료들과 장난친 얘기도 하고, 가끔 흉도 보고, 재밌다는 얘기도 많이 했어요.” 영남 씨는 전에 없던 아들의 변화가 반가웠습니다. 이 부점장 역시 스스로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편하니 마음도 편해져서 말이 많아진 것 같아요.”


첫 도전; 부점장으로 자리잡기


이세민 부점장의 업무 모습이세민 부점장의 업무 모습


4년 전, 행베 장애인 직원 중 첫 부점장이 된 세민 씨. 지금은 “다른 직원들을 잘 도와줘서 부점장이 된 것 같다”고 담담히 그 이유를 추측하지만, 처음 들었던 감정은 기쁨보다 부담이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요.”


이 부점장과 어머니인 영남 씨는 승진 후에도 바뀐 건 별로 없었다고 말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부점장의 무거운 입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볍게 올리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쉽게 변하는 감정을 담지 않았습니다. 변화에 익숙지 않은 마음은 신중한 태도로 나타났죠. 그러면서도 동료와 고객을 대할 때는 조금 더 풍부한 표정으로 조금 더 많이 말하고, 앞서 움직였습니다. 그 안의 ‘말 없는 아이’가 부점장의 위치에서 멋지게 성장한 것입니다.


두 번째 도전; 홀로서기 


이 부점장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품을 떠나 독립을 시작한 겁니다. “나이도 있고, 안정된 직장도 있으니 세민이도 독립을 경험해볼 때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세금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돈 관리는 잘할지, 집안일을 알아서 잘할는지 걱정도 정말 많았어요. 몸은 컸어도 제 눈에는 여전히 아기 같거든요.”



영남 씨는 아들이 여건 좋은 곳에서 편하게 출퇴근할 곳을 찾기 위해 자매들과 함께 근 3년간 수십 개의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혼자 일어나 출퇴근해야 하니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가까운 곳들을 우선 고려했어요. 한정된 예산에서 괜찮은 곳을 찾으려니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이모네 빌라 세입자가 나갔는데 세민이가 보더니 제집같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모랑 같이 부동산 가서 세민이가 월세계약서에 직접 도장을 찍었어요.”


독립 전까지도 고민이 많았던 이 부점장은 지금 생활에 크게 만족하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혼자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혼자라 좋아요. 아무 때나 편하게 누울 수 있고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돼서 편해요.”


영남 씨도 걱정을 내려놨습니다. “가끔 집에 가면 설거지도 깨끗이 해놓고, 집도 잘 정돈돼 있어요. 알아서 잘하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죠. 자기 집이 너무 편한지, 본가에 잘 오지 않아서 좀 섭섭한 건 있어요.(웃음)”


새로운 시작


세민 부점장은 독립을 시작하면서 푸르메재단에 정기기부를 신청했습니다. 도전을 거듭해 만든 기적 같은 성장의 결과를 장애어린이, 또 다른 장애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답니다. “저와 같은 다른 친구들이 일해서 돈도 벌고 독립도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목표는 ‘운전면허 따는 것’. 벌써부터 자신의 차에 앉아 멋지게 핸들을 돌리는 세민 부점장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고민의 시간은 길었지만 결국 이뤄냈던 그의 지난 행보들이, 어떤 목표든 결국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준 까닭입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길을 만들고, 함께 걸어갈 동료를 위해 기꺼이 나누는 이세민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부점장의 따뜻한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그가 걸어간 길이 푸르메재단의 발달장애 직원들에게, 사회의 또 다른 발달장애인에게 용기와 새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지화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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