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꿈 지키는 것, 우리의 책임입니다

하나금융나눔재단 장애어린이 가족 심리치료비 지원사업


 


“상현이는 남들이 소위 말하는 ‘착한 아이’였어요. 불만 한 번 얘기한 적이 없었죠. 그래서 조금 소홀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나 봐요.”


(왼쪽부터) 상현이, 엄마 영애씨, 성현이(왼쪽부터) 상현이, 엄마 영애씨, 성현이


쌍둥이 형제인 상현이와 성현이. 한날한시에 태어났지만 생후 6개월부터 두 아이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성현이는 목을 가누는 것부터 앉고 서고 말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상현이보다 느렸습니다. 엄마는 돌도 지나지 않은 두 아이를 데리고 매일 병원으로 출근했습니다. 성현이가 재활치료를 받을 동안 상현이는 엄마와 함께 대기실을 지켰지요. 두 아이는 다른 어린이집, 다른 초등학교, 다른 중학교를 갔습니다. 성현이가 학교를 마치고 엄마와 함께 재활치료를 다닐 동안 학교를 마친 상현이는 할머니 손을 거쳐 아동복지센터로 향했습니다. 성현이가 사회에서 소외됐다면, 상현이는 집에서 소외됐습니다.


온몸으로 ‘살려달라’ 외치던 아이


“상현이는 늘 칭찬받는 아이였어요. 성현이의 신변처리를 돕고, 밥 먹을 때는 반찬을 올려주고 입도 닦아주면서 살뜰히 챙겼어요. 혹시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라도 당할까 봐 손을 꼭 붙잡고 다녔죠.” 초등학교 때는 경계성 장애가 있는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 눈에 띄어 짝꿍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날 펑펑 울면서 집에 왔어요. 옆자리에 앉은 게 너무 힘들다고요. 상현이에게 장애를 가진 동생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착하기만 했던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간 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을 닫고, 집에 오면 침대 밖을 벗어나지 않았어요. 성현이와는 눈만 마주치면 싸워댔죠.” 2학년이 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두통, 복통은 일상이고 귀, 다리, 발까지 온몸에 통증을 호소했어요. 소아과에서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온갖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이상이 없다는 말뿐이었어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찾아간 정신의학과에서 ‘스트레스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어요. 살려달라고 온몸으로 소리를 친 거죠.”


심리치료를 받는 상현이심리치료를 받는 상현이


자녀의 장애부터 이혼, 경제적 어려움과 허리 디스크로 인한 건강 악화까지, 어려운 상황을 수없이 겪었지만 그때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는 엄마 영애 씨. “그간 내심 상현이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 고마워요. 이제라도, 이렇게라도 표현을 해줘서요.”


침대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아이의 손을 끌고 교회로, 병원으로, 복지관으로 헤매던 끝에 한 센터에서 장애인 가족 바우처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년으로 정해진 바우처 기간이 끝날 무렵 무겁게 닫혀있던 상현이의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막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자비로 치료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얼마간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푸르메재단을 통해 하나금융나눔재단의 심리치료비 지원을 받게 된 거예요. 상현이가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게 된 건 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여린 꿈을 단단히 지켜주세요!


1년 넘게 게임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던 상현이는 지난해 말, 처음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컴퓨터를 공부해서 IT특성화 고등학교를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반가웠던 엄마는 성현이의 재활치료를 줄이고 대출까지 받아 컴퓨터 학원비를 마련했습니다. “최근에 가고 싶어 했던 고등학교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힘들었던 지난 한 해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지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상현이도 저도 나름대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해요.”


상현·성현이의 엄마 김영애 씨상현·성현이의 엄마 김영애 씨


엄마는 상현이가 조금은 이기적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상현이의 마음 한편에는 가장으로서 엄마와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도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로요. 이제는 상현이가 의무감을 좀 내려놓고 자기부터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위한 꿈을 찾아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엄마인 제 꿈입니다.”


상현이는 이제야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습니다.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아이의 꿈이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스러지지 않도록 손을 맞잡아 주세요. 상현이의 여린 꿈이 여물 때까지 단단히 지켜주는 것, 우리의 역할이자 책임입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커뮤니케이션팀)


 


장애어린이의 산타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