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래하다

[열정무대] 성악가 황영택


 


“노래로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휠체어 테니스 선수에서 성악가로 변신한 황영택 씨(49세)의 바람입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에게 운동과 음악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두 가지 꿈 모두 이뤘습니다. 희망을 놓지 않으니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 휠체어 테니스 선수에서 성악가로 변신한 황영택 씨


43세에 이룬 꿈, 성악가



테너 황영택 씨는 두 다리로 중심을 잡고 서서 온몸으로 소리를 내는 성악가들과 달리 휠체어에 앉아 상반신만으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그의 소리는 여느 성악가 보다 풍성합니다. 용기 있는 도전,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덕분입니다.


그는 성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37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습니다. “나이가 들어 공부한다는 게 쉽진 않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단번에 합격했어요.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모습


하지만 꿈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 컸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깊은 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았어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했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앞만 보고 달렸고, 43세에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각종 무대에 서며 ‘휠체어 성악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제2의 인생 열어준 휠체어 테니스


성악가가 되기 전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던 그의 이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20대 후반, 크레인 기사였던 그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건설현장에 기초공사를 위해 설치해 둔 2.5톤 무게의 콘크리트 기둥이 무너지면서 제가 타고 있던 크레인을 덮쳤어요. 평생 휠체어를 타야 된다는 진단을 받았죠. 힘들었어요.”


장애인의 모습으로 마주치게 된 세상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은 그를 점점 움츠러들게 만들었습니다.




▲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시절


 그런 그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휠체어 테니스였던 것. “힘든 시간을 보내다 재활치료를 통해 휠체어 테니스를 접했는데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이후 휠체어에 타이어를 달고 경사로를 달리는 극기 훈련,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휠체어 테니스에 필요한 힘과 기술을 쌓는데 매진했습니다. 그러길 5년,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든든한 지원군 가족



성악가로,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가족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건 아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말합니다. 사고를 당하고 그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 것도 아내입니다.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아내가 아들을 임신 중이었어요. 그 와중에 제 뒷바라지를 하느라 많이 고생했죠. 그런데도 힘든 내색 한 번 한 적 없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늘 곁을 지켜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습니다. “제가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도,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어요.”


아들도 큰 힘이 됐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장애 판정으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빨리 가다듬을 수 있었어요. 잘 자라줬고 항상 저를 응원해줘요. 그리고 자랑스러워 해줘요.”


▲ 늘 곁을 지켜준 아내와 아들


희망 나누며 사는 게 목표


인터뷰 내내 테니스 코트를 떠나 무대에 서게 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휠체어 테니스가 육체적, 정신적 재활에 큰 도움이 됐고, 가족도 힘이 되어 줬지만 장애로 인한 슬픔이 완전히 씻기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는데 교회에서 노래를 하며 상처가 회복됐어요.”


그는 장애인시설, 병원, 교도소, 학교, 기업 등 어디든 달려가 노래합니다. 자신의 노래를 통해 희망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장 힘이 납니다.


“어느 날은 SNS를 통해 한 통의 쪽지를 받았어요. 삶을 포기하려다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제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는 중학생의 감사 인사였어요. 이럴 때 보람을 느끼죠.”




▲ 노래로 희망을 나누고 싶다는 황영택 씨


얼마 전부터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희망’. 예전 자신처럼 긴 어둠 속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노래로, 강연으로 희망을 나누며 살고 싶어요.” 활짝 웃으며 내뱉는 그의 말 한마디에 이미 온 세상에 희망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 같았습니다.


*글= 김금주 간사(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금주 간사(커뮤니케이션팀), 황영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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