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야기로 비벼 낸 집밥

[착한가게를 가다] 블루베리


 


푸르메재단 건물 맞은편 빨간 간판의 아담한 음식점 ‘블루베리’. 동네 주민들이 식사 때가 되면 즐겨 찾는다는 곳. 푸짐한 국수와 밥을 먹고 나면 집에서 먹은 것처럼 든든하고 블루베리의 맛처럼 산뜻합니다.



오늘은 밥, 내일은 국수! 모두 영양만점


월요일 오후 3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한산하겠거니 하고 블루베리를 찾았습니다. 아뿔싸, 다시 와야 하나. 15명 정도 들어갈 만한 아담한 공간에서 따끈한 국물을 호호 불며 국수를 먹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손님이 들어오느라 자동문이 수시로 열립니다. 블루베리 이경주 사장의 손길이 분주해집니다. 쉴 틈도 없이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어서 오라며 식사를 뚝딱 내어줍니다.


블루베리의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등의 국수류와 콩나물비빔밥, 나물비빔밥 등의 밥류로 다양합니다. 계절별로 주력하는 메뉴가 다른데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와 비빔국수가, 초겨울에는 따끈한 오뎅국수가 잘 나간다고 합니다. 기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떡만두국도 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야채와 양념장으로 버무려 먹는 콩나물비빔밥(왼쪽), 따끈한 국물이 일품인 오뎅국수(오른쪽)


신선한 야채는 매일 아침 시장에서 사오고, 국물의 맛을 좌우한다는 소금은 저 멀리 신안에서 공수해온답니다. 국수는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큰 솥에 물을 듬뿍 넣어 삶고 떡과 만두도 직접 빚는다고 합니다.


가게 이름이 왜 블루베리일까? 미국 <타임>지에서 2002년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선정해 주목받은 블루베리. 그 이후로 블루베리가 한창 붐을 이뤘고 마침 이경주 사장의 지인이 김포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농장에 살다시피 할 정도로 블루베리에 흠뻑 빠져 있다가 2009년 지금의 가게를 내게 된 것입니다. 여름에는 지인 농장에서 수확한 블루베리를 콩국수의 고명으로 올리고 블루베리 음료도 선보이며 블루베리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후한 인심이 흐르는 동네 사랑방에서 식사를


블루베리에서의 시간은 바깥 시간보다 조금은 더디게 흘러가는 듯 느껴집니다. 맛 한번 보라며 굴김치를 얹어주고 후식으로 귤까지 건네주는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리에 마냥 앉아 있고 싶어집니다.


근처 슈퍼마켓 주인에 카페 종업원,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 등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 단골입니다. 인기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옆 테이블에서 잔치국수를 비워낸 손님이 대신 대답해 줍니다.“맛이죠 맛.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해요. 매일 못 와서 아쉬울 따름이에요. 자극적이지 않고 입맛에 딱 맞아서 집밥처럼 늘 먹었으면 좋겠어요.”


가끔 헛걸음을 칠 때도 있습니다. 음식 재료가 다 떨어졌을 때. 사장님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한 단골 손님이 한 가지 팁을 알려줍니다. 전화로 미리 주문하면 된다는 사실. 그러면 잔치국수에 콩나물비빔밥 그리고 충무김밥까지 무사히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주문을 받자마자 주방에서 국수를 삶고 있는 이경주 사장의 모습
▲ 주문을 받자마자 주방에서 국수를 삶고 있는 이경주 사장의 모습

“한번 오셨던 손님이 맛있다며 또 찾아주시고 단골이 되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잘 만들어서 잘 팔고 있구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하는 이경주 사장. 매일같이 찾아주는 손님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뭘 먹고 안 먹는지 음식 취향까지도 꿰뚫고 있어 주문할 때 따로 요청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줍니다.


푸르메재단 3년차 기부자… 큰 기부자가 될 때까지 계속!



푸르메재단에 나눔모금함으로 3년째 기부를 하고 있는 블루베리. 기부금이 많지 않다며 연신 “많이 해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합니다.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합니다. “5천 원을 50원짜리로 바꿔놓고 현금을 내는 손님들에 한해서 50원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예요. 하루 100명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라며 눈을 반짝이는 이경주 사장.


푸르메재단과 사이좋게 마주보며 함께하는 동안 한 가지 꿈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센터 건물 앞에 ‘블루베리와 함께하는 푸르메재단’이라고 새겨 넣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그러면 돈도 많이 벌고 기부도 많이 하게 되겠죠?” 이경주 사장은 건강하고 푸짐한 블루베리표 집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2호점을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 손님이 동네 사랑방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동네 얘기를 하며 언제든지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으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손님들의 테이블마다 부족한 반찬을 채워주는 이경주 사장의 블루베리는 한겨울에도 여전히 싱싱합니다. 오늘 한 끼는 블루베리에서 먹어야겠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블루베리 가는 길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94

영업시간 : 오전 11:00 ~ 오후 7:00 (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 02-541-0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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