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정직함으로 끓인 곰탕 한 그릇

[착한가게를 가다] 하동관


 


선선한 바람이 부니 따끈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고기와 내장으로 푹 곤 곰탕 한 그릇. 하동관의 곰탕을 맛보기 전까지는 곰탕이 다 같은 줄 알았습니다. 가마솥으로 끓인 말간 국물에 달걀을 깨트려 먹을 줄이야. 무려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하동관 곰탕. 여의도 직영1호점 장승연 대표를 만나 오랫동안 내려온 맛의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하동관


3대에 걸쳐 이어져 온 곰탕 전문점


하동관은 1939년에 삼각동에 문을 열어 곰탕 전문점의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재개발 때문에 2007년 명동으로 옮긴 뒤로 줄곧 한 자리에서 운영을 했습니다. 창업주에 이어 장승연 대표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례로 대를 이어 온 명동 본점은 허영만 만화 ‘식객’에도 나올 만큼 유명세를 탔습니다. 뭐가 특별하길래 이렇게까지 유명할까 궁금증에 물었지만 이외로 담담하게 말합니다. “유명해졌지만 사실 별 게 없어요. 곰탕 하나에 국밥 하나 깍두기 하나로 심플하죠.”


무엇보다 “아닌 건 과감히 쳐내고 맞는 건 밀고 나가며 5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어머니의 뚝심”이 바탕에 있었다고 합니다. 오직 한우만 쓰겠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느라 하루에 들어가는 엄청난 고기값도 감수한다며 장승연 대표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디 가서 우리 집 곰탕이 맛있다고 하신 적이 없어요. 내가 만들었으니 잘했고 맛있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하는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죠.”


하동관 곰탕


곰탕 한 그릇에는 여러 사람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탕에 밥, 깍두기로 이뤄진 한 끼의 식사가 단순해 보여도 결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신뢰로 쌓아온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뚝심을 믿고 찾는 손님들이 증명한 맛


▲ 장승연 하동관 대표
▲ 장승연 하동관 대표

어머니의 올곧은 장인정신을 보고 자란 장승연 대표. 명동 본점에서 무려 7년 동안 화장실 청소부터 가마솥 정리, 고기 썰기 등 기본기를 탄탄히 익혔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독립의 꿈을 키웠습니다. 가게를 물려받으려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재료를 일일이 손질하고 깍두기도 직접 담그는 곳이 많지 않아요.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하는 손님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 가게를 어머니 살아계실 때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분점을 내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던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여의도점을 내야하는 이유를 종이 한 가득 빽빽이 채워 툭 치면 설명할 수 있도록 달달 외웠습니다. 5개월쯤 지났을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작년 11월에 여의도 직영1호점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여겼던 어머니도 이제는 딸의 운영 수완을 믿고 전적으로 맡긴다고 합니다. 명동 본점과는 달리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직원들이 유니폼에 위생마스크를 착용한 점이 특징입니다. 뚝심은 지켜나가되 그동안 부수적으로 생각해왔던 부분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대표의 의지가 읽힙니다.


맛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명동 본점에는 3대, 4대에 걸쳐 찾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여의도점을 냈을 때 단골손님들이 맛 변하면 혼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뚝심을 알고 신뢰 하나로 곰탕을 먹으러 온 손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40년 단골 고객이 “네 손이 보배다.”라면서 어머니한테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북이 고향인 할머니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맛을 봤다.”라고 말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는 장승연 대표. 맛을 잘 아는 손님들에게서 인정받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운영 시작과 동시에 매월 기부… 나눔이 가져올 변화를 믿기에


 


▲ 인터뷰 당일, 푸르메재단 나눔모금함을 놓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장승연 대표는 단번에 기부증서 액자 옆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 인터뷰 당일, 푸르메재단 나눔모금함을 놓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장승연 대표는 단번에 기부증서 액자 옆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하동관은 푸르메재단에 매출의 1%를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장승연 대표는 가수 션 씨를 통해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사업장을 갖게 되면 기부를 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마음이 아픈데 아프게 태어난 아이의 부모의 모습이 어른거렸습니다. 사실 기부는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 어머니를 통해 익숙했습니다. 뭐가 급해서 가게를 열자마자 후원을 하느냐고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지금 빚이 있더라도 매출의 일부는 늘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말만 앞서지 않기 위해서죠. 그래서 작든 크든 우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동관 이름으로 기부하게 된 것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매출의 1%를 같이 기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혼자 잘나서 하는 게 아니에요. 고기와 고춧가루, 새우젓을 보내주는 가게와 국을 만들고 홀에서 서빙하는 식구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합쳐져서 하동관이 이뤄진 거예요.” 하동관의 운영 철학이 나눔에도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영등포구에서 주최한 주방상 공모전 수상으로 받은 5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장승연 대표는 작은 관심이 변화를 가져온다고 강조합니다. “적은 돈으로도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 한 명을 살릴 수 있어요. 하루 백 원씩 쌓이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도움을 받고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또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좋겠어요. 혼자서는 못 살아가듯이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처음처럼 기본을 지켜나가는 곳으로


올 12월에는 코엑스에서도 하동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승연 대표의 두 번째 사업장인 셈입니다. 코엑스점은 장소의 특성상 외국인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올곧고 단단하게’ 곰탕을 만들고 싶다는 장승연 대표. “요즘은 정직한 걸 특별하게 여기는 시대잖아요. 사람들이 어머니한테 곰탕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을 물어보면 고기랑 내장 넣고 삶으면 된다고 하세요. 제가 해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요. 80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기본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하동관 여의도 직영1호점 가는 길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24 삼희익스콘벤쳐타워 1층 (주차 가능)

영업시간 : 오전 7:00 ~ 오후 4:30 (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 02-776-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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