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이웃입니다 – 행복한 다섯 손가락








푸르메재단에서는 종로구 장애인과 지역주민을 위해 '종로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는 지난 7일, 종로구 시각장애어린이 가족과 자원봉사자가 함께하는 가족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마을공동체 품애 대표이면서 종로구 지역주민으로 이번 활동의 스탭으로 봉사자로 함께해주신 변민숙 대표가 작성해 주셨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눈이 많이 온 12월 7일.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이었습니다. 12월 7일~8일, 1박 2일 가족캠프가 서울 종로구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열렸습니다. 시각장애어린이 가족과 지역 내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만남의 시간이었죠.


이번 가족캠프는 종로장애인복지관과 마을공동체 품애가 함께 준비하고 기획했습니다.

3년 전 ‘행복한 다섯 손가락’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캠프를 진행한 후 참석한 분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낯설기만 했던 이웃이 아닌 이제는 길을 오가는 동네에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되었으니까요.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서로를 조금은 알 수 있었음을 확신한 듯합니다.


3년 후, 종로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참 좋은 이웃입니다-행복한 다섯 손가락’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족캠프를 가게 되었습니다. 3년 전 함께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참가하신 분들과 새로운 마음과 기대로 참가신청한 분들, 참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자 했으나 주중에 캠프가 진행되어 아쉬움이 있었지만요.


설레는 마음으로 꾸러미 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벼워 보이던지요.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 같습니다. 조용했던 1층 카페는 어느새 정다운 소식을 전하는 소리와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여행을 응원하기 위해 김영종 종로구청장님이 직접 복지관으로 찾아와주셨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길,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어울리는 이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과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구청장님의 인사말 이후 품애와 함께 공동으로 이번 캠프를 주관한 종로장애인복지관 최종길 관장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두 분의 든든한 응원을 받고 80여명의 대 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서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가평 예성연수원 입구까지 진입했습니다. 허나 입구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300미터 정도는 도저히 버스로 이동할 수 없어 모두가 내려 걸어가야만 했죠.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과 봉사자 등은 나름 겨울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즐거워 했습니다.



시각장애어린이들은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순간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집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설레임을 주는 듯합니다.


3년 전 처음 ‘행복한 다섯 손가락’을 통해 인연이 되어 동네에서 마주하며 인사하고, 수다 할 수 있었던 시각장애인가족회 어머니들과 용기 내어 다가가 “나 기억나니? 바스붐 같이 만들었던 공방선생님이야”하며 눈에 익은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자 반갑게 손을 잡아 흔들어주는 시각장애 친구들. 3년이 지난 오늘, 그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지만 여전히 해맑고 밝은 아이들입니다.


지난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야 아이들에게 쉽게 친숙해 질 수 있었지만 처음 캠프에 참여하게 된, 순전히 제 꾀임에 넘어간 이웃 분들과 그 가족들은 처음엔 뭘 해야 할 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기도 하고 조금 난감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활동을 통해 어색하기만 했던 분위기는 따뜻해졌고 여기저기에서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말입니다.



공동체 활동 이후 ‘나, 너, 우리’ 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는 부모대로, 시각장애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비장애 형제/자매들은 그들대로 활동이 진행되었고 5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도 운영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서로 다른 남녀의 심리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되었고, 시각장애어린이는 체험활동 중심으로, 그리고 비장애 형제/자매들은 감춰왔던 자신의 마음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부모교육과 비장애형제/자매를 위한 활동들은 재능기부로 마을공동체 품애 배안용감사와 경복궁아트홀 서정화대표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어린이를 위한 체험활동을 위해서 가족단위 봉사자가 짝을 이루어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해와 공감’. 특히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준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는 많았지만 함축된 몇 마디 ‘감사해요’ , ‘사랑해요’ 로 대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단어에 참으로 많은 의미들이 있었고, 그 의미들이 전달되는 포근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이벤트. 캠프가 진행되는 7일, 8일날 생일을 맞이한 분들을 위한 깜짝 시간이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세심하게 준비해준 생일케익 그리고 선물. 캠프의 명칭처럼 참 좋은 이웃입니다.


실은 3년 전 캠프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아이들을 아주 잘 안다고 자부했던 저 조차도 중복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보며 화장실을 데려가지 않아 아주 친했던 어머니께 죄송한 맘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죠. 아이가 계속 꼬집고, 깨물고, 발로 차고 가만 못 있는 아이를 그저 잘 데리고 있어야 어머니가 자유롭게 부모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저지하기만 했는데, 아이는 두 시간이 넘도록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게 된 건 아이가 바지에 실수를 하고 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손등과 팔에 난 상처와 멍자국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1박 2일동안 아이들을 제대로 안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시각장애 아이들은 누군가의 돌봄에 익숙한 듯 금세 마음을 열어 줍니다. 감사하게도 말입니다. 손도 먼저 잡아주고 이름도 먼저 물어봐주고, 제게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기억하려 합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손을 씻고 왔더니 아이가 말합니다. “아까 났던 냄새가 더 좋아요”라고.. 쌍꺼풀이 짙게 나고 얼굴이 갸름한 혜원이는 막내 딸아이처럼 예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모두 똑같이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푼다는 것은 잘못된 말입니다. 베푸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우린 서로가 약자이고, 결점 많은 존재이기에 누구는 세상을 눈으로 보고 누구는 귀로 듣고 마음으로 보는 차이일 뿐입니다.


‘행복한 다섯 손가락’은 길거나, 혹은 짧거나, 혹은 휘거나, 상처가 있어도 다섯 손가락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열게 된 행사였습니다.


참여했던 이웃들은 행사 이후 동네에서 마주하는 시각장애인 가족들과 인사하는 것에 동네살맛 난다며 감사해합니다. “행복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이처럼 참 좋은 이웃으로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면 더욱더 살맛나겠죠.



이런 살맛나는 세상은 큰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진 않는 듯합니다.

그저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열리지 않을 마음 또한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12월. ‘참 좋은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혼자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함께 힘을 모아 1박 2일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나눈 종로장애인복지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캠프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협력하여 종로지역의 일들에 귀 기울이고 한 걸음 한 걸음 열린 공동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길 부탁해봅니다. 준비하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을공동체 품애 변민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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