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태권소년 홍대길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든 행복일 것이다. 장미근 씨도 그랬다. 하지만 장미근 씨가 이름 대신 ‘대길이 엄마’로 불리기 시작할 무렵, 상황이 좀 달라졌다.


미안해, 엄마가 너무 몰랐어


대길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출산 후 마비증세에 시달렸다.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아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몸상태로는 경제활동은 커녕 대길이를 보살피기도 힘들었다. 대길이는 유난히 말이 없는 조용한 아이였다. 대길이 엄마는 ‘힘든 엄마를 위해서 참고 이해해주는 착한 아이를 갖게돼 행복하다’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은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유치원 교사가 “이상하다, 다른 아이들과 너무 다르다”며 대길이 엄마를 불렀다. 대길이 엄마가 받은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대길이 엄마는 “충격이 너무 커서 당시의 괴로움이 잊혀져 버릴 정도”라고 말했다. 절망할 시간도 없었다. 장애 진단이며 등록이며 치료로 하루 24시간도 모자랐다.


대길이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살아볼 수 있게


이후 일반 유치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가 안타까워 장애-비장애아 통합교육을 하는 유치원으로 옮겼다. 인지치료와 언어치료, 미술치료 등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치료기관에도 데리고 다녔다. 집근처 치료기관은 대기자가 꽉 차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치료를 위해서는 어디든 갔다. 지적장애에 말도 하지 못하는 대길이를 위해서는 하루하루가 짧기만 했다.



▲ 푸르메재활센터 언어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홍대길 군(왼쪽)과 어머니 장미근 씨(오른쪽)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는 일반학교로 보낼지 특수학교로 보낼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엄마는 일반학교를 선택했다. 알고는 있었다. 대길이와 엄마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 똑같이 졸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일생에 한 번, 장애 없는 아이들과 똑같이 살아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10개를 주고도 하나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라 했던가. 대길이 엄마는 “내가 아이의 장애를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좀더 잘 치료해 줄 수 있었을텐데…”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태권소년 대길이의 꿈


엄마의 간절한 바람 때문일까. 대길이는 수줍음이 많고 말은 잘 못하지만 착하고 착실한 아이로 자라줬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우연히 시작한 태권도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 허리에는 검은띠를 맸다. ‘자기를 지킬 수 있을만큼’이라는 엄마의 바람은 물론 대길이는 꿈을 찾았다.


 


대길이가 어느날 “태권도 열심히 해서 경찰이 되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대길이가 살고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학교가 있는 효자동까지 오가면서 유난히 경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은 탓인 것 같다는 엄마의 설명이다. 엄마는 대길이에게 경찰이 되려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치료도 열심히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줍은 대길이지만 ‘경찰’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밝아졌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대길이는 오늘도 열심히다. ‘경찰’이라는 꿈을 향해 태권도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에는 반장이 돼서 오히려 반 아이들을 챙기기도 했다. 지금의 대길이가 있기까지 다른 아이들과 차별 없이 대해준 태권도 관장, 학교 선생님, 반 친구들, 치료사들, 경찰관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큰 몫을 함께 해줬다. 얼마전에는 SPC와 푸르메재단이 함께하는 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푸르메재활센터에서 언어치료도 시작했다.



▲ 푸르메재활센터 로비에서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홍대길 군


엄마는 “진짜 경찰이 되지 못하더라도 사회에서 조그만 자기 몫을 해내고, 지금껏 받은 도움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움 준 사람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잘 자라서 자립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이다. 그날을 위해 대길이와 엄마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 아이를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 재단도 대길이네 마을 일원으로서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엿한 자기 일을 가진 한 사람으로 우뚝설 수 있을 대길이의 내일을 응원한다.


*글/사진=이예경 홍보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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