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앙부일구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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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마중물 ‘앙부일구’역사상 당대에서 후대까지 가장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는 아마도

‘세종대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유는 ‘훈민정음창제’로 대표되는 어마어마한 치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일에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연결 지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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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이 하늘의 경고라고 보고 구식례를 행하려다 중국시간에 맞춘 예보가 늦어 예보관이 장형을 맞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종은 예보관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천문기구와 시계를 새로이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파루를 치는 군사가 졸다가 파루 치는 시간을 놓쳐 벌을 받는 것을 보고 일종의 자명종인 자격루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왕으로 시작되는 귀족과 세력가들이 으뜸이던 시대에 세종은 백성을 위해 모든 일을 생각하고 행하였습니다.안질이 심하여 시각장애의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야사가 전해지기도 하는 세종의 건강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나 봅니다. 특히 탐구와 연구에 대한 욕심이 많은 그에게 있어서, 눈 건강의 악화와 시각의 장애는 정말 참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그였기에 그는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에 대한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목해시계, 곧 앙부일구(仰釜日晷)는 그저 해시계가 아니라 그 안에 12지신 그림을 그려 넣어 한문을 모르던 백성도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한 백성 사랑의 한 표현입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어려움, 이러한 어려움은 신체적 장애는 아니지만 제도와 편견이 가져다 준 마음의 장애였던 것입니다. 이 오목해시계는 임금이 백성과 시간을 공유하여 똑 같이 사용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시계를 지배층만 독점하지 않고 글을 모르는 무지렁이 백성도 알게 한 것입니다. 이미 한글창제 9년 전, 세종은 글자로 소통하기 이전부터 그림으로라도 백성과 소통하려 했고, 그런 세종의 마음이 결국 위대한 훈민정음 창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장애인 재활의 새로운 시작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개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91(신교동 66번지)는 종로구에서 1년 전에 명명한 세종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종로구 세종마을은 세종대왕의 출생근거지역이고, 종로구는 이전 ‘서촌’이라는 이름보다 대의적인 뜻을 나누기 위해 세종마을로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이 주소지는 바로 오는 7월 초에 개관을 하게 될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의 지번입니다.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는 종로구청에서 공영주차장 부지 600여 평을 제공하고, 그 부지 위에 민간 비영리재단인 푸르메재단에서 순수 민간 모금활동을 통하여 건립, 운영기금을 조성하여 세우는 복합 재활시설입니다. 지상 4층 연면적 1,330여평에 어린이재활의원, 장애인전용치과, 재활한의원으로 구성되는 푸르메재활센터와 종로 푸르메장애인복지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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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조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재활의료기관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는 처음에는 문화예술시설을 계획하다가 복지시설의 부족을 인지하고 용도변경을 시도한 지자체의 전격적인 의사결정으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그와 함께 순수한 민간차원의 기금활동으로 83억 원의 건립비용을 모금한 푸르메재단의 노력이 더해졌습니다. 그야 말로 새로운 형태의 민관협력 모델로 만들어진 소중한 공간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새로운 시도의 민관협력으로 더 많은 재활의료기관이 설립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법제의 테두리에서 병원법 상 ‘요양병원’으로 분류되는 ‘재활병원’은 전문재활병원을 찾아 보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은 병의원의 규모를 떠나 실제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찾아 가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요양병원으로 분류되어 의료수익이 보장되는 시니어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재활전문의들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의원 급으로 개원하는 개원의들도 교통사고 전문 상해병원이나 다른 과를 겸업하는 비전문 의원으로 개원하기 일쑤입니다.


어린이재활치료의 어려움은 그 뿐만 아니라, 재활치료는 단순 진료처방이 아닌 물리, 언어, 인지, 감각, 통증, 놀이, 운동 등의 각종치료로 이어지는 ‘팀 협업’형태의 진료로 한 사이클을 구성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의료수가의 현실화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비싼 검사프로그램이나, 고가의 로봇치료, 지속적인 입원보장이 없이는 재활센터의 수지를 맞추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 어린이들 중 6.5%나 차지하는 장애어린이들은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고, 재활적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서 자립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 위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단지 장애어린이 당사자나 장애어린이 자녀를 둔 가정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저출산, 고령화, 산업분화가 시작되는 현재의 사회문제에서 장애인의 재활은 문제해결의 중요한 한 축이 됩니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조기에 제대로 된 재활치료와 자활훈련을 거쳐 성인이 된다면, 이 사회를 지탱해 줄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년층을 부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기 재활의 비용은 제 때에 재활치료 받지 못한 성인장애인에게 들어 가는 사회비용을 1/3로 줄일 수 있는 공적 재원효율화의 방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어린이재활치료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사회혁신의 솔루션이 됩니다.


그래서 재활병원의 설립과 운영은 정부의 복지정책만으로, 어느 독지가의 선행만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설립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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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종로구와 푸르메재단 간의 협약을 시작으로 기적 같은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해 9월 첫 삽을 뜨고 공사를 시작한지 10개월 여 만에 ‘세종마을 푸르메센터’가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입원병상도 없고, 병원급 규모의 의료시설도 없으며, 상근하는 의료진의 숫자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처음 지역주민의 따가운 시선으로 시작된 공사는 모금과정에서도 숫한 어려움을 겪으며, 겨우 건립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작은 시작이 언젠가는 장애어린이들이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는 계기와 초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마치 세종의 ‘앙부일구’ 제작이 결국 ‘훈민정음’의 창제로 이어 지듯이, 크지 않은 이 시설이 결국은 병원급의 전문의료시설로 발전되고, 그런 재활전문병원들이 전국 곳곳에 많은 선한 사람들의 의지로 세워 질 것이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앙부일구에서 훈민정음으로…… ; 재활의원에서 재활병원으로……


세종이 임금이던 시절 백성들은 계급의 편견과 불평등으로 인한 일상의 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세종은 결국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모든 사람이 함께 읽고 쓰는 기쁨을 나누고, 신분과 출신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고 하였을 것입니다. 바로 그 이전에 마중물 처럼 시도된 것이 아마도 ‘앙부일구’라는 오목해시계의 발명일 것입니다.

지금 세상은 온통 서로를 둘로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소수라는 이유로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와 상관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편의와 현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일들이 마뜩하지 않게만 느껴 집니다. 재활병원을 짓는 일이 내가 살고 있는 주택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이 되고, 그들을 위해 제공되는 편의적 공간들이 내가 낸 세금으로 주는 것 같아 아깝기만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살아 온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노인이 될 것이고, 잠재적 장애인으로 살아 갈 것이며, 누군가 새로운 세대가 부양해 주어야만 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확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의 성공적인 운영이 무엇보다 선결될 과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재활의료의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매년 상당한 금액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물론 선의로 참여하는 의료관련 종사자와 관련자들의 헌신, 그리고 국가와 지자체의 일부분의 지원으로 초기 운영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약속한 차별적 의료서비스 – 진료시간차별화, 야간/주말진료, 팀 협업치료, 소득별 치료비지원 –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바로 지금이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정성이 이 건물을 진정한 재활치료와 자활프로그램이

가능한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모두가 세종의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림의 손을 함께 잡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글=박철웅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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