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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장애인 이야기

현 시대 장애를 거리 두고 바라보기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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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장애를 향한 징검다리
난 장애인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현실과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뿐이다. 2012년 현재 장애인들의 생활 모습을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장애인의 이야기에 동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간’이라는 차이가 만들어 놓은 깊은 간격에 징검다리 하나를 놓아주는 책이다.

2005년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로 전통시대 장애인의 생활사를 소개했던 정창권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교수는 장애인 관련 역사 자료를 모아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사료와 함께 읽는 장애인사」(글항아리. 2011)를 펴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고문서, 수필, 음악, 미술, 설화 등 자료를 수집한 뒤 원문, 번역문 그리고 해제까지 붙여 『한국장애인사자료집성』를 만들려고 했고 그 과정이 결실로 이루어진 게 이 책이다.

사진▲ 김준근 작, 조선말기,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

과거의 장애인
역사 속 장애인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저자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는 명칭이 과거 기록에서는 ‘독질자’, ‘폐질자’였고 이후 ‘병신’, ‘불구자’로 변화해왔다. 저자는 과거에 살았던 시각, 청각, 언어, 지체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들이 살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장애인들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자유롭게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였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 시대에는 장애인들이 나라로부터 곡식 등을 지원받는 진휼제도의 대상자였고 부양자 제도, 죄에 대해 형을 낮춘 감형제도 등과 같은 공적인 제도를 통해 지원받았다.

600년 전에는 명통시(明通寺)라는 단체가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여기서 불경을 소리내어 읽는 독경을 연습하거나 기우제, 일식, 월식, 질병 치료 행사에 참여하였다. 나라에서 명통시에 건물을 제공하거나 이를 고쳐주고 노비와 쌀을 내려주는 등 지원을 하였다. 어찌 보면 ‘명통시’는 세계 최초의 장애인 단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과거 한반도에 존재했던 장애인들에 대한 유형별 기록을 설명하고 장애인들의 직업사, 장애인 관직 및 관료들, 장애인 왕족들, 장애인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과거 기록을 보면 시각장애인에 관한 것들이 가장 많다고 하며 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자립 가능하도록 다양한 직업을 제공하고 유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왕들 중 세종과 숙종은 안질(眼疾, 시각장애)로 고생했고 선조는 심질(心疾, 정신장애)을 앓았다는 등 왕족이 장애를 겪은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차별과 장애라는 이중적 고난을 겪었던 여성장애인, 과거 연예계를 장악했던 장애인 스타들,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를 책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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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 눈뜨게 도와주는 친구

책을 저술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정창권 교수는 사료를 통해 역사 속 장애인들의 기록을 전하는 작업을 혼자서 감당하기 상당히 어려웠고 중도에 그만둘 뻔 했었다고 말한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한 지체장애인 중학생이 이 책을 통해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책의 집필을 부탁한 덕분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친근해질 수 있고 때로는 꿈을 이뤄가는 동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자에 갈수록 익숙해지지 않은 우리가 과거 선조들의 모습을 보려면 중간에서 언어 장벽을 뛰어넘게 매개해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공존했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사료를 해석해 이야기해주는 누군가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말 방대하고 다양한 과거 속 장애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 정창권 교수가 행한 결단과 노력에 감사한다. 그리고 많은 책과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이 쉽게 읽고 익숙해질 수 있는 역사 속 장애 이야기가 후속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서로가 가진 차이에 눈을 뜨게 도와주는 친구,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적극 추천한다.
*글=손기철 기획홍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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