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병원의 또다른 이름 「하얀정글」

돈 없으면 병원 못

갑니까?




▲의사의 눈으로 의료 상업주의의 현실을 파헤친 역작 ‘하얀정글’의 포스터.


영화는 서울시 지하철역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의료광고들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송감독은 당뇨환자 ㄱ씨를 만나 ‘대한민국에서 치료를 포기해야만 하는 사정’을 전해 듣습니다. ㄱ씨는 “단 돈 몇 만원이 없어서 몇 년간 병원을 못갔다”고 말합니다. ‘병이 나도 돈이 없어 그냥 아프고 마는’ 실상에 뒤이어 카메라는 ‘인도주의의사협의회’에서 활동 중인현직의사들을 향합니다. 의사들은 하소연합니다. “돈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환자들의 불신을 얻을 수밖에 없으며, 윗선의 지시로 제약회사 리베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영화는 의사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불필요한 과잉치료를 권하는 병원 시스템의 실체와 의료민영화를 위한 물밑작업에 여념이 없는 정부 관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로 국내 의료 시스템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송윤희 감독의 ‘하얀정글’입니다.



현직의사인 감독이 바라본 한국 의료의 아픈 실상


‘하얀정글’과 겹쳐 떠오르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국내에 개봉된 영화 '식코'(‘앓는 사람’이라는 뜻). '볼링 포 콜럼바인 ', '화씨 911' 등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된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의 작품입니다. 의료보험 제도가 부실한 미국의 시민들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거침없는 시선으로 미국 사회의 치명적인 지점을 짚어내 지금까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식코'와는 고발자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송 감독은 산업의학을 전공한 현직 의사입니다. 의료제도의 틀을 설명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예비 환자인 일반 대중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문제의식들을 집중적으로 담아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로 무척 닮아있습니다.


우선 국가가 의료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의문입니다. 국민들이 기본적 권리가 아니라 돈 잘 버는 산업으로 의료를 인식하는 점에 대한 비판입니다. 영화는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여 보험청구가 되지 않는 다양한 진료와 과잉검진을 유도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의료서비스 이용자인 국민들의 건강보다는 그들의 호주머니에 관심이 있는 현실 말입니다. 자연히 돈을 지불 할 수 있는 고객 위주의 서비스 편성이 이루어집니다. 장애어린이 같이 고액의 치료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공공적 의료서비스를 어렵게 하는 구조적 측면입니다. 의사들 자신도 장애인을 충실하게 치료하고 싶다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하지만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장애인 재활치료가 병원운영 측면에서 만성적인 적자구조로 이어지는 만큼 의사 개인이 나서서 풀 수 있는 문제인지 반문하기도 합니다.


 


장애어린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꿈꾸려면


▲ 일과시간 직후 하루 ‘매출’을 문자로 통보받는

대한민국 의사와 병원의 실상.


 푸르메한방센터를 다니며 진료를 받던 어린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우리 친구들은 곧잘 병원에 입원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대기중이던 집중치료를 받기 위해 낮병동을 다니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재활치료의 시작이 장애아동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한 시점보다는 치료기관이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것은 치료비 부담으로 휘청대는 야윈 부모님들의 뒷모습을 볼 때입니다. 앞으로 사정이 나아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품고 있던 차에 ‘하얀정글’은 그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암시합니다.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준비하는 재단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집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존의 병원도 하지 못하는 일, 그 문제점을 받아 안으며 어떻게 대안적인 재활병원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습니다. 푸르메재단 역시 서비스 제공과 그 대가인 수익의 구조에 있어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안은 무엇일까요? 먼저 시민, 기업들의 기부를 이끌어 내어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를 받는 일에 많은 분들이 동참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공적 부조의 지원 시스템에 대한 문제 분석과 개선방안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겠습니다.

감독의 자기 반성적 고백처럼 의료 활동에 간여하는 모든 이들과 국가, 그리고 의료 이용자인 시민 모두가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애어린이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며 시민이며 국민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우리 아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권리임을 우리 사회가 깊이 공감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글=김미애 후원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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