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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서 굴농사꾼 된 시인

[장석 /중앙씨푸드 대표]

매년 한겨울이 되면 장애청소년과 장애어린이부모님을 거제도로 초청해 바다 한가운데 있는 굴장식장과 굴가공공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인 <거제도로 떠나는 희망>을 2006년부터 해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올해도 장애청소년 11명이 이곳으로 졸업여행을 떠났다. 바로 그 주인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굴양식가공회사 <중앙씨푸드>의 장석 사장이다. 분당의 대안학교 이우학교 이사장직도 맡고 있어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굴은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날 생선을 먹지 않는 서양인도 굴만큼은 생식(生食)하고, 굴 요리가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생장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춘 우리나라 남해산 굴, 특히 중앙시푸드(주)가 생산한 ‘숨굴’은 단연 인기다. 중앙시푸드의 ‘숨굴’은 일본에서부터 미국, 유럽, 호주까지 수출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뽀얀 우윳빛 굴은 겨울철 진미 중 하나.
굴이 제철을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앙시푸드의 장석 대표를 만났다. 굴 밭이 있는 거제도와 유통본부 격인 서울사무소를 오가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올해 국 작황이 좋고, ‘숨굴’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물량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굴 농사는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고, 유통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 요즘은 서울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다를 ‘굴 밭’으로 양식이라는 말 대신 ‘농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사람은 그저 굴이 잘 자라게 장소만 옮겨줄 뿐, 굴을 키우는 것은 바다”라고 강조했다. ‘굴양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수산물 양식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자연산과 대비해 양식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굴을 키우는 과정은 말 그대로 농사입니다. 굴 농사는 굴 씨를 받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봄철 산란기가 되면 온 바다에 굴 씨들이 마치 송홧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떠다닙니다. 이 때 굴 껍데기나 가리비 껍데기를 바다 속에 넣어 굴 씨들이 달라붙기를 기다리죠. 그렇게 붙은 씨가 어느 정도 자라면 단련장으로 옮겨집니다. 사람이 운동하면서 체력을 기르듯, 조수의 차를 이용해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물 밖에 노출시켜요.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건강한 새끼 굴을 굴 밭으로 옮겨 심는 것이죠. 그 뒤 수확할 때까지 약 1년 반 동안 시간과 자연에 맡깁니다.”

“물고기나 새우를 양식하려면 사료를 주어야 하고, 가두어 키우다 보니 병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항생제 등 약물을 씁니다. 이것이 인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굴은 바다 속 플랑크톤을 먹고 살기 때문에 사람이 먹이를 줄 필요도 없고, 자연 상태에서 자라 병이 없으니 약도 필요 없어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사람 몸에도 이로운, 그야말로 친환경적인 어업 방식이지요.

요즘 환경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쓰는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굴 농사야말로 대표적인 ‘지속가능한 어업’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좋은 땅에서 좋은 농작물이 자라듯, 굴 밭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바다여야 한다는 것. 또한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기후가 적당하며, 파도가 거칠지 않아야 하는데 그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적지가 바로 우리나라 남해, 그중에서도 통영, 거제 인근이다.

숨굴이 생산되는 곳은 남해안 7개 청정 해역 중에 제1호인 거제-한산만 해역. 수확한 굴은 최첨단 위생설비가 갖추어진 공장으로 옮겨진다. 굴을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은 마치 반도체 공장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는 작업자는 물론 방문객도 모두 위생복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갈 때는 살균 소독을 위한 에어 샤워 과정도 거친다. 최신식 설비를 갖춘 덕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류 위생관리 모범법령의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통과했고, 농수산업계 최초로 환경경영시스템 인증도 받았다.

10년 전, 그가 대출까지 받아가며 대대적으로 설비를 개선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생각했다. 30년 가까이 굴 농사를 지으며 “굴은 키우는 것만큼이나 유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굴은 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농사지을 때부터 식탁에 오를 때까지 정말 까다롭게 관리해야 합니다. 굴과 함께 포장하는 바닷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정해역의 원수를 4단계로 나누어 불순물을 거르고, 소독하고, 미세한 필터로 또 한 번 걸러내는 등 아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굴만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요.”

아버지 뒤이어 굴 농사 시작한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 시인

1969년 설립된 중앙시푸드는 장 대표의 부친이 창업한 회사.
서울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대학 재학 시절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80년대 중반,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굴과 인연을 맺었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기를 바랐던 아버지의 바람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서정시를 쓰기 어렵던 시대’, 그는 미련 없이 서울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철저히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웠다. 그가 지금 생산뿐 아니라 포장, 유통 등 굴과 관련한 전 분야에 걸쳐 전문가가 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체득한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어받은 후로는 유통 부문을 강화하며 판로를 넓혀갔다. 업계 최초로 굴에 ‘숨’이라는 브랜드도 붙였다. 숨은 ‘숨 쉬는’, ‘살아있는’, ‘호흡하는’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굴을 ‘숨 쉬는 듯 한 상태 그대로, 가장 신선하게’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다.

현재 숨굴은 일본, 미국, 유럽, 호주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가까운 일본을 제외하고는 냉동형태로 판매한다. 국내에서는 현대백화점, 이마트, 농협 등 대형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친환경/유기농 매장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굴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 국내 시장에서도 굴이 제대로 대접받도록 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국에서는 굴이 영양 성분을 다량 함유한, 아주 귀한 음식으로 평가받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굴이 많이 생산됨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에서다.

더불어 고급화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최근 선보인 숨굴 프리미엄과 파티용 패키지가 그 좋은 예이다. 개봉하기 어려운 비닐포장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 ‘숨굴 프리미엄’은 가장 맛있는 크기의 굴을 선별, 레몬과 허브 추출액을 가미해 보존성과 풍미를 높인 획기적인 제품이다.

포장을 벗기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도록 굴과 초고추장, 레몬과 함께 굴 까는 데 필요한 칼과 장갑까지 풀세트로 들어 있는 파티용 패키지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굴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 상품.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려 분위기 있는 파티에도 제격이다.

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중앙시푸드 대표이사’라는 직함 외에도 도심형 대안학교인 분당 이우학교의 이사장과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의 이사, 푸르메재단의 건립위원을 맡고 있다. 푸르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활병원건립기금으로 수익의 1%를 기부하고, 해마다 장애청소년을 초청해 굴 밭 견학, 굴 까기 체험을 진행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글쓰기에도 미련이 남아 언젠가는 시집을 한 권 내고 싶지만 자신의 본업은 역시 굴 농사임을 강조하는 장석 대표.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이 멋진 농부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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