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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 주교님의 위로

“성직과 사회사업이 뭔지 아세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익을 위한 앵벌이에요!” 삼년전 푸르메재단 이사장이신 김성수 성공회 주교님을 모시고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의 부회장을 만나러 간 일이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이 장애환자를 위한 재활병원을 짓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지원을 요청하기위해서입니다.

그 회사는 모든 것을 회장이 결정하는 1인 체제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1조억의 사회헌납을 약속했고 사회공헌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말해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여튼 여든이 되신 노(老) 주교님께서 교통사고와 질병으로 한순간에 사회적인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장애환자의 현실을 말씀하시면서 병원건립비를 지원해 줄것을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회사 대표는“검토해 보겠다, 요즘 환율사정이 안좋다 ”고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저는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동아일보 2005년 12월 8일자 화백 만평 = 고교 시절 폐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때 건강이 회복되면 이웃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는 성공회대 김성수(75) 주교. 그가 6일 앞치마를 두르고 연탄 배달원을 자처했다. 그가 끈 손수레에 담긴 연탄은 과거에 서민들이 쓰던 연탄이 아니었다. 경제 발전의 그늘에 가린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차가운 겨울에 사회의 온기를 전할 ‘사랑의 연탄’이었다
이야기를 돌려서 그 회사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너무 속상해 제가 말했습니다.“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굴지의 자동차회사가 이럴 수 있습니까”하고 말입니다. 그때 주교님께서 성직자와 사회사업을 ‘공익을 위한 앵벌이’에 비유하신 것입니다. 주교님은 “절대로 부자가 앞장서 어렵고 불쌍한 사람을 돕지 않습니다. 겨우 먹고 살만한 사람과 살기 어려운 사람이 오히려 흔쾌히 이웃을 돕는 법입니다. 거절당했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다섯 번은 두드려야 마음이 움직이는 법입니다”하고 저를 위로 하셨습니다. 평생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아오신 주교님께 마음속으로 큰 절을 올렸습니다.참고로 김성수 주교님은 선친께 받은 강화도 유산을 기증해 이곳에 장애인 작업장인 <우리마을>을 지으셨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수십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성공회 대학 안에 장애어린이를 위한 학교인 <성베드로 학교>를 운영하셨고 평생을 장애인을 위해 살아오신 분이십니다. 성공회대 총장 당시에도 월급을 집에 가져다 주시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너무 도와줄 사람이 많아 월급을 쪼개 이들에게 나눠주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2005년 12월 서울 문래동에 사는 독거노인과 저소득 장애인을 위해 연탄을 배달하고 있는 푸르메재단 이사장 김성수 성공회 주교님
이년전 미국 상위 50대 부자들은 73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860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습니다.1990년대 들어 한국사회와 기업에도 사회공헌 바람이 불고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공헌은 아직 기업 PR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측에서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통해 기업을 홍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이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 부자들이 낸 돈은 기업의 것이 아니라 알토란 같은 개인 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개인 돈과 기업재산이 구별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회적인 면죄부를 위해 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정말 나누려하는 기부가 늘어나기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기부문화가 활성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부의 핵심은 감동입니다. 이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비영리민간단체인 NGO와 NPO의 몫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단체는 대부분 대기업의 자선과 기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푸르메재단 같은 시민단체와 비영리기관에서도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블루오션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곳이 바로 아직 사회공헌의 초기단계에 있는 건실한 중소기업이거나 명목상 사회공헌 내지 봉사활동을 내걸고 있는 로타리클럽이나 라이온스클럽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제안하면서 중장기적인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푸르메재단 같은 단체의 몫입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거액 기부를 계기로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기부하는 새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6년 6월 버핏이 ‘빌 게이츠 재단’에 거액을 기부하기로 발표한 직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와 함께
하버드나 예일대학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기부자의 이름을 대학 건물은 물론 대학이름에 붙이는 것은 왼손이 한 일을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방네 떠들어서 왼손이 한 일을 알리는데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개인과 기업에게 선행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겠지요.그러기 위해서는 각 시민단체와 재단이 자산 가치를 키우고 브랜드 파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보다 나은 사회적 가치를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아울러 무엇보다 기부에 대한 반대급부에 인색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기업의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시민단체가 일을 같이 하는 대상은 주로 기업의 사회공헌팀에 소속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의 구조상 이들은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업이나 기업주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에 소속된 직원 중 기업주나 기업의 돈을 쓰는 것에 적극적일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기업주나 기업 역시 돈을 쓰는 직원을 칭찬하고 크게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감안해 시민단체나 비영리재단에서는 기부의 효과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염두해둬야할 충고입니다.

두 번째로 아름다운재단의 경우 박원순 변호사라는 이론가면서 이를 투철하게 실천해온 걸출한 인물이 있었기에 아름다운재단은 물론 한국 NGO전체의 발전이 가능했습니다. 단체나 재단도 역할을 분담하고 그 단체하면 연상되는 인물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단체의 지명도를 키우고 어떤 단체 하면 누가 일하고 어떻게 특화된 조직인지를 알려야 한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기부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합니다. 한 번 기부한 사람에게 또 다른 기부를 이끌어내는 것이 새로운 후원자를 찾는 것보다 10배나 쉽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기부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후원자모임이나 감사 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고 가족처럼 동질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대학의 경우 기부자들을 관리하지만 특히 이들이 죽기 3년전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한다고 합니다. 정신이 혼미할 때 전재산을 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농담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고 그 이익이 영속성을 지닐 수 있는지 기부의 부수효과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시민단체나 재단이 실질적인 감동스토리를 끊임없이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기부로 받은 기금을 투명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또 다른 기부를 이끌어내는 열쇠입니다. 기업들은 올해가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사업에 성금을 내야 하고 경기도 위축돼 힘든 한해였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입니다. 어려울수록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윤리는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비록 이익은 적지만 이를 사회로 환원하려는 기업이 늘고 책임을 다하는 NGO단체가 손을 잡을 때 성숙한 시민사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까.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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