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길을 가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들을 남자-여자, 어린이-청소년-성인-노인, 장애인-비장애인, 한국인-외국인 등의 범주로 분류한다. 가능한 한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범주 안에 사람들을 나누어 놓은 채, 단순화된 특성만을 가지고 개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하는데 그래서 편견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복잡다단한 특성을 가진 개인을 쉽게 말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자세로 대한다면 이는 편견이 된다. 각기 다른 결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판단할 때 하나의 면을 보고 열을 안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길에서 한 어르신을 만난다. 그분을 노인으로 재빠르게 분류하며 그 어르신이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며, 의존적이며, 새로운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할 것이며, 우울한 노년을 보내며, 이제 곧 치매를 앓게 될 수도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래서 큰 목소리와 과장된 억양으로 아기에게 말하듯이 이야기한다. 아니면 복잡한 것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편견에 아예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천천히 설명할 수도 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질병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로 이제 더 많은 노인들이 독립적이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한 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노인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편견(Ageism)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귀가 잘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대하는 것, 아플 때마다 모든 질병이 나이 때문이라고 가볍게 여기는 것, 고령을 농담의 주제로 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편견은 보통 어린 시절에 가정과 문화적 환경 안에서 형성되고, 어른이 되면서 더욱 강화된다. 그런데 편견은 다만 편견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인에 대한 편견은 노인 스스로가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만들고, 결국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파’ ‘나는 혼자 할 수 없어’ 등의 생각이 실제로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일대 교수팀에 따르면 긍정적 자기 인식을 한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7.5년이나 길게 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모두 늙는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 요즈음 TV를 보면 우리 사회는 더더욱 나이 많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제 12월이 지나면 우리 모두 노년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간다.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특성 대신 노인이라는 범주 안에 넣고, 나도 당신도 겪을 나이 많음에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면 2026년에는 우리나라의 20%가 넘는 인구가, 2050년에는 40%가 넘는 인구가 불행한 노년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이지선 미국 뉴욕에서,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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