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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그리는 소녀화가-임윤아씨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것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고 말한 파블로 피카소. 그는 평생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순수함을 잃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 온 화가이다.

우리 사회에도 어린이 같은 순수함으로 세상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지난 5월 서울과 경기도에서 열린 에이블아트 기획 초대전 ‘윤아의 그림이야기’의 주인공 임윤아(25)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5년 KBS-2TV 인간극장 <오솔레 오솔레미오>에 출연하면서 부터다.

윤아씨는 선천성 대사효소 결핍증 페닐케톤뇨증(PKU)을 앓고 있다. 국내에는 18명밖에 없는 희귀병이라 한다몸 안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없기 때문에 효소 약을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미쳐서 살았어요. 미치지 않으면 어떻게 지금까지 왔겠어요.” 윤아 엄마는 지난 힘들었던 시간과 기억들을 되살리며 말문을 열었다.

윤아씨는 8살까지 누워서 지냈다고 한다. 윤아 엄마는 대소변을 모두 받아내고 음식을 먹으면 다 토해서 죽을 먹으며 8년을 살았다.

윤아씨는 무정위성 뇌성마비(몸이 제 맘대로 움직이는)장애를 가지고 있다. 희로애락을 느낄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장애에 불구하고 윤아는 일반 학교를 다녔다. 색을 너무 좋아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색연필을 쥐면 힘이 없어 손이 부르틀 때까지 선 그리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윤아씨는 학교에서 늘 외톨이였다.

하루는 집에 와 밥을 먹다가  “엄마, 학교에서 나만 혼자야. 다른 아이들은 친구가 많은데 난 너무 외로워.” 울면서 말했다.

윤아 엄마는 학교에 가보니 윤아씨를 따돌린 채 아이들끼리 점심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윤아 엄마는 친구들에게 윤아씨의 상태를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윤아 엄마는 이후 점심시간에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반 친구들이 윤아씨와 가까워 지도록 노력한 결과 윤아씨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어졌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화상을 그리는 미술시간에 선생님은 윤아씨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미술선생님은 집까지 찾아와서 윤아씨에게 그림지도를 해주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선을 그리는 것도 어려웠던 윤아씨는 조금씩 국화, 북어, 사과, 파 등 사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윤아씨가 한번 앉으면 손에 물집이 날 정도로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가능했다.

“먹지 못하면 다른 방법으로 먹이면 되고 치료가 필요하면 어떤 방법이든 치료하면 되지만 아이 교육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고 윤아 엄마는 고백한다. 교육문제가 가장 어려웠고 아직도 걱정이라고 한다.

윤아씨는 2005년 삼육대 아동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김천정 교수는 연구실 한 쪽에 윤아씨를 위해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다. 윤아씨가 자립할 때까지 매주 월요일 그림 지도를 하고 있다.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렇게 꾸준하게 하다보니까 졸업할 쯤 개인전을 열수 있었죠.”

김 교수는 윤아씨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일반 비장애인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윤아씨의 스타일, 윤아씨가 잘하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한다.

윤아씨의 순수성, 때묻지 않은 것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김 교수는 윤아씨가 졸업할 때까지 윤아씨만의 스타일로 그림 작업을 꾸준하게 시켰다.

윤아씨의 그림에는 꽃, 돌멩이, 곤충, 새 등 자연을 담은 그림이 많다.  윤아씨는 메뚜기, 달팽이, 지렁이, 풍뎅이, 나비, 꽃들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 한다.

윤아씨가 이렇게 자연의 일부와 친구가 된 것은 윤아씨의 생활과 관련이 깊다. 윤아씨는 어릴 때부터 남과 어울려 지내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사람보다는 오히려 주위에 있는 꽃과 나무 등이 자연스레 윤아씨에게 말동무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윤아씨는 작은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그려내고 있다. 뛰어난 기교나 화려한 색채를 쓰지 않는 윤아의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향한 많은 집착을 버리게끔 한다.

또래 친구들처럼 윤아씨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여행을 하고 싶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부정’을 못하고 늘 ‘긍정’만 하는 아이 같은 윤아씨. 세상에 나온 병아리처럼 윤아씨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윤아씨는 앞으로 작은 화폭을 넘어 큰 화폭에 그림을 담을 계획이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수채화 같은 그림을 그려나가는 윤아씨의 그림 공간이 무엇으로 채워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보고만 있어도 마냥 순수해지는 윤아씨의 그림 속 주인공들이 점점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 만 같다.

 글/사진= 임상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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