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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이가 찾은 희망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를 잉태하면 모두 한마음으로 빌 것이다. 내 아이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달라고. 나 또한 남 못지 않게 태교를 하고, 빌고 또 빌어 낳은 아이였는데… 치료가 힘들더라도 나을 수 있는 질병이라면 좀 받아들이기 쉬울 텐데,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는 보장이라도 있다면 받아들이기 쉬울 텐데, 현대의학으로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선천성장애란다. 열 달 동안 내 뱃속에서 나와 함께했던 아이가. 내 몸 속의 피를 모두 다 뽑아줘서 염색체가 바뀐다면 그렇게 할 텐데. 내 목숨을 줘서 아이의 장애가 없어진다면 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내 목숨을 바칠 텐데. 방법이 없단다. 방법이.

어떤 이는 자식의 장래를 위해 미국에 가서 원정출산을 한다는데, 나는 자식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게 없단다. 그냥 아프지 않게 잘 키우고,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때가 되면 언어치료를 해주란다. 수없이 좌절하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희망의 빛 줄기 한 가닥이 나에게 비췄다. 한방치료라는 희망의 빛 줄기가.
1기 치료대상자로 선정이 되어 치료라는 걸 받게 되었다. 드디어 나도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생겼다. 같이 자식의 장래를 위함인데도 가는 길은 너무나 다르다. 머리 가득 침을 꽂고, 한약으로 만든 주사를 온 몸에 맞으며, 쓴 환약을 먹는 내 아이. 영재교육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 갈 기본적인 것을 배우기 위함이다. 아이 울음소리에 눈 뒤집히는 세상에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 한 번 들어보겠다고 울며 발버둥치는 아이를 붙잡고 있는 비정한 엄마. 아파 우는 것도 인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기쁨이 될 거라 위로하며 웃음 뒤로 눈물을 감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25개월 된 남자아이가 뒤뚱거리며 불안정하게 걸음을 걸으며 치료를 시작했는데. 다운증후군의 특징인 뒤통수가 납작하던 아이. 말이라고는 “아빠,엄마”를 겨우 할 정도였고. 놀이방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감정표현이 서툴러 가끔 난폭한 행동도 하고, 조금은 주눅든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랬던 아이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뒤통수가 동글동글 해졌다. 사회성도 좋아져서 혼자 노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자신감도 넘쳐서 행동에 거침이 없고, 규율도 잘 지키는 모범어린이가 되었다. 대답도 잘 해서 늘 칭찬을 받고, 숟가락과 연필 사용이 또래보다 우수하단다. 또 대소변도 잘 가리고 말은 서툴지만 의사표현은 나름의 방법으로 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 11월 언어치료를 위해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수용언어 24개월, 표현언어 측정불가. 12개월 미만이란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재점검을 해보니, 수용언어는 30개월 또래 수준이고, 표현언어는 20~22개월 수준으로 1년 정도 지체가 된 상태란다. 불과 6개월 만에 정말 많은 발전을 보여줬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건지? 이런 결과를 기적이라고 말하기엔 뒤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많은 이들의 사랑과 정성 때문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하는 것들을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고 할 수도 있다. 비 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행동이라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지난 다고 해서 모두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모의 정성과 노력과 희생과, 경제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2기로 접어들면서 어린이 재활센터로 이름도 바뀌고 내용도 더 충실해졌다. 선천성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인 언어치료도 병행한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 아플 시간도 없이 사력을 다하는 부모들의 근심이 하나 사라지는 거다.

장애는 예방이 최선책일 것이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서는 조기교육과 조기치료만이 최선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게 되면 치료성과가 좋지 않을뿐더러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장애아동을 둔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모든 일을 팽개치고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하루 24시간을 산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치료를 실시하면 아이들의 삶의 질이나, 장래 사회적인 부담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건 사치일까? 많은 장애아들이 이런 치료를 받아서 삶의 질이 높아진 다면 좋지 않을까? 아이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치료를 받아 좋은 치료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건 부모의 몫이고 사랑으로 정성껏 치료하는 건 의료진의 몫이다. 더불어 이 아이들이 장애라는 허물을 인식하지 못하고 밝게 살아가게 해 주는 건, 우리 사회의 몫이다. 내 아이의 장애와 똑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효자동으로 향한다.

이름도 너무나 예쁜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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