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떠난 유럽여행 ②

독일 회엔리트 재활병원에 다녀 온 뒤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유럽의 선진 의료시설과 기술, 시스템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 도입하고 적용할 수 있을 지. 그 가능성을 가늠하고 걸리게 될 예상 시간 등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다음 재활병원 방문을 더욱 들뜨게 했다.


페니히파라데 재단 건물 중앙 라운지에 전시되어 있는 팬시용품

다음번으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독일 뮌헨 시내에 있는 페니히파라데 재단이었다. 주말이어서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치료실은 볼 수 없었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다른 연주회처럼 하모니가 어우러지는 연주는 아니었지만 손이 없는 사람이 입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화음이었다. 재단 건물은 중원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작업실과 치료실 그리고 숙소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 말 그대로 재활을 위한 파라다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중앙 라운지에는 그들이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 같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정말 예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문을 닫지 않았다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페니히파라데 재단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

유럽 재활병원에서 흥미로운 것은 어느 곳에 가든 규모가 큰 도서관 혹은 도서실이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다. 페니히파라데 재단도 한 건물에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휴일이라 들어갈 수 없었지만 큰 도서관이나 도서실이 재활병원 내에 있다는 것은 부러운 사실이었다. 국내에서도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독서치료라는 분야가 장애인들의 재활심리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 취리히 베리콘 병원으로 가는 길

주말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아 일찍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많은 것을 보지 못했지만 짧은 견학만으로도 독일 장애인 복지타운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었다. 다음날 스위스로 이동해 취리히 근교에 있는 벨리콘 병원을 찾아 갔다. 가는 길을 못 찾아 버스를 대신 걸어가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벨리콘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스위스의 자연에 흠뻑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스위스 취리히 근교에 있는 벨리콘 병원

멀리 있는 건물을 보고 저것이 벨리콘 병원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병원 견학 허락을 받은 후 천천히 건물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벨리콘 병원 복도에 배치되어 있는 탁구대

이 병원은 치료실이 많고 수치료가 활성화 되어 있는 듯 했다. 병원 복도에는 탁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른 건물에 가도 체육관이 있어서 환자와 의사가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벨리콘 병원 수치료실

수 치료실은 회엔리트 재활병원에서도 보았지만 좀 더 크고 많은 치료시설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수 치료실을 나서자 치료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나를 계속해서 쳐다보았지만 나는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렸다. 무심코 지나쳐 버린 그 노인의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만약 내가 그에게 미소를 보여 주었다면 보기 드문 동양인 청년에게서 받은 미소를 평생 잊지 못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일까.


 벨리콘 병원 중앙 로비의 카페와 매점

독일 회엔리트 재활병원과 마찬가지로 로비에는 접수처와 함께 환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카페와 매점이 있어 자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함과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매점에서 치즈 케익과 우유를 사먹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자유롭게 병원을 돌아다니며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밝은 곳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재활병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뒤편에는 알프스 산맥을 보였다. 환자들은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치료사 두 명이 환자에게 운동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알프스 산맥을 바라보며 운동하는  환자의 심리 상태가 과연 어떨지 치료사와 환자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병원 뒤쪽에 우뚝 서있는 벨리콘 병원은 환자의 마음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놓은 듯 했다.



스위스는 독일과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물론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 나라가 흡사한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겠지만 스위스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것은 재활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환경을 고려한 건물 구조와 환자를 우선적으로 한 병원 시스템은 거의 비슷하였고, 독일 사람들도 물론 친절했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먼저 말도 걸어주고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중 한 사람은 다른 환자가 없을 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미소로 요청하기도 했고 라운지에서 만난 휠체어 끄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던 동양인 환자는 나를 보더니 함박웃음으로 말을 건네주었다.


나도 미소로 대답했음은 물론이다. 그 환자와 좀 더 많이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언어적 한계가 가로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웃음을 보며 이곳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느낄 수 있었다.


 떠나기 전 벨리콘 병원의 모습

내가 경험했던 유럽 재활병원 견학은 너무 주관적인 견해를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럽에서 재활병원을 보기전의 나와 그 후의 나는 많은 차이를 가지게 됐다.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우리와 다른 구조와 모습을 지닌 재활병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젊고 꿈과 이상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다. 그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이번 나의 여행은 내 인생에 분명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내 삶의 방향도 조금 바꾸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나와 같은 꿈과 이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러한 나의 작은 경험을 최대한 알려주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은 의지와 열정뿐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나의 꿈과 이상도 점차 현실이 될 테니까 말이다.



송명익_ 단국대학교 운동처방재활학과 3학년 재학중이며장애인 재활치료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있습니다. 현재 푸르메재단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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