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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아 나를 완성하다. 제 7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목공예 직종 금메달리스트

산재의료관리원 인천중앙병원 목조형디자인교실에서 만난 김민재 씨(지체장애 1급).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제 7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목공예 직종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곧이어 12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금메달’인 장영실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세상을 향해 차분하게 열려 있는 그의 눈동자는 그래서 한층 더 편안해 보였다.

글_윤선숙 사진_박재우

김민재 씨는 1998년 포스코 계열사 재직시절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중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하반신 마비의 척수장애인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끝이 없을 것 같던 그 시간 그를 구해준 건 목공예를 시작하자고 손을 내밀던 스승 윤봉기 씨와 ‘장애인 김민재’가 아닌 ‘인간 김민재’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곁을 지켜준 아내 장영실 씨다. 덕분에 그는 현재 세계 최고의 목공예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능인이 되었다.

삶의 가장 푸르른 나이에 힘겨운 시간을 견뎌냈던 김민재 씨가 조금씩 희망의 증거들을 찾아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닥까지 온전히 내려 갔었기에 다시 그 바닥을 딛고 삶의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인천중앙병원 재활의료센터에 있는 7개의 재활과정 중 목공예를 선택한 건 목공예 교사인 윤봉기 씨의 영향이 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가르치며 삶의 용기를 주는 스승의 열정을 보며 영기를 얻었다. 고유의 빛깔과 질감. 견고성에 따라 나무에도 각각의 삶이 있듯, 자신에게도 또 다른 삶이 주어졌다고 위로하며 조각칼을 집어들었다.

“처음 시작할 무렵만 해도 단순히 재활치료로 여기는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목공예는 그저 나무를 깎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자신을 오롯이 담아내는 과정임을 알게 됐어요. 나무를 깎는 것은 고통의 시간을 도려내는 과정과 닮았어요. 세상에서 제 할 일을 끝낸 나무들이 내게 와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다시 태어날 때는 희열을 느낍니다. 삶의 매 힘든 순간마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움을 발견하며 자신을 이기는 용기가 있으면 저 역시 새 삶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남다른 집중력과 디자인 감각이 있었던 그는 목공예를 시작한 지 3년만에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지난해 일생에 단 한 번 출전할 수 있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자랑스러운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안았다. 물론 그 과정이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5년 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쉽게 기회를 얻지 못했다. 크게 실망했을 법한데도 특유의 끈기와 집념으로 4년을 꾸준히 연습하며 보낸 것. 그리고 공단에서 3개월간의 합숙훈련을 거진 끝에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그는 2004년에 비장애인과 겨루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장애인들끼리만 겨루는 경기가 아니라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리고 오늘, 조각도를 든 굳은살 박힌 손으로 여전히 변지 않은 삶의 진실을 나무에 새기고 있다. 아픈 시간과 상처를 지나 편안한 자신과 만나고 있는 그는 어려운 과정을 뚫고 결혼에 성공한 아내와 또 다른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01) 2007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02) 박은수 이사장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 김민재 씨 부부

김민재 씨가 아내를 처음 만난 건 사고 직후 입원했던 병원에서였다. 바로 옆 침대에 당뇨로 입원한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하던 모습에 마음이 빼앗겼고 그 후 친구처럼 연락하며 지내던 중 용기를 내서 고백했다. 물론 결혼에 성공하기까지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간직한 아내 영실 씨는 민재 씨의 상처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주는 가장 든든한 존재다. 현재 그녀는 교육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사회복지에 관련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함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제가 받은 것을 돌려주고 나누며 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작업실을 마련해서 작품 활동도 하고 제가 배운 것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물론 아직은 여건이 안 되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 곧 좋은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희망의 빛깔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그의 내일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시간이 흐른 후 그의 모습은 또 어떤 희망의 색으로 채워지게 될까?

(이 글은 월간 ‘장애인과 일터’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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