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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즐거운 인생!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이태백’이나 ‘사오정’이란 말이 유행한다.

한 마디로, 일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청년실업보다 더 큰 사회문제가 바로 퇴직자에게 역할을 주지 않는 노령화현상이다.

특히 가정밖에서 사회생활이 인생의 전부인 양 ‘죽어라’ 일만 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중, 장년층 남성들에게 역할 상실은 실존적인 문제가 된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자원봉사활동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쌓아온 성실성과 인생의 노하우를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행복하게 꾸미고 계신 이수열 선생님을 만나 봤다.

이수열(61) 선생님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셨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셨고 졸업 후에는 서울로 올라 와 잠깐 회사를 다니다가 신세계 백화점에 귀금속․시계가게를 열어서 25년간 운영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에 신세계 백화점 측에서 임대 가게들을 직영으로 바꾸면서 원치 않게 퇴직하시게 되었다.

“퇴직하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어요. 1년쯤 집에서 놀면서 어떻게 하면 남는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자원봉사활동을 생각하게 되었죠.”

이수열 선생님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문촌7 사회복지관에서 독거노인에게 점심식사를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주 2회씩 참여했다. 자원봉사가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깊은 만족과 기쁨을 줄 수 있음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3년 일산에 아름다운가게가 생기면서 일산점에 활동천사로 등록하고 판매 요원(?)으로 활동하시기 시작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재활용품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가게잖아요. 제가 장사를 했던 경험도 있고 해서 할 수 있겠다, 재미있겠다 싶었죠.”

자원봉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신 이수열 선생님은 2004년에는 일산점 점장의 역할까지 맡을 정도로 열심히 하셨다. 선생님의 열정이 인정받아 2005년 12월에는 활동천사로서는 최초로 미국 연수를 다녀오시기도 했다고 한다.

푸르메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을까?

“나눔치과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정귀옥 아름다운가게 서초점 점장님 소개로 오게 되었지요.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하면서 매주 월요일마다 나눔치과에 나오고 있어요. 잘 모르고 왔는데, 자원봉사 의사 선생님들을 뵈면서 마음자세를 깊이 배우고 있답니다. 자원봉사로 의술을 베푸는 것도 훌륭한데 무릎을 꿇다시피 앉아서 환자들에게 세세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찡해져요.”

문득 아름다운가게와 푸르메재단의 활동 차이를 물었다. 그랬더니 차이는 없지만 푸르메재단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씀하신다.

(스스로 원치 않은) 퇴직자로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신다.

“퇴직한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봉사하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해요. 친구들은 거의 다 퇴직자들인데 할 일이 없어 놀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아무 걱정 없는 친구들이지만 역할이 없는 게 큰 짐이죠. 그런데도 봉사활동은 못해요. 참 좋다고 한 번 나와 보라고 말해도 소식이 없어요. 막상 하려고 하면 용기가 잘 안난다는 거야. 다행히 몇몇 친구들이 내 말에 넘어와(?) 새롭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있어요.”

“표정이 많이 행복해 보이세요.”
“당연하죠!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작은 용기로 시작된 자원봉사활동이 인생의 즐거움이 되신 이수열 선생님. 봉사활동을 얘기하면서 웃으실 때 금세 20대의 피부처럼 팽팽해지는 이수열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은 힘을 느꼈다.

이 선생님은 강조하신다.
“여러분 조금만 용기를 내세요. 그럼 인생이 행복해져요!”

(글과 사진=이재원 간사)

이수열/ 푸르메나눔치과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이 요즘 사시는 재미며 행복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름다운가게 일산점의 점장도 맡으셔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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