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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 Mathare Valley 슬럼의 희망-④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푸르메재단에서 매년 열고 있는 장애인 사진전시회의 주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몇 번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수단 내전지역을 배경으로 한 ‘Forgotten Faces’라는 제목의 사진 전시회를 찾았을 때였다. 수단의 내전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그 속에 담긴 희망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 전시회의 목적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현실을 알리고 또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겠지만 이런 사진전이 이처럼 부자 동네의 갤러리에서 열리고, 또 깔끔하게 차려입은 부자 외국인들, 혹은 케냐인들이 와서 사진을 쓰윽-하고 둘러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돌아갈지는 의문이 남았다.

전시회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의 색깔, 콘트라스트, 텍스트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이 지니는 예술성 혹은 기술성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강조하고 찾아야 할 것은 사진이 지닌 화술성이 아닌가 자문을 해본다. 과연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 느김을 제3자가 사진으로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 Forgotten Faces 사진 전시회장에서

책에서 읽고 아이들과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화도 떠오른다.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 소년을 모델로 사진을 찍은 영국인 신사는 그 사진을 그림엽서로 만들어 팔았고 그 사진 속의 꼬마는 어른이 되어서야 자신의 사진이 엽서로 팔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사진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짐작하지만 오히려 그 엽서를 가보로 삼고 있는 노인의 소박함을 통해 때 묻지 않은 긍정성을 지닌 아프리카 사람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우리는 포커스를 조금 달리해서 아이들에게 또 다른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사진에 찍힌 인물의 이야기가 없고 삶이 녹아들어가 있지 않은 사진은 하나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그런 사진을 찍지만 아프리카의 땅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없는 사진은 스토리와 메세지가 없는 하나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다는것. (사실 이곳 아프리카에서는 특별한 구도를 잡지 않고 셔터만 눌러대도 그냥 다 작품이 되는 것만 같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런 스토리, 메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슬럼 안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그리고 그곳에서 문제점도 보고 희망도 볼 수 있는 여러분 자신”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푸르메재단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사진 전시회도 이제는 그 주체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 당사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뜻깊은 행사이지만, 사진을 찍고 전시하는 주체가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장애인이 되어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해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린다면 더욱 더 의미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2주 동안 그룹별로 이틀씩 더 만나서 아이들이 전시회를 위해 선정한 작품에 대한 최종 캡션을 달게 된다. 또 자신의 가족, 친구들을 전시회에 초청할 수 있도록 초청장을 만드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식당, 장소 섭외 등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행사로 우리가 준비하는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잔치로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또 이곳 스탭들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함께 준비하는 것이기에 뿌듯하고 기쁘기만 하다. 전시회가 아이들의 잔치마당이 되고 앞으로 자신들의 꿈을 펼쳐나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마다레 슬럼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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