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안상훈 감독을 만나다

 




인권위원회에서 제작을 맡은 <다섯 개의 시선>이라는 옴니버스 영화가 있다.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총 다섯 명의 떠오르는 감독들이 탈북청소년, 장애인, 비정규직, 중국동포 등의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일상화된 차별문제를 다뤘다.”


(naver.com 영화설명참조)


 


박경희 감독의 <언니...>는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은혜 양이 출연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별로 안 유명한 영화라서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은혜의 유일한 친구인 ‘동네 아주머니’가 전문 배우일까라는 점이었다.


“배우가 아니에요. 그냥 평소 하듯이 하신 거에요. 실제로 제일 친하게 지내더라구요.”


“은혜도 연기가 아니죠. 장애 때문에 연기를 하도록 통제할 수 도 없고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박경희 감독은 몇 달을 은혜와 지내면서 그녀의 생활 속에서 샘플을 찾아내고 그 생활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인 은혜가 시나리오의 뼈대를 쓴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용감한 시민 양병수 씨의 아들이 생각났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을 보고 천사병이라고 하던데요”라고 물어봤다.


" 그렇죠. 본의 아니게 떼 쓰고 심술부릴 때도 있었는데 순수하고 선할 땐 끝이 없더라구요."


“영화인생에 있어 그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게 있다면요?”


"큽니다. 작업소재 내지는 영감을 얻었지요. 소수자나 소외된 사람들이 극단적인 외로움에 처해 있을 때 심리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특히 은혜의 경우처럼 가상의 친구를 만들게 된다던지 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랑>도 그냥 공포영화라고 하기에는 외로움의 정서가 많이 느껴진다. 주인공인 현기(이동욱 분)나 소영(송윤아 분) 둘 다 근원적 상처와 어느 정도의 정서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차용했지만 사실은 그러한 상처와 장애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위안 받지 못한 주인공이 복수와 살인, 자살로 치닫는 것이 줄거리이다.


고독한 사람들의 정신적 왜곡과 변화와 장애,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요즈음 천착해왔다는 그는 <아랑>도 싸이코 스릴러로 만들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제약으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했다.


“<언니가..>를 작업하기 전에 찍었던 단편들은 밝은 코미디였는데 <다섯가지 시선>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람, 소외, 상처, 고독 등을 깊게 느끼게 되었지요.” “제가 존경하는 히치콕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그러한 점들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어요. 물론 관객에게 재미를 주겠다는 신념 아래에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지요.”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은 인권위가 제작, 투자한 영화다. 혹시 인권위의 입김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안감독의 기억으로는 그러한 점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인권위나 정부기관 등이 제작, 투자하는 시스템이 앞으로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격려했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발언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죠. 바람직하고 참신한 정책이었어요. 많이 생겨나면 좋겠네요.”


보건복지부도 이참에 영화하나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항상 빠듯한 예산에 쫓겨서 힘들겠지만, 인권위, 복지부, 여성부 등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히 이러한 영화들이 상업영화에 밀리고 흥행 논리에 눌려서 만들어지기 힘든 현재 영화계 구조상 정말 환영받을 것 같다.



류미례 감독과 생각이 비슷했다. 자신이 참여했던 <...ing> 의 예를 들면서 장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영화에서 장애가 미화되는 경우, 소재주의로 빠지는 경우 등을 경계하였다. 하지만 영화의 소재로서 장애를 등장시키는 것은 정말 좋은 시도이고 <말아톤>같은 경우에는 자폐에 대한 사회의 의식이 변하고 사람들의 자폐아를 대하는 방식이 많이 좋아지는 등 좋은 효과를 많이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영화에서 장애 자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고독, 외로움, 등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느끼게 된다. 사실 장애의 정도가 다를 뿐 우리들 모두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어느 정도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라는 결론을 냈다.


장애인이 직접 만드는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어져서 하지 못했다.

신인감독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를 만나면서 느낀 것은 한국영화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깊이 있어질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러한 작가들을 통해 좋은 장애 관련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었으면 좋겠다. 안상훈 감독이 조만간 <말아톤>을 뛰어넘는 수작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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