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후반 세대의 몰락

 



김 진 수

(한국기자협회 기획팀장)


요즘 우리 사회에는 업종을 막론하고 구조조정의 파고가 높게 불고 있다. 사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철 밥통’이라는 공무원들도 실적과 효율을 강조하는 직장 분위기 때문에 옛날 같지 않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무엇인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것은 불안이라는 단어와 친화적이다. 지금 직장인들은 불확실한 미래와 조우중이다. 그것도 막연한 불안감을 마음 한구석에 담은 채.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신문업계에 불고 있는 감원바람은 과거와 달리 1988년을 전후해 입사한 기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18년 전인 1988년은 노태우 정권 등장이후 언론자유화 바람이 불면서 중앙지건, 지방지건 기자들을 많이 뽑던 시기다. 평소 5~10명 정도를 뽑던 신문사들이 1988년을 전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한 해에 20~30명 정도씩 수습기자를 선발했던 것이다. 그 해에 창간된 신문들의 경우는 입사 동기가 60~70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제 그들이 40중·후반에 접어들었다. 나이 먹어 입사한 사람은 벌써 50이 됐다. 현재 불고 있는 ‘칼바람’은 바로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어느 조직이든 長이 되는 사람은 소수다. 長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동기 밑에서 일을 하거나, 조직을 떠나야 한다. 양자택일은 언제나 목마르다.






회사는 항아리형의 조직을 삼각형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허리를 도려내려 한다. 목적은 군살제거이지만 필연적으로 피는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렇듯 ‘무한경쟁 시대’, ‘생존을 위한 경영합리화’ 등등의 명분이 횡행한다. 대의명분 앞에 한 개인의 삶은 명함조차 내밀 수 없다. 산업계든 언론계든 삶의 터였던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수반한다.



그들이 누구인가? 용도폐기 위기에 처한 우리의 40대 중·후반 세대는 과연 어떤 이들인가?



이른바 ‘뺑뺑이’ 세대인 그들은 추첨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본고사를 통해 대학에 입학한, 그리고 대학 초년병시절 ‘5월 광주’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고교시절에는 교사에 의한, 군대시절에는 상급자에 의한 얼차려나 구타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이들이다. 60년생으로 78, 79학번의 경우는 그 잘나간다는 ‘386’에도 끼지 못하고 중간에 붕 뜬 세대이기도 하다.



이 들을 중심으로 윗세대와 아랫세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 윗세대는 컴맹이 많은 반면 아랫세대는 컴퓨터와 친숙하다. 아마도 ‘40대 중·후반’은 아날로그 세대로 태어나 디지털로 생을 마감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이 들은 권위주의적인 선배 밑에서 일을 배운 마지막 후배였던 반면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후배들에게 일을 가르쳐야 하는 첫 선배가 됐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술을 못 마셔도 선배가 주는 술은 마다하지 않는 것을 덕목으로 알고 살아온 그들은, “이제 그만 마시겠습니다”고 당당히 거절하는 후배들을 보면 서 “얄밉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는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40대 중·후반 세대들이 선으로 알고 살았던 덕목들은 구닥다리 취급받기 일쑤다. 한 때 소리만 질러도 눈물을 떨구던 아내가, 허리에 살집이 잡히면서부터는 거꾸로 남편에게 툭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지 않던가? 덩치가 커진 아이들은 아빠의 말 못하는 속사정은 헤아리지 못한 채 “아빠 왜 그렇게 사시냐?”고 핀잔을 주지 않던가?


누구라도 자신의 평소 가치관이 현실세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점점 더 경험하면 할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40대 중·후반 세대들이 쪼그라들고 있다. 말수도 더욱 적어졌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위아래 눈치는 왜 그렇게 더 보이는 지. 구부정한 어깨와 힘없는 발길로, 그렇게 그들은 세상에서 떠밀리고 있다.


동시에 한국 사회는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중간부분을 잃어가고 있다. 특정세대의 몰락은 한 사회가 암과 같은 치유하기 힘든 질병에 걸렸음을 보여준다. 그걸 왜 모를까?


 


이 글을 쓰신 김진수님은 88년 무등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시사만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니들이 정치를 알아', '시사만화바로보기', '한국시사만화의 이해'란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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