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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령액을 나누는 이유

김상현 기부자

 

우리나라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이면 납부하게 되는 국민연금. 건실한 중소 건설업체를 16년째 운영해온 예순한 살 김상현 씨는 올해로 국민연금 수령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매달 성실히 납부하던 연금이 입금되자 기쁨보다는 서글픔이 밀려왔다고. “아직은 팔팔한 현역인데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더군요. 그래서 의미 있게 쓰고 싶었어요.”

매달 국민연금 수령액을 기부하는 김상현 씨
매달 국민연금 수령액을 기부하는 김상현 씨

검게 그을린 맨발

여느 날처럼 퇴근 뒤 아내와 함께 TV를 보는데 눈길이 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가수 션. 그는 전국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장애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마라톤과 철인3종경기를 달린다고 했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발가락 모두 고름이 잡히고 상처투성이었습니다. 션은 여기에 개의치 않고 시종일관 미소를 띤 채 뛰었습니다.

TV를 종종 켤 때마다 선한 얼굴로 기부와 봉사를 독려하고 자신부터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라고 느껴왔던 터. 그날은 달리면서 기부를 하는 션의 진정성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방송이 끝나고도 션의 맨발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2018년 5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가수 션 (출처 : MBC / 다시보기 https://bit.ly/37OMY0m)
2018년 5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가수 션 (출처 : MBC / 방송 다시보기)

부부는 국민연금 수령액으로 적금을 들지 보험을 가입할지 고민하던 찰나, 방송을 보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우리, 재활이 필요한 어린이들한테 작게나마 힘이 됩시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금방 잊히고 망설이다 보면 ‘기회’를 놓치기 마련.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메모해놨던 푸르메재단을 검색해 곧장 정기기부를 신청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액과 똑같은 액수를 기부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당신이 나, 내가 당신이니까!

봉사를 실행에 옮기는 건 주로 아내가 먼저랍니다. 매달 두 번씩 장애인 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다니는 아내는 “몸 쓰는 일은 고되지만, 그에 비해 돈을 기부하는 건 쉬워요”라고 말합니다. 무심한 것 같은 남편을 두고는 자랑이 이어집니다. “참 착해요. 운전하다가 거동이 불편해 육교를 건너기 힘든 어르신을 보면 무조건 멈춰서 부축해서 모셔다드려요. 비 오는 날에는 우산도 씌워드리고요.”

타인에 대한 공감이 싹 튼 건 군대 위생병 시절. 지뢰를 밟아 발목을 절단해야 했던 군인들의 고통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장애를 입게 된 군인은 어떻게 지낼지 가끔 궁금합니다. 그 당시 경험은 전역 이후의 삶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건설 분야의 외길을 걸으며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상현 씨
건설 분야의 외길을 걸으며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상현 씨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금속공사와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는 등 건설업 종사자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장애인 고용에 관심이 깊습니다. “건설 분야에는 장애인을 찾기가 어려워요. 꼭 현장을 나갈 필요 없이 건축 관련 설계 프로그램인 오토캐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는데 말이죠.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서 한곳에 오래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죠.” 장애인 협회에도 문의하며 직접 발품을 팔아온 그의 목표랍니다.

또 장애인도 노인도 머물기 편안한 공간을 일컫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애는 언젠가 저에게도 가족에게도 올 수 있지요. 남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답니다.

“푸르메재단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푸르메재단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암 투병으로 일자리를 잃은 동년배 친구를 고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삶의 생기를 회복하길 바라면서요. 친구의 아내는 월급날마다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옵니다. “남한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나눔은 제 마음의 평화예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정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부부. 방식은 달라도 생각의 결은 같습니다.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니까!”

지구별 여행자로서 ‘겸손 또 겸손’

화이트보드에 ‘겸손’이라는 한자어가 쓰여 있습니다. 불교 신자라 ‘인연설’을 믿는다는 김 씨는 자신의 죄와 선행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받게 돼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현장이 거친 곳이지만, 정도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자고 늘 자신과 약속해요.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하게 살자는 게 신념이에요.” 이 말은 화를 차분히 다스려주는 효과 좋은 ‘약’과도 같습니다.

날마다 ‘겸손’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김상현 씨
날마다 ‘겸손’을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김상현 씨

김 씨 부부에게는 목표가 있습니다. 결혼한 큰딸과 둘째 아들을 나눔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랍니다. “직접 경험해봐야 마음이 움직이고 기부도 할 수 있나 봐요. 우리 아이들도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면 좋겠어요.” 션 홍보대사와 함께하는 연탄배달봉사를 소개하자 두 눈을 반짝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듭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지구에서 어느 날 태어나 짧은 생을 똑같이 살아가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요. 그래야 누구나 살 만한 좋은 세상 아니겠어요?” – 김상현 씨

“편견에 의한 상처를 생각하면, 장애인은 더 많은 행복을 누리고 살아야 해요. 봄에는 봄기운을 쐬어주고 산이며 바다도 가보고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 최경자 씨

정기기부금에 더해 일시기부금을 전달한 김상현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
정기기부금에 더해 일시기부금을 전달한 김상현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

인터뷰를 마치면서 쥐어준 두툼한 봉투. 100만 원의 기부금이 담겨 있었습니다. “푸르메를 알게 되어 영광”이라며 온화한 표정을 짓는 김 씨.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겸손하게 살려고 애써온 사람의 진심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글,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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