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큰 걸음

추형만·김문희 부부 기부자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동대문 의류 시장. 의류부자재 생산업체를 30여 년째 운영하는 남편 추형만 씨와 아내 김문희 씨의 일터입니다.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하던가요. 쾌활한 김 씨와 과묵한 추 씨는 관심사도 삶의 목표도 전혀 달랐지만 지금은 똑 닮아 버렸습니다. 무엇이 둘을 같은 곳을 바라보게 했을까요?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을 기부로 응원하는 김문희·추형만 씨 부부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을 기부로 응원하는 김문희·추형만 씨 부부

걷는 만큼 나눔을 쌓는 ‘일심동체’


워낙 걷는 걸 좋아하는 부부는 푸르메재단에서 1m당 1원씩 적립해 기부하는 모임인 ‘한걸음의 사랑’의 고정 멤버로 통합니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정기모임을 웬만해선 빠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안산자락길, 충북 옥천길, DMZ 둘레길 등 다녀온 장소만 40여 곳에 이릅니다. 회원들 동정을 살피는 것도 자연스레 이들의 몫. 부부의 ‘강력 추천’을 받고 참여한 친구, 동료, 친척들도 여럿입니다.


추형만 씨가 한걸음의 사랑 회원들을 위해 직접 제작한 기념 배너
추형만 씨가 한걸음의 사랑 회원들을 위해 직접 제작한 기념 배너

올해 한걸음의 사랑 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추 씨는 ‘한걸음의 사랑’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배너를 자비로 제작했습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에요.” 회원들을 위한 43개의 깜짝 선물. 그의 표정에는 설렘이 한껏 묻어납니다.


회원들끼리 100km를 걷고 10만 원을 기부하는 캠페인에도 ‘1등’으로 제일 먼저 참여했습니다. “제기동 집에서 동대문까지 매일 걸으면 왕복 10km인데요. 열흘이면 채울 수 있지만 주말에 조금 더 열심히 걸었더니 일주일도 안 돼 완주를 했네요(웃음).” 2등은 김문희 씨.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그 열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딸이 맺어준 ‘인연’


부부에게는 취업준비생 큰딸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작은 딸이 있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작은 딸은 11월에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을 치릅니다. 느리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는 편이라는 김 씨는 “본인이 충분히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만한 직업을 선택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합니다.


매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부부
매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부부

“장애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위축됐었죠. 하지만 부모가 당당해야 아이도 사회 밖으로 당당히 나갈 수 있더군요. 가족들이 친구가 되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늘 함께해요. 아이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요.” 궁금한 게 생기면 수시로 유튜브를 검색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하나둘씩 배워가는 딸이 대견합니다.


본격적인 나눔을 시작한 건 딸을 통해서였습니다. 치료기관을 찾던 중 장애인 전문치과인 푸르메치과를 알게 되면서 푸르메재단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봐오다가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북한산을 걷는 한걸음의 사랑 1주년 행사에 참여한 뒤부터는, 걷기를 통한 기부는 물론 각종 모금캠페인 참여와 정기기부로도 손길을 더하고 있답니다.


한걸음의 사랑 1주년 행사 때 엄홍길 대장과 (김문희 씨 제공)
한걸음의 사랑 1주년 행사 때 엄홍길 대장과 (김문희 씨 제공)

나 살기 바빠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추 씨. “기부해야지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실천하기 어려웠어요. 푸르메를 통해 장애인 자립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베풀고 살기로 다짐했죠. 아내가 이끌어준 덕분”이라는 말에, 김 씨는 “그동안 남편은 아이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려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왔어요. 기부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 시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죠”라며 뿌듯해합니다.


푸르메재단을 알리는 특별홍보대사 ‘텐텐클럽’에 위촉된 김문희 씨
푸르메재단을 알리는 특별홍보대사 ‘텐텐클럽’에 위촉된 김문희 씨

다양한 선택지 중의 하나, 스마트팜


장애인 자녀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닦아놓으려는 것은 부모의 공통된 소원일 터. 푸르메스마트팜 건립에 써달라며 100만 원을 건넨 일도 그런 마음에서였습니다. 온 가족이 푸르메재단 기부자 초대이벤트 ‘기분UP×기부UP 2탄’에 참석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관람하고 난 자리에서 추 씨는 기부신청서를 조용히 내밀었습니다.


두 딸과 함께한 푸르메재단 기부자 영화 초대 이벤트
두 딸과 함께한 푸르메재단 기부자 영화 초대 이벤트

이미 결심을 굳히고 행사에 참석했었다는 김 씨는 “우리 아이와 또래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저희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요”라며 그 결정이 딸들의 자랑거리가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옆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큰딸이 “두 분이 함께하니까 더 자랑스러워요”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면서 푸르메스마트팜에 거는 기대가 크답니다. “장애청년들의 정서에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안정되면 훨씬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농사는 상당 부분 기계화되어 있다지만, 포장이나 검수처럼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아요. 시골 출신인 저희 부부는 어릴 적 농번기 방학 때 일손을 거들었던 경험이 많거든요.”


결코 작지 않은 변화


부부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푸르메재단을 만나면서부터. 김 씨는 “그동안 속도를 신경 썼다면 이제는 삶의 방향을 생각해야 할 나이죠. 저희에겐 기부와 봉사가 주는 행복과 만족이 커서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어요”라며, 작은 딸도 ‘엄마, 나도 취업하면 기부해도 돼?’라고 묻곤 한답니다.


“이제 저희 인생에서 기부와 봉사는 빼놓을 수 없어요!”
“이제 저희 인생에서 기부와 봉사는 빼놓을 수 없어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아야 해요. 기부는 유명 인사만 하는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란 걸요. 나눌수록 인식의 폭이 넓어져요. 남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요. 해보니까 알겠어요. 저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요.” 나눔이 김 씨에게는 “생활”이고 추 씨에게는 “행복”인 이유랍니다.


또 한 가지 계획이 있다면 부부의 이름을 각각 푸르메스마트팜 기부벽에 새기는 것. “아내 이름으로도 따로 크게 기부하고 싶어요. 먼 훗날 아이들이 기부벽을 보고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말이죠. 이렇게 계획이 드러나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웃음).” 추 씨는 아무쪼록 장애인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부금을 잘 써달라고 당부합니다.


장애인 가족들이 행복한 사회를 향해 계속 걸어가겠다는 부부
장애인 가족들이 행복한 사회를 향해 계속 걸어가겠다는 부부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푸르메가 준 변화는 엄청나요(웃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오늘도 힘차게 걷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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