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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만큼 느는 기부의 맛

러닝크루 MRTK 이진형 대표

 

도심 속을 질주하는 ‘러닝 크루’를 본 적 있으신가요?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건강한 열풍. 매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야간 도심 러닝을 즐기는 달리기 팀을 일컫는데 서울에만 수십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중 MRTK는 ‘기부’와 ‘러닝’을 결합한 ‘런도네이션’에 열정적입니다. 이들에게 운동복 말고도 또 하나의 필수품은 앙증맞은 돼지저금통이랍니다.

함께 달린 만큼의 금액을 모금하는 러닝 크루 MRTK의 이진형 대표
함께 달린 만큼의 금액을 모금하는 러닝 크루 MRTK의 이진형 대표

함께 달리며 기부하는 런도네이션

MRTK는 2018년 3월에 결성됐습니다. 줄곧 크루를 이끌어온 이진형 대표는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취미생활을 공유하면서 함께 즐겁게 뛰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금융인, 물리치료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의 20~30대 직장인 50여 명이 평일 저녁에 최적의 달리기 장소에 모여 1시간 가량을 달립니다.

여의도공원에서 펼쳐진 MRTK의 야간 도심 달리기
여의도공원에서 펼쳐진 MRTK의 야간 도심 달리기

“사람의 몸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설계가 되어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대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시원한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함께 뛰는 것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제게 진정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바쁜 일 끝나고 사람들과 스트레스를 푸는 거예요. 그렇다고 운동 중독자는 아니랍니다(웃음).”

지난 1월, 이진형 대표는 팀원들과 연간계획을 고심하다가 “평소 기부를 접할 기회가 없는 젊은층이 운동을 하면서 나눔도 할 수 있다면 어떨까?”하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올해는 달리는 사람들의 힘을 의미 있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지하철역에서 만난 한 장애어린이였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던 아이의 눈길이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입니다.

런도네이션 참여 신청 안내 (출처 : MRTK 인스타그램)
런도네이션 참여 신청 안내 (출처 : MRTK 인스타그램)

“한창 뛰어 놀아야 하는 시기에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을 보면 얼마나 좌절감이 크고 상처를 받을까요. 러너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고 응원한다는 걸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는데 러닝이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달린 만큼의 금액을 모아 기부하는 ‘런도네이션’이 탄생된 배경입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지는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판단에서 기금을 투명하고 반듯하게 운용한다고 믿어지는 푸르메재단을 기부처로 선택했습니다.

미션! 돼지저금통 750개를 널리 퍼트리기

매주 ‘런도네이션’이 열리는 수요일 저녁 7시 50분. 장소는 평화의공원, 한강공원 등 달라지는데 이번엔 여의도공원입니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이진형 대표는 퇴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도착합니다. 피곤할 법도 한데 표정에서는 에너지가 넘칩니다. MRTK를 상징하는 검정색 반팔티를 입은 30여 명의 팀원들이 모이자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느라 분위기는 금세 시끌벅적, 활기차졌습니다.

달리기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모습
달리기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모습

팀원들의 손에는 ‘Feed the pig, Fill your heart(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당신의 사랑을 채워요.)’라고 새겨진 노란 돼지저금통이 들려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저금통은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데 안성맞춤입니다. “각자 1km당 100원씩 모금해요.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면 몇 천 원, 몇 만 원이 돼요. 누구나 손쉽게 동전을 넣으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죠.” 이진형 대표의 차에는 저금통이 빼곡합니다.

돼지저금통을 받은 러너들(위)과 저금통을 배포하고 있는 MRTK 팀원들 (출처 : MRTK 인스타그램)
돼지저금통을 받은 러너들(위)과 저금통을 배포하고 있는 MRTK 팀원들 (출처 : MRTK 인스타그램)

저금통 750개 중 절반이 ‘주인’을 만났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크루들과 함께 달리는 ‘콜라보 기부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MRTK는 춘천, 전주, 제주로 마음 맞는 러너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찾아갑니다. “나중에 모금액이 전부 모이면 ‘코리아 러너’라는 이름으로 기부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저금통이 모두 회수되는 게 관건. 연말에 꽉 채운 저금통을 반납하는 ‘회수런’을 계획 중입니다.

힘찬 구호를 외치며 달리고 있는 MRTK
힘찬 구호를 외치며 달리고 있는 MRTK

이진형 대표는 그룹 선두에서 달리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나를 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달리세요”, “이제 마지막 바퀴입니다. 힘차게 파이팅을 외쳐봅시다!” 쉴 틈 없이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러닝을 마쳤을 때의 기분은 상쾌함 그 자체입니다. 1시간 동안 8km를 달린 러너들. 몸을 풀고 ‘런도네이션’의 의미를 공유한 뒤에야 끝이 났습니다.

꿈? ‘러닝’의 연관 검색어로 ‘기부’가 뜨는 것

MRTK는 임원진, SNS팀, 디자이너팀 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습니다. 런도네이션의 마스코트인 분홍 돼지 일러스트를 재능기부로 만든 디자이너 김희은 씨는 “같이 달리면서 제 속도에도 가속이 붙었어요.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으며 MRTK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러닝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라며 활짝 웃습니다.

창단 멤버로 고문을 맡고 있는 김일곤 씨는 육상선수 출신 스포츠브랜드 기획자. “다리 부상으로 재활을 하다가 5년 만에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감동이 밀려왔어요. 런도네이션을 기획한 이유도 다시 일어나서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희열을 장애어린이들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에요. 저희의 기부금이 장애어린이들이 꾸준히 재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데 쓰이길 기대해요.”

이진형 대표와 MRTK 창단부터 함께해온 김일곤 씨(오른쪽)와 김희은 씨
이진형 대표와 MRTK 창단부터 함께해온 김일곤 씨(오른쪽)와 김희은 씨

여럿이 함께하는 러닝의 매력에 대해 이진형 대표는 “혼자 뛸 때는 자신을 누르는 중력이 두 배로 크게 느껴져 포기하기가 쉬워요. 내가 어느 속도로 뛰는지도 모르죠. 서로 발 맞춰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뛰다 보면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 큰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기부와 러닝은 무척 닮았답니다. “미약해 보이는 티끌들이 모이면 커지잖아요? 여러 명의 작은 뜀박질이 누군가에게 큰 희망으로 전해질 수 있어요.”

“저희의 러닝이 한국의 많은 러너들에게 기부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꿈이 있다면 ‘러닝’을 검색할 때 ‘기부’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뜨는 거예요.” MRTK는 그 꿈을 함께 이루자며 행복한 달리기를 권유합니다.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어요. 운동복만 입고 오세요. 함께 달리며 돼지의 배를 든든히 채우다 보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얻으실 거예요. 망설이지 마시고 함께해요!”

많은 러너들에게 즐거운 기부문화를 알려나가는 MRTK (출처 : MRTK 인스타그램)
많은 러너들에게 즐거운 기부문화를 알려나가는 MRTK (출처 : MRTK 인스타그램)
<MRTK 런도네이션 참여 방법>
1) MRTK 공식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mrtk_official) 팔로우!
2)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런도네이션에 신청해 참가한다.
3) 러닝 후 돼지저금통을 받는다.
4) 열심히 달린 만큼의 금액(1km=100원)을 돼지저금통에 채운다.
5) 올 겨울, 함께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기적을 만든다.

*글,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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