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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 베푸는 한의사의 길

기부자 인터뷰 : 서관석 님

 

서울 광진구에는 ‘서울의 동쪽 환자를 구제한다’는 뜻의 동제한의원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계승하도록 지정된 ‘서울시 미래유산’이기도 합니다. 56년간 매일 환자를 치료하며 한의사 외길을 걸어온 서관석 원장은 “진료를 보는 한 기부도 계속 해야죠”라고 말합니다.

12년째 장애어린이의 재활을 위해 기부하는 서관석 동제한의원 원장
12년째 장애어린이의 재활을 위해 기부하는 서관석 동제한의원 원장

뼛속까지 한의사

진료실로 들어서자 인체의 경혈을 표시한 동인도가 놓여 있는 뒤편에는 한의학 관련 서적들과 감사패가 빼곡합니다. “한의사에게 은퇴란 없어요. 90세 넘어도 정신만 똑바르면 일할 수 있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진료를 멈출 수 없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인 서관석 원장은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현 한의약정책관)을 존치시키고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모금운동을 벌여 한의사회관을 짓는 등 한의계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한의학 서적과 감사패‧감사장으로 빼곡한 서관석 원장의 진료실
한의학 서적과 감사패‧감사장으로 빼곡한 서관석 원장의 진료실

1963년 한의대를 졸업한 서관석 원장은 고향인 경기도 여주에 첫 한의원을 개원했습니다. 그때 나이가 스물넷. 장날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붐볐다고 합니다. 1966년 서울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부터 한의사인 아들이 2대 원장으로 합류했습니다. “70년대만 해도 주변에 한의원이 거의 없어서 하루에 혼자서 60~70명씩 봤어요. 지금은 옆 진료실에서 아들이 저보다 환자를 더 많이 봐요.”

그동안 거쳐 간 환자들만 수십만 명. 한의사 인생을 통틀어 보람을 안겨준 환자들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중풍에 걸려서 팔다리를 전혀 못 쓰던 사람이 침을 맞고는 다음 날 걷게 됐어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지. 물혹 형태의 자궁근종 환자에게 한약을 지어줬더니 깨끗하게 낫기도 했어요.” 그런 환자들이 있어 힘든 진료에도 지치지 않습니다.

제일 잘하는 일로 선행

서관석 원장이 푸르메재단을 알게 된 건 2007년. ‘한방어린이재활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했습니다. “센터를 맡았던 허영진 원장의 소개로 참석했었지. 김성수 명예이사장님도 뵀었죠. 장애어린이의 신체 기능과 균형을 바로잡는 데 꼭 필요한 한방 센터가 생겨서 기뻤어요. 너무 오래된 얘기죠?(웃음)” 그 인연으로 12년째 매월 정기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2007년 푸르메재단 한방어린이재활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서관석 원장(오른쪽 두 번째. 푸르메재단 DB)
2007년 푸르메재단 한방어린이재활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서관석 원장(오른쪽 두 번째. 푸르메재단 DB)

평생 국내외를 누비며 의술을 베풀어온 서관석 원장. 1970년대 의료보험 도입 이전부터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가난한 노인들, 보육원 아이들을 무료로 진료했고, 전국을 돌며 금연침 시술 봉사도 했습니다. 한의원 문을 닫으면서까지 우즈베키스탄, 몽골, 러시아로 의료 봉사도 다녀왔습니다. “일주일에서 열흘에 걸쳐 수백 명의 환자들에게 맥을 짚고 침을 놔주고 약을 줬어요. 침 효과가 있었던지 제가 머무는 동안 계속 왔던 몽골 환자가 기억에 남아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습니다. “제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게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일이니까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은 저뿐만 아니라 의사고 한의사고 모든 의료인들이 한결같아요.” 기회가 닿는 대로 따뜻한 손길을 뻗어온 이유, 한학자였던 부친의 영향도 컸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감이 대단하셨던 분이셨어요. 저는 백분의 일도 못 따라가요. 그저 시늉만 하는 거지.”

푸르메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

서관석 원장은 푸르메재단뿐 아니라 매월 아동단체, 교회, 양로원, 장학회 등 여러 곳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기 힘든 아이들이 눈에 밟혀 중‧고등학교 장학회를 만들어서 어학실습실‧기숙사 건립비, 서울대 장학빌딩과 경희대 한의학관 건립기금을 쾌척했습니다. “나눌수록 제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 한의원 운영이 어려워서 형편상 쉽진 않지만, 그래도 도움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중단할 수 없죠.”

서관석 원장과 한의사들의 한방치료 임상 경험을 담은 책, 모금을 통해 건립한 대한한의사협회 건물 앞에서(출처 : 한의신문) http://www.akomnews.com/?p=15309
서관석 원장과 한의사들의 한방치료 임상 경험을 담은 책, 모금을 통해 건립한 대한한의사협회 건물 앞에서(출처 : 한의신문)

오랜 세월 나눔으로 응원했던 푸르메재단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답니다. “제가 한방장애재활센터 개소식 때 했던 말처럼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거라 봐요. 장애어린이를 위해서 국내에 없던 재활병원을 짓고 장애청년을 위한 일자리까지 만들고 있으니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거잖아요? 흐뭇해요.”

가끔 재활병원과 장애인 특수학교 등 시설 설립을 반대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낍니다. “선천적인 장애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하거나 운동‧등산하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요. 누구나가 처할 수 있는 상황인데 장애인 시설을 ‘혐오시설’로 간주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한의사를 하는 동안 푸르메재단과의 인연도 이어가야죠.”
“한의사를 하는 동안 푸르메재단과의 인연도 이어가야죠.”

당부 말씀을 부탁하자 “돈 몇 푼 내면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기부금을 필요한 곳에 알아서 잘 사용할 거라 믿어요”라며 한의원을 운영하는 동안 계속 함께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오래된 책상 위, 푸르메재단이 10년 이상 기부자들에게 보낸 머그컵에 그려진 코끼리의 우직함을 서관석 원장에게서 엿봅니다.

*글,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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