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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에게 행복한 일터를!

발달장애 아들 둔 김미화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편견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순악질’ 여사에서 농부가 된 개그우먼 김미화씨
‘순악질’ 여사에서 농부가 된 개그우먼 김미화씨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접어든 12월의 첫째 날, 느지막한 오후에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운영하는 용인의 농사카페 ‘호미’를 찾았다. 농사카페라는 말처럼 카페 호미를 둘러싼 평화로운 시골의 풍경은 가까운 친구의 집에 온 듯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넉넉하게 쏟아지는 늦가을 햇빛이 추수를 끝낸 빈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고, 어머니, 오랜만에 오셨네요,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요?”

주말 나들이객이 쉼 없이 카페를 드나드는 동안 김미화씨는 누구 한 사람 놓치지 않고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눈다. 이 카페에 어린 푸근함의 출발이 들판 한가운데 있는 카페의 주인장인 김미화씨에게서 나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농사는 예술이여! 농업법인 순악질”이라고 쓰인 카페 벽 아래에는 작은 농산물 판매대가 있어 주변 농부들이 직접 기르고 만든 달걀이며, 곡식이며, 조청 등이 전시되어 있다. 화창한 계절이면 매달 수천 명이 넘는 손님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보니 카페는 작아보여도 알찬 농산물매장이다.

“농사를 시작한 건 5~6년 되는 것 같아요. 쌀농사도 짓고, 고구마도 키우고, 땅콩도 키우고요. 땀 흘려 농사를 짓다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힐링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수확의 기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죠. 농사를 지으려면 우선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해요. 저도 이 동네 농부님들께 정말 많이 배웠어요.”

순악질 여사, 농부가 되다

김미화씨의 삶은 매순간 도전이다.
김미화씨의 삶은 매순간 도전이다.

전 국민을 웃게 했던 최고의 개그우먼에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늦깎이 대학생에서 지역의 농업과 문화를 엮어가는 농업인으로 김미화씨의 삶은 항상 새로운 도전이다.

‘복잡한 사정’으로 방송을 쉬게 되면서 김미화씨는 남편 윤승호 교수, 아들 윤진희씨와 용인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카페 호미를 열었다.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지역 농작물과 가공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이자 주말이면 공연이 열리는 문화의 중심이다.

“더 풍성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고민 중이에요. 관람객들이 비를 맞지 않고 공연을 즐길 수 있게 저 위쪽으로 공간을 확장하려고 해요.”

매주 열리는 카페 호미의 문화공연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재즈음악가인 윤승호 교수와 절친인 가수 홍서범씨 등 음악인들이 수시로 공연을 열고, 후배 개그맨들이 꾸미는 개그쇼도 한다. 여기에 아들 윤진희씨도 종종 참여한다. 진희씨는 드럼솜씨가 탁월한 드러머다.

김미화 씨가 직접 운영하는 농사카페 ‘호미’
김미화 씨가 직접 운영하는 농사카페 ‘호미’

발달장애가 있는 윤진희씨는 김미화씨가 2007년 윤승호 교수와 가정을 꾸리며 만나게 된,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다. 처음에는 발달장애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걱정도 많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누구보다 엄마를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잘 웃고, 사람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드럼을 사랑하는 진희씨.

“진희는 다른 발달장애인에 비하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경증에 속해요. 집에만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에 비하면 상황이 낫다 하실 수도 있지만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어울리다 보니 오히려 사기를 당하는 등 나쁜 일에 말려드는 일도 자주 있었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죠.”

진희씨가 한국에서 자꾸 괴롭힘이나 이용을 당하는 일이 많아지자 부부는 잠시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부부의 정성으로 대학까지 마쳤지만 진희씨가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발달장애인에게 너무나 모진 한국 사회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갈 곳도, 친구도 없죠. 진희도 드럼을 좋아해서 카페 뒤쪽에 연습실을 만들어줬는데 하루 종일 그 안에서 드럼만 칠 때도 있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고 그래요. 뭔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뭔가 다른 일을 찾으려고 시도해보고 노력도 해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인근에 있는 가구회사에도 가보고, 카페 일도 해보고 했는데 받아주는 곳이 별로 없었고, 적응도 잘 못했다. 현실적으로 진희씨가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이 우리 사회에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평생 돌봐야 한다고 각오는 하고 있다.

다만 최대한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중이다. 진희씨는 현재 부부의 바로 옆집에서 할머니와 산다.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부모가 지원하지만 가구는 분리되어 있으니 혼자 생활하는 방법을 차츰 알아가지 않을까 싶다.

최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외치며 삭발까지 했던 상황을 김미화씨도 잘 알고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님들이 발달장애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자주 오세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내 아이가 발달이 미흡할 뿐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은 거죠. 저는 사실 비장애인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는 되요. 그분들은 그냥 두려운 거예요. 잘 모르니까, 발달장애인과 접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김미화씨는 가장 좋은 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환경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없앨 수 있도록 사회적인 구조와 정책이 가장 밑단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당신은 장애인 친구가 있나요?

“외국에 가면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도심을 활보하거나 문화공간을 찾는 모습이 자연스럽잖아요. 장애인 때문에 늦고 불편하다는 편견 대신에 기다리고 배려하는 게 너무 당연하도록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정책과 교육의 철학이 달라져야 하는 거고요. 장애인을 위한 일터 역시 가급적 도시 안에, 자신이 사는 마을 근처에 있어야 해요.”

김미화씨는 한국이라서 안 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선진국도 한 번에 그런 문화와 제도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수많은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니 우리나라도 점차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영역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비장애인이 있는 학교에 장애인이 함께 있음으로 해서 장애인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죠. 함께 지내야 이해할 수 있잖아요. 직장에도 장애인 직원이 있어야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동료가 될 수 있고요. 평생 장애인 친구 하나, 장애인 동료 하나 찾을 수 없는 사회라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인터뷰 도중 진희씨가 카페로 들어오자 미화씨는 환하게 웃으며 자리로 이끌었다. 엄마 손에 이끌러 꾸벅 인사하고 드럼을 치러 가는 진희씨는 말 그대로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순수한 청년이다. 드럼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집중력으로 공부했으면 서울대에 들어갔을 거라고 웃는다.

푸르메스마트팜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는 김미화씨
푸르메스마트팜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는 김미화씨

“다 같이 행복해야 하지 않나요. 한 번 태어난 인생인데. 부모들이 바라는 건 다 같아요. 내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같이 일도 하고, 잘하면 칭찬도 받고, 어울려 즐기기도 하고 그랬으면… 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그러면서 푸르메재단이 추진하는 푸르메스마트팜이 발달장애 청년과 부모들에게 참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농업인으로 등록돼있는 순악질농업법인과 힘을 합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자고도 했다.

“상처받지 말고, 지치지 말고, 건강하세요!”

윤승호 교수가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3일만 더’라는 노래가 많은 부모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아이가 천사의 품에 안길 때까지 3일만 더 살다가 그 곁으로 가고 싶다는 발달장애 부모님의 심정을 담은 노래.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께 힘이 되는 한마디를 청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셔야 되요. 지치지 말아야 하고요. 남들한테 섭섭한 이야기 할 필요도 없어요.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이겠거니 하고 상처받지도 마시고요. 저는 우리 아들 때문에 많이 웃어요. 진희는 부정적인 게 없어요. 밥을 먹어도 다 맛있대요. 맨날 ‘엄마 좋아요, 행복해요!’ 그래요. 제가 코미디를 안 하고 있어도 저는 그냥 코미디언 김미화예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남들이 알아주든 아니든, 이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아이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내 아이에요. 엄마아빠가 상처받지 말아야 해요. 누구보다 스스로 행복하셔야 해요.”

3일만 더
-윤승호 작사‧작곡-

이 세상 어느 누가
너를 다르다 했나
하늘이 내려주신
소중한 선물 내 아들
장막을 걷어 주리라
거친 파도 막아 주리라
네가 꿈꾸는 그 곳,
그 곳 향해 갈 수 있도록

나의 소원 들어 보렴
아빠는 기도 한단다
제게 시간을 주소서
자식보다 3일만 더
너를 바라볼 수 있게
너를 지킬 수 있게
너의 힘겨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제게 삼 일만 삼일 만
더 허락하소서
그가 천국에 오르는 그 순간
품에 안아 줄 수 있도록
삼 일만 삼일 만
삼일 만 더 주세요
자식품고 머나먼 길
영원한 길 떠날 수 있도록

three more days
I’ve got to see my angel
stepping up to heaven,
three more days

*글= 임지영 팀장 (기획팀)
*사진= 정태영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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