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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진 마음의 거리

한국인 남편을 만나 서울에 정착한 일본인 사이토 아키(48) 씨. 서툰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족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딸 보희(17)가 큰 힘이 됐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천천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희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두 모녀의 관계 회복을 위해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심리 상담을 지원했습니다.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보희와 어머니 사이토 아키 씨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 보희와 어머니 사이토 아키 씨

“문제 행동을 보이는 딸”

상담이 시작되자 엄마의 얼굴에 근심이 내려앉았습니다. “보희가 부쩍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해요. 얼마 전엔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틀이 지나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는데 친구네 집에 있다는 거예요. 걱정하는 가족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게 서운했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꾸짖어도 보고, 타일러도 봤지만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어요.”

엄마는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낙담했습니다. “보희는 친구가 없어 고민이래요. 그래서인지 친구가 먼저 다가와 부탁을 하면 어떤 부탁이든 다 들어줘요. 지적장애가 있지만 학습능력과 이해능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뒤처질 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장애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아이를 이해 못하는 건지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자신 탓인 것만 같다며 자책했습니다. 엄마는 보희를 세심하게 보살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 쓰입니다. “결혼 초에는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못한 건 아닌지……. 제가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달라졌을까요?”

딸의 문제 행동에 대한 대처방법을 알고 싶었던 엄마
문제 행동을 보이는 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

“고민을 알아주지 않는 엄마”

보희 역시 최근 엄마와 마찰이 있었던 일화부터 전했습니다. “친구가 주말에 같이 놀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저는 친구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요. 엄마가 허락해주시지 않을 것 같아 연락을 못했어요. 친구 문제로 엄마와 자주 의견이 부딪혀요. 엄마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해요.”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보희는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저는 친구가 많이 없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데도 나아지는 것이 없어 답답해요. 가끔 엄마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 왜 친구 사귀는 게 어려운지 이해못하세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게 저한텐 왜 어려운지.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친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침 고등학교 예비소집일 이었다는 보희는 설렘보단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습니다. “친구 사귀는 것도 걱정이지만 공부하는 것도 힘들어요. 중학교 때도 너무 어려워서 잘 못 따라갔어요. 고등학교는 더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고민을 알아주지 않는 엄마가 섭섭했던 딸
고민을 알아주지 않는 엄마가 섭섭했던 딸

“장애 특성 이해하는 게 중요”

두 모녀의 심리 상담을 맡은 이현주 치료사는 보희가 가진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희는 경증이지만 지적장애가 있어요. 이런 친구들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친구를 사귄다거나 수업 받은 걸 응용하기 굉장히 어려워해요.”

그리고 엄마에게 보희와의 대화 방식을 바꿔보라고 조언했습니다. “보희와 이야기 할 때는 모든 걸 세세하게 설명해줘야 해요. 현미경으로 10배 확대한다는 느낌으로요.” 보희에게는 자신의 선택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반복해 일러줬습니다. “친구가 무언가를 요구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항상 생각해봐요.”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 지 6개월. 두 모녀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화하고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만으로 가까워진 마음의 거리. 푸르메재단과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게 됐어요.”
“서로를 이해하게 됐어요.”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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