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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기억하는 방법

[기부자] 오흥원 기부자

 

“마침 어머니 기일에 인터뷰를 하게 되어 뜻 깊네요.”
12월 8일, 오흥원 씨(54)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6년째 되는 날을 특별하게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생전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베푼 사랑을 나눔으로 되새기는 것. 얼굴에서는 상실감과 그리움 대신 평화로운 기운이 읽힙니다.

어머니의 기일을 나눔으로 새기고 있는 오흥원 씨
어머니의 기일을 나눔으로 새기고 있는 오흥원 씨

나눔으로 추모하다

외국계 은행에서 30여 년째 재무관리자로 일하는 오흥원 씨. 2011년, 친정어머니가 파킨슨병으로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젊어서부터 홀로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였습니다. 오흥원 씨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두 딸한테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너희 할머니 덕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제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기를 바라셔서 교육열이 높으셨던 어머니의 소망처럼 대학 졸업해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지금 제 나이 때 편찮으시기 시작했어요. 병세가 깊어진 5년 동안 거의 누워만 계셨는데 힘들게 사셔서 병이 나신 게 아니었을지… 생각할수록 안쓰럽고 짠해요.”

생전의 어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가족들과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
생전의 어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가족들과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

남들처럼 때 되면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두 살 터울 오빠가 어머니 투병하시는 내내 곁을 지킨 것도 모자라 제사까지 챙겨야 하는 모습에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빠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번갈아 제사상을 차리면서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진정으로 추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를 제안했습니다.

가슴에 되새긴 어머니의 흔적

기부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했던 판단 기준은 투명성이었습니다. “기부금으로 운용되는 곳이라면 더 투명해야 기부금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종교색을 띄지 않으면서 조직과 기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단체를 알음알음 찾다가 매일 출퇴근길에 지나치던 푸르메재단이 눈에 띄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느라 쉴 틈 없었지만 딸의 졸업식만큼은 꼭 참석했던 어머니
생계를 책임지느라 쉴 틈 없었지만 딸의 졸업식만큼은 꼭 참석했던 어머니

“가족들이 어머니를 위해서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아프셨던 어머니를 봐왔던 터라 장애어린이를 돕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아졌어요.” 12월부터 매달 정기기부는 물론 매년 기일에도 기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어머니를 계속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힘이 닿는 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나눔이 추모의 방식으로서 훌륭한 대안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오흥원 씨
나눔이 추모의 방식으로서 훌륭한 대안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오흥원 씨

오흥원 씨는 장남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 의무감과 여자들이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수고로움을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제사의 목적이 추모인데 형식을 강요하는 건 비합리적이죠. 저부터 실천하자 해서 친정 쪽 제사를 없앴죠.” 기부는,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도리’로 뿌리 깊게 인식돼 온 제사에 대한 짐을 덜어내는 대안임을 오흥원 씨가 보여줍니다.

관심을 틔우다

봉사와 기부에 대해 무심했던 오흥원 씨는 푸르메재단과 함께하면서 주변에 대한 관심이 싹텄습니다. “은퇴할 나이도 되고 애들도 다 커서 신경 쓸 일이 줄어드니까 아픈 이들에게 관심이 가요. 장애어린이를 잘 품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그리고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어요.”

평생 재활하며 살아가야 하는 장애어린이에게서 휠체어를 타느라 이동에 불편함을 겪었던 생전의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장애어린이를 돌보는 부모를 애처롭게 보지만 말고 장애 인식을 바꾸고 시설 투자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을 남기고 떠난 어머니를 나눔으로 추억하는 오흥원 씨
사랑을 남기고 떠난 어머니를 나눔으로 추억하는 오흥원 씨

오흥원 씨에게 나눔이란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게 돕는 힘”입니다.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지나치지 않고 손에 뭐라도 쥐어주려 했던 어머니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방안은 나눔이에요. 하면 할수록 위로도 되고 중독성도 있어요.”

인터뷰를 위해 오흥원 씨가 준비해 온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사진들. 앨범 속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의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어머니는 가셨지만 그 자취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살리는 빛으로 언제까지고 기억될 것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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