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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의 연결고리

[기부자] 정현식·정홍찬 부자

 

아빠와 아들은 바쁩니다. 직장일로 밤 11시 넘어 퇴근하는 아빠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고등학생 아들. 평일에는 서로 얼굴을 볼 기회가 손꼽을 정도입니다. 정현식(46)‧홍찬(15) 부자가 나눔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서 오랜만에 마주보며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푸르메재단 정기기부자로 함께하고 있는 정현식‧홍찬 부자
푸르메재단 정기기부자로 함께하고 있는 정현식‧홍찬 부자

아빠가 끼운 첫 단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던 날, 정현식 씨는 우연히 신문 기사를 읽게 됐습니다. “국내에 재활이 필요한 장애어린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과 병원을 세우기까지의 어려움, 큰 기금을 모아온 과정을 하나하나 알게 됐어요.” 아내의 동의를 곧바로 얻어 푸르메재단의 정기기부자가 됐습니다.

아들의 건강한 성장에 감사하며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정현식 씨
아들의 건강한 성장에 감사하며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정현식 씨

“홍찬이 태어났을 때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감사해요. 지금이야 공부하라고 야단치고 그러지만(웃음). 주변에서 장애어린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데 이런 병원이 처음 생겼다고 하니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1년이 훨씬 지나서도 장문의 기사 내용을 소상히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함께하는 기쁨

정현식 씨는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8개월 뒤 또 한 번 정기기부를 신청했습니다. 이번엔 아들 이름으로 말입니다. “아들이 기부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을 키워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홍찬 군이 아빠 얘기를 듣더니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아빠처럼 계기가 있어 기부한 건 아니에요. 다른 단체에 정기 후원을 하고 있는 엄마와 동생처럼 저도 뭔가 해야겠다 싶었어요. 마침 아빠가 푸르메재단을 소개해주시고 같이 기부하겠냐고 제안하셔서 동참하게 됐어요.”

성인이 되면 기부와 봉사를 넓혀가고 싶다는 정홍찬 군
성인이 되면 기부와 봉사를 넓혀가고 싶다는 정홍찬 군

그러면서 자기 이름으로 도움이 된다니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하답니다. 공부하랴 학원 가랴 쉴 틈이 없지만 기부처럼 빼놓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두 시간씩 경제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찾아가는 영어교육봉사입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 홍찬 군은 아이들과 노는 것도 즐겁고 제일 자신 있는 영어를 가르칠 수 있어 기쁩니다.

장애에 대한 시야를 넓힌 시간

대기업 해외 파견 근무로 가족들과 3년간 캐나다에서 생활한 정현식 씨는 장애인 이동권의 국내외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보도와 차도를 콘크리트로 통일해 타설합니다. 보도블록은 덜컹거려서 전동휠체어 타는 장애인들에게 불편할 수 있거든요. 공사는 보도블록에 비해 오래 걸리지만 교통 약자 측면에서 사회적 배려가 담겨있는 거죠.”

홍찬 군이 학교생활에 대해 덧붙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장애 학생이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어울려 밥을 먹고 수업을 들어요. 선생님의 역할은 장애 학생이 다치지 않게 관리해주는 거예요. 장애가 있든 없든 똑같이 대하는 느낌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아쉬워요.”

우리는 복지 여건이 열악해도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믿는 정현식 씨. “사회가 변하려면 제도와 사람이 바뀌어야 해요. 아무리 훌륭한 선진국의 시스템을 갖고 오더라도 한국의 현실에 정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언젠가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장애인 복지가 잘 갖춰진 사회가 될 거예요.”

기부는 당연한 도리

기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힘주어 말하는 정현식 씨. “가정을 이루고 제 몫을 할 수 있는 건 사회와 이웃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해요.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하는 게 기본 도리죠.”

나눔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아빠와 아들
나눔에 있어서만큼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아빠와 아들

사뭇 진지한 얼굴의 홍찬 군은 나눔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합니다. “저는 좋은 부모님 만나서 집도 있고 캐나다에서 영어도 배울 수 있었잖아요. 억만장자들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기는 모습이 멋있어요. 저도 받은 것을 봉사나 기부로 환원하고 싶어요.” 정현식 씨는 “아들의 생각이 이토록 깊은 줄 몰랐다”며 흐뭇해합니다.

전국에 어린이재활병원이 퍼져나가길 소망한다는 정현식 씨의 바람에 홍찬 군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일럿이 꿈인 홍찬 군은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면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빠처럼 제 힘으로 돈을 벌어서 기부하는 겁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서로를 ‘자상한 아빠’, ‘믿음직한 아들’이라고 칭하는 부자에게서 끈끈한 신뢰가 묻어납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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