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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청년이 바라본 세상

[열정무대] 신동민 화가

자폐성장애로 말도, 웃음도 적은 신동민(24) 씨.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다릅니다. 묻는 말에 대답도 하고, 소리 내 웃기도 합니다. ‘천재 화가’란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본인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말로 꺼내지 못하는 생각들을 좋아하는 그림으로 표현할 뿐입니다.

장애예술가 전용 창작공간 잠실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동민 씨
장애예술가 전용 창작공간 잠실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동민 씨

풍부한 창의력과 상상력

신동민 씨가 10분 만에 드로잉을 끝냅니다. 수정 없이 한 번에 쓱 그려내지만 미세한 표정, 작은 몸짓 하나까지 생생히 표현됩니다. 색도 거침없이 고릅니다. 고민 없이 물감을 섞어 여러 가지 색을 뚝딱 만들어내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빠르게 작품 하나를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이 경이롭습니다.

동물원, color pencil on paper, 76x56cm, 2017
동물원, color pencil on paper, 76x56cm, 2017

코끼리, 기린, 얼룩말, 낙타……. 신동민 씨의 그림에는 동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깊은 대화가 어려운 신동민 씨를 대신해 어머니 김완옥(52) 씨가 그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동민이가 그림을 그릴 때 인터넷 검색을 해 이미지를 찾고, 그걸 보고 그리는데, 대부분 동민이가 좋아하는 월트디즈니 만화 속 동물들이에요.”

하지만 똑같이 그리는 법이 없습니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자신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보면서 그린 이미지와 완성된 그림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달라요. 보통 무언가를 보고 그릴 땐 본 대로 완벽하게 표현하려고 하는데, 동민이는 구도, 색상, 모양 모두 자기화 시켜서 그려요. 대상의 일부를 과감하게 잘라 그리기도 해요.”

즐거움 가득한 세상

신동민 씨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그림에 담아냅니다. 위트 있는 표현과 경쾌한 색감이 말해줍니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는 걸. 전문가들은 신동민 씨 내면의 순수함이 그림에 투영돼 있다고 평가합니다.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젬마 씨는 신동민 씨의 독창성은 노력한다고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hyggelic family 1, acrylic on canvas, 42x26cm, 2017
hyggelic family 1, acrylic on canvas, 42x26cm, 2017

어머니 김완옥 씨에게 소감을 묻자 겸손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동민이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건 많이 그렸기 때문이에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코끼리 같은 경우는 엄청 그려댔어요. 그렇게 그렸으니, 눈 감고도 그릴 정도가 된 거죠. (웃음)”

하루 작업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짧게는 5시간, 길게는 9시간도 그림을 그립니다. “저는 동민이가 3시간 정도만 그림을 그렸으면 해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다른 취미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말리지 않으면 계속 그려요. 좋아하는 것에 무섭게 몰입하는 게 자폐성장애의 특징이기도 하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신동민 씨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신동민 씨

행복한 화가가 꿈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각종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신동민 씨는 2015년 첫 개인전 이후 더욱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식개선도서의 삽화를 그리고,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핸드폰 케이스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동물 외에 인물, 건물 등 다양한 소재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꽃 · sound of music, acrylic on canvas, 119x91cm, 2013
꽃 · sound of music, acrylic on canvas, 119x91cm, 2013

신동민 씨에게 다가가 “어떤 화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묻자 “행복한 화가요.”라고 대답하고는 다시 작업에 열중합니다. 어머니 김완옥 씨는 그런 신동민 씨를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염원합니다. 신동민 씨의 꿈이 이뤄지길…….

“동민이의 장애를 처음 알고, 10년 동안은 사는 게 우울했거든요. 동민이가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려도 다 부질없다 생각했죠. 저는 동민이가 말을 하고, 사람들과 섞여 지내길 더 바랐어요. 그런데 제 욕심 때문에 행복을 놓치고 있단 걸 깨달았죠. 동민이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웃음)”

행복한 화가를 꿈꾸는 신동민 씨와 어머니 김완옥 씨
행복한 화가를 꿈꾸는 신동민 씨와 어머니 김완옥 씨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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