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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단 하나의 신발

“5분 이상 걷기 힘들어하던 아이가 요즘은 1시간도 잘 걸어요. 신발 하나로 찾아온 변화라면 믿으시겠어요? (웃음)” 박미정(43) 씨가 딸 선우(13)가 신고 있는 신발을 손으로 가리킵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검정색 단화.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오직 선우만을 위해 제작된 특별한 신발입니다.

맞춤용 교정신발을 신고 걷기 연습을 하고 있는 장선우 어린이와 엄마 박미정 씨
맞춤용 교정신발을 신고 걷기 연습을 하고 있는 장선우 어린이와 엄마 박미정 씨

신발장인이 만든 신발

두 달 전 서울의 한 신발제작업체. 엄마가 선우의 상태를 설명합니다. “선우는 머리가 작은 소두증을 갖고 태어났어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뇌기능이 발달되지 않아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죠. 합병증으로 척추에 문제가 생겨 보행장애도 겪게 됐어요. 발을 뗄 때마다 아파하고, 중심을 잡기 힘들어해요. 그래서인지 걸으려 하질 않아요.”

독일 정부가 인정한 신발장인, 슈마이스터가 선우(13)의 발을 살핍니다. 스캐너로 발모양을 측정하고, 걸을 때 통증을 느끼는 부위도 확인합니다. “발바닥이 편평해서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요. 발목도 틀어져 있는데다 양쪽 다리 길이도 달라서 걸을 때 안정성도 떨어져요. 세 가지 문제를 커버해줄 수 있는 신발이 필요해요.”

슈마이스터의 처방에 따라 신발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잘 맞지 않는 신발은 오히려 발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어 모든 작업이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됐습니다. 신발이 완성되기 까지 걸린 기간은 꼬박 두 달. 선우의 발모양에 맞게 본을 뜨는 것부터 깔창을 만들고, 가죽을 잘라 이어 붙이는 것 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신발 제작에 앞서 발모양 측정에 나선 선우 (워킹온더클라우드)
신발 제작에 앞서 발모양 측정에 나선 선우 (워킹온더클라우드)

처음 느껴보는 편안함

“하나, 둘, 셋.” 선우가 새 신발을 신고 물리치료사의 구령에 맞춰 계단을 오릅니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선우의 걸음걸이가 달라졌다고 귀띔합니다. “신발이 무게감이 있고, 발목을 잘 감싸주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넘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 걷던 선우가 안정감을 찾았어요. 발목이 잘 꺾였는데, 그 부분도 좋아졌어요.”

선우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 마다 뿌듯한 듯 어깨를 으쓱입니다.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으며 신발을 내려다봅니다. 선우의 활기찬 몸짓에 엄마의 입가에 미소가 맺힙니다. “선우 스스로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일단 아프지 않으니까 점점 움직임이 늘고, 매사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더라고요.”

편안한 신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엄마는 털어놓습니다. “신발을 여러 켤레 맞춰봤어요. 형태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면서요. 그런데 선우가 아프다고 아예 신으려 하질 않더라고요. 업체에서는 신발에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속상했어요. 여러 켤레의 신발보다 제대로 된 신발 하나가 중요하단 걸 깨달았죠.”

새 신발을 신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선우
새 신발을 신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선우

“지원 없이는 힘들어요.”

선우에게 아프지 않은 신발을 신겨주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맞춘 신발만 네 켤레. 들어간 돈이 180만 원이나 됩니다. “선우한테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춘 신발을 그나마 싸게 맞춘 게 한 켤레에 45만 원이었어요. 저희한테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인데, 기성화를 신고는 아이가 걸을 수 없으니까 어찌할 도리가 없었죠.”

하지만 고가의 신발을 무턱대고 계속 맞출 수 없는 노릇. 경제적 사정으로 더 이상 자비를 들일 수 없었습니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맞출 수 있었던 건 푸르메재단과 SPC그룹의 ‘장애어린이 정형신발 지원사업’을 통해서였습니다. 신발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가격이 80만 원에 달했지만, SPC그룹이 전액을 후원했습니다.

엄마는 선우에게 맘껏 세상구경을 시켜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인데, 집에만 있는 선우를 볼 때면 마음이 아팠어요. 이제 자주 데리고 나가려고요. 그동안 못했던 바깥나들이를 많이 시켜주고 싶어요.” 신발 한 켤레로 삶의 질이 달라진 선우. 푸르메재단과 SPC그룹이 장애어린이들에게 정형신발을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고, 나들이가 즐거워진 선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고, 나들이가 즐거워진 선우

*글, 사진= 김금주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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