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선수단, 시드니마라톤 완주
9월 23일 호주 시드시 오페라하우스 광장에 태극기가 펄럭였습니다. 올해 일곱 번째를 맞는 시드니마라톤에 참가한 한국장애인선수단이 결승점을 통과할 때 마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민국을 외쳤기 때문입니다.
전문 마라토너가 중심이 된 뉴욕이나 시카고, 베를린대회와 달리 시드니 국제마라톤은 말그대로 전문 러너와 가족이 함께 달리는 도시축제성격의 페스티벌입니다.
이날 대회에는 장애인 최초로 트라이애슬론을 완주하고 25회 풀코스 완주기록을 가지고 있는 차승우씨와 3시간 26분 기록의 울산 시각장애인 이윤동씨, 10km 1시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여성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정수야씨 등 시각장애인 세 분이 참가했습니다.
지체장애인으로서는 1살 때 열로 인해 소마아비장애를 가지게 됐지만 국내 600km 휠체어 마라톤에 참가한 전승훈씨, 곱사등이 수술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휄체어 마라토너 변정수씨,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배형진씨와 두 다리가 없지만 로키산맥을 등정하고 2007 독일 장애인수영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10살 김세진군 등 모두 7명의 장애인이 참가했습니다.
또 이번 대회를 후원한 에쓰오일에서 사회공헌팀 김영하 과장, 김도형 과장, 울산본부에서 이윤동 선수 도우미로 김정길씨, 정수야 선수 도우미로 이원택씨가 참가했습니다. 또 차승우 도우미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장, 푸르메재단에서 백경학 상임이사, 임상준 팀장, 이번 대회참가를 주관한 여행춘추 조석현 이사, 배형진씨 어머니 박미경씨, 김세진군 어머니 양정숙씨가 함께했습니다.
한국선수단은 21일 아침 호주에 도착한 뒤 시드니 주변의 관광과 전날 배번호 인수, 마라톤 코스 답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도착 첫날 방문한 시드니외곽 본비치 해안, 3미터가 넘는 파도와 15도 전후의 기온에도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멀리 왼쪽에 시드니 상징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보입니다.
선수단이 배번호를 받고 방문한 블루마운틴. 미국의 그랜드캐년 같이 퇴적층이 융기해
생성된 협곡으로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것이 세자매봉이라고 합니다.
협곡 입구에서 만난 호주 원주민이 전승훈 선수와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행 중에는 무서운 표정을 한 원주민에게 전 선수가 생포된 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은 호주관광청소속으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일한다고 합니다.
대회 전날 머물고 있는 호텔 옆에 있는 공원에서 선수들은 몸을 풀었습니다. 시드니 시내에는 모두 6000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있다고 합니다. 시내 곳곳에 이렇게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요?
23일 대회가 열린 날에는 모두 4시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5시까지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선수 중 몇 사람은 아침 추위와 긴장감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어서 호텔에서 가져간 담요로 몸을 둘둘 감고 잔디밭에 앉아서 출발을 기다렸습니다. 영락없는 노숙자 같아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6시15분 휠체어 하프 마라톤에 출전한 변정수씨를 시작으로 선수들의 역주가 시작됐습니다. 휠체어 하프 종목에는 변정수 선수 혼자 신청해 무산될 수 있었지만 우리 선수단의 강력한 요청으로 변 선수가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부인 역시 장애인이고 중학생 딸에게 아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모두가 숙연했습니다. 변선수는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끝에 태극기를 앞세우고 골인했습니다.
변선수가 입장하는 순간 다른 선수들은 물론 결승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원더풀”, “그레이트”를 연호하며 변선수를 격려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한국 교민과 관계자들은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풀코스 마라톤 코스에는 시각장애인 차승우씨와 고승철씨, 시각장애인 이윤동씨와 김정길씨가 역주를 했습니다.
차승우씨와 고승철씨가 하버브리지를 지난 시드니 시내를 역주하고 있습니다.
42.195km 참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특히 시드니는 크고 작은 언덕과 돌아가야 하는 서커스(로터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달리는 선수 뿐 아니라 휠체어 선수들에게도 난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우미인 김정길씨는 35km지점에서 발에 쥐가 나서 쓰러졌다고 합니다.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완주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엠블란스가 달려와서 김씨를 태우려고 했지만 김씨는 끝내 승차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윤동씨의 도우미로 왔는데 이곳에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의지가 다시 투혼을 불렀습니다. 이윤동씨의 헌신적인 마사지와 격려를 받으면 그들은 끝내 결승점에 도달했습니다.
이윽고 휄체어 풀코스 선수인 전승훈씨가 골인했습니다. 세계1위인 호주선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우리 태극기를 앞세우고 입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환호했습니다. 상금으로 그는 신혼여행을 못간 부인을 위해 여행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정수야, 이원택씨도 골인을 했습니다. 정수야씨는 골인직후 쥐가 나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도우미인 이원택씨가 두 시간이 넘게 마사지를 한 끝에 정씨가 웃을 수 있었습니다.
김세진군과 어머니 양정숙씨의 골인장면. 두 사람은 3.8km의 패밀리런 코스를 완주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번 시드니 마라톤은 장애인들이 대거 참가해 더욱 의미를 더했습니다. 장애인 가족과 소속된 단체 관계자들이 휠체어를 앞세우고 코스를 완주해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가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장애인 선수단이 메달을 자랑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으로 이날 행사를 마쳤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모든 코스를 완주한 장애인선수들과 도우미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