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갖게 한 아이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희귀난치질환자 가족 심리상담 지원사업 인터뷰

효정 씨의 사남매 자녀들(왼쪽부터 넷째 준서, 둘째 가희, 첫째 준태, 셋째 준희)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함께하는 ‘희귀난치질환자 가족 심리상담 지원사업’은 장애인 가족을 위한 상담 서비스 제공으로 자아존중감 향상, 가족 간 협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돌봄 가족 또한 장애인 당사자만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죠. 지지와 공감으로 힘을 얻은, 준희 어머니 효정 씨로부터 그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하기만 했어요”
2년 전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입원했을 당시의 준희 모습
효정 씨가 네 자녀 중 셋째 준희의 아픔을 처음 발견한 건 2년 전 여름입니다. 방학을 맞아 떠난 가족여행 중에 준희가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것이죠. 준희는 곧장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5일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쓰러졌을 때 준희가 머리도 많이 아프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병원에서 뇌수막염 검사를 진행했고, 뇌염 판정을 받았어요. 여행지에서 서울로 올라와서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3주일 정도 지냈어요. 거기서도 기적적으로 깨어났죠. 정말 건강한 아이였는데….”
준희는 서울의 병원에서 퇴원한 후 세 군데의 병원을 더 다니다가, 그중 한 곳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낮병동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5개월 후, 준희는 상세 불명의 뇌전증 지속상태로 인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지 약 1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어머니 효정 씨
준희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증상과 장애 판정으로 효정 씨는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엄마를 찾는 준희를 보며 희망을 잃지 말자고 거듭 다짐했지요. 그렇게 병동을 오가며 준희의 치료에 집중하던 어느 날, 이번에는 둘째 가희와 넷째 준서의 변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준희의 돌발 행동 때문에 가희와 준서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엄마 손길이 가장 필요한 6살, 8살 무렵이었는데, 저도 준희를 챙기느라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거죠.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하기만 했어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녀의 장애와 재활치료의 일상을 마주해야 했던 때. 효정 씨는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희귀난치질환자가족 심리상담 지원사업을 만났습니다.
“가장 듣고 싶던 말을 들었어요”

둘째 가희와 셋째 준희
효정 씨와 아이들은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총 16회의 상담 치료를 받았습니다. 둘째 가희와 넷째 준서는 놀이 활동, 준희는 감각 및 행동 조절 훈련도 동반했지요. 효정 씨는 자녀에 대한 마음 나눔과 양육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어느새 가희는 미술, 준서는 축구를 비롯한 운동 면에서 실력을 뽐내게 되었죠. 특히 가희는 상담일을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날로 꼽기도 했습니다.
“결핍을 느꼈을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적절한 시기에 지원을 받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상담을 받는 시간은 정말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일정을 맞춰 아이들을 데려오는 게 쉽지 않지만, 결국 저 스스로에게 잘 마무리했다며 칭찬해 줬어요. ‘효정아, 너 너무 잘했다!’ 하면서요.”
효정 씨는 돌봄의 어려움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준희의 담임선생님이나 같은 학급의 학부모들을 대할 때도 조심스러웠죠. 준희의 돌발 행동으로 놀란 사람들에게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담 치료 가운데 효정 씨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힘든 걸 참고 또 참았어요. 그런데 상담가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어머니, 참지 마세요. 힘드신 게 당연해요. 다 이야기하세요!’ 이 말이 얼마나 후련했는지 몰라요.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울었지만, 헛된 눈물은 아니었어요.”
도움을 요청하고 나니 필요한 곳에 연결되었습니다. 효정 씨와 같은 장애인 돌봄 가족에게 도움을 주려고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처럼요.
“앞으로의 일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해요”

한때 효정 씨는 준희를 향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를 의식하느라 준희의 치료나 약 복용 시기를 놓치기도 했지요. 그래서 자신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다른 부모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마세요. 장애 자녀도, 그 부모님도 모두 보호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장애 자녀를 뒤로 숨기지 마세요. 본인도 숨지 마세요.”
효정 씨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준희는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우울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 그를 움직입니다. 현재 효정 씨는 장애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비전을 갖고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준희가 책을 참 좋아해요. 같은 책을 봐도 남이 잘 보지 않는 독특한 부분을 발견하고 계속 반복해서 읽곤 해요. 이런 준희의 마음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에 대해서는 ‘치료’로 접근하지만, 저는 책이나 학습지로 장애어린이를 ‘교육’하고 싶어요. 장애어린이 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요.”
효정 씨에게 준희는 자신을 힘들게 한 아이지만, 희망을 갖게 한 아이이기도 합니다. 준희로 인해 감사한 일이 더 많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삶이 정말 특별하다는 것까지 깨닫습니다.
“갑자기 어려워진 현실로 바닥을 쳤었죠. 하지만 그 바닥을 차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저에게 일어날 일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모두 푸르메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덕분이예요.”
글=최고은 대리(마케팅팀)
사진=푸르메재단, 이효정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