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느낀 기부의 재미, 나눌 줄 아는 어른으로 키웁니다”
“어릴 때 느낀 기부의 재미, 나눌 줄 아는 어른으로 키웁니다”
12년째 학생들과 알뜰시장 열어 기부하는
숭의초등학교 박성우 교사
매년 여름 숭의초등학교에서는 떠들썩한 행사가 하나 열립니다. 바로 5・6학년 학생 전체가 참여하는 ‘알뜰시장’. 각자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바자회를 엽니다. 친구들이 좋아할 법한 스티커와 굿즈, 학용품은 물론 마사지건 같은 생활용품과 엄마가 안 쓰는 화장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강당 좌판에 펼쳐집니다. 물건을 팔기 위한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모습에 웃음이 넘칩니다.
2025 숭의초 알뜰시장 모습
이 행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수익금을 재활치료 중인 또래 친구들을 위해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세뱃돈 기부로 시작된 숭의초 학생들의 나눔은 이듬해 알뜰시장으로 이어졌고, 벌써 12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적 기부금도 2,150만 원에 달합니다. 본래 6학년만 참여하던 행사에 작년부터는 5학년이 동참해 규모가 커졌지요. 매년 학생들과 함께 알뜰시장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는 박성우 교사(5학년 부장). 그는 “알뜰시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기부의 재미와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기부를 재미있고 즐거운 일로 여기길
박성우 교사는 2013년 담임을 맡았던 반 아이들과 세뱃돈 기부를 한 뒤, ‘나눔 교육’을 고민했습니다. 이전부터 숭의초에는 부활절이나 추수감사절 헌금으로 기부하는 전통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더 재밌게 나눔을 경험하길 바랐습니다.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하는 기부는 아이들의 기억에서 금세 잊히기 때문이지요.
“공부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들이 오래 기억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해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서 팔아보자’고 했지요. 무엇을 가져와서 어떻게 팔까 고민하고, 현장에서 판매하면서 아이들은 즐거움을 느낍니다. 상품 진열부터 홍보, 판매까지 기가 막히게 잘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수익금을 정산하면서 ‘이제 기부하러 간다’는 기대감과 설렘도 느낍니다. 이 모든 경험이 모여 아이들에게 ‘기부 = 기쁨・재미・행복’으로 기억됩니다.”
푸르메재단 벽에 걸린 제자들의 사진 옆에 선 박성우 교사
이렇게 마련한 기금을 계속해서 푸르메재단에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한 재단’, ‘장애 청년의 일터를 건립한 재단’, ‘믿을 수 있는 재단’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적은 돈을 들고 찾아오는 어린 학생들을 열렬하게 맞이하고, 오래 기억해 주는 푸르메재단의 모습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여기 재단 벽에도 우리 아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잖아요. 재단 벽에 걸린 선배들 사진을 보면서 아이들이 ‘나 저 형 알아!’ 하면서 뿌듯해하지요. 수천만 원, 수억 원을 기부하시는 분도 계신데, 고작 100만~200만 원을 들고 찾아오는 초등학생들을 그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실 줄은 몰랐거든요. 사진 찍을 때도 재단 직원분들이 모두 일어서서 박수 쳐 주시고…. 아이들이 그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기부가 기쁨이 되는 순간이지요.”
지난 7월 15일 알뜰시장 수익금을 기부하러 찾아온 숭의초 5・6학년 학생들.
모두가 '히어로 포즈'를 취하는 건 매년 이어온 숭의초 기부전달식 사진의 특색이다.
성인이 되어 모교를 찾아오는 제자들에게도 알뜰시장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박 교사는 “며칠 전에도 20살 된 제자들이 우르르 방문해 알뜰시장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덧붙입니다. “졸업생들이 오면 옛날 사진을 보면서 수다를 떨잖아요. ‘맞아, 우리 기부하러 갔었어’, ‘와! 저게 나야? 엄청 어려!’, ‘포즈 웃기다’ 하면서 왁자지껄 웃어요. 제자들에게 ‘기부해라’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학창 시절의 즐거운 감정을 되살려 주는 거예요. 알뜰시장을 열었던 때의 신나고 재밌던 추억을요. 기부에 대한 좋은 기억,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면 훨씬 자연스럽게 기부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세 자녀 돌마다 기부… 나눌 줄 아는 어른 되길
사실 푸르메재단과 박성우 교사, 숭의초의 인연은 박 교사의 부인인 손주희 교사(상명대 사범대 부속초)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손 교사는 2013년 1월 담임을 맡았던 3학년 난반 학생들과 함께 모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박 교사도 학생들과 기부에 나선 것이지요.
이들 부부는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기부를 이어갔습니다. 세 자녀(은찬・민하・준호)의 돌마다 돌잔치를 하는 대신 매달 조금씩 모아둔 200만 원을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부했습니다. 특별한 날, 이웃을 위해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미라클데이’ 캠페인에 참여한 것. 아이들의 이름으로 전달된 기부금은 국내 최초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과 운영, 장애어린이의 재활치료를 돕는 기금으로 쓰였습니다.
“다행히 세 아이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그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죠. 저희 가족이 장애어린이들의 재활치료를 도울 수 있어 기쁩니다.”
박성우・손주희 교사 부부와 세 자녀(민하・준호・은찬) 모습
세 아이들은 그 흔한 돌 사진 한 장 없지만, 대신 어느 것보다 값진 기념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기부할 때마다 푸르메재단에서 촬영한 사진이지요. 영웅 망토를 두르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족의 보물입니다. 차를 타고 푸르메재단 앞을 지날 때면 아이들은 “여기, 우리가 기부한 데야!”라며 크게 외친답니다. 박 교사는 “기부하는 데 금액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많은 금액을 기부해야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아이들에게 많이 기부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라고 하지요. 작은 나눔이 주는 행복을 경험해야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또 기부함으로써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나 이웃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살아갈 방법도 생각하게 되고요. 이웃이 불행한데 나만 편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제 아이들과 제자들이 알고 나눌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길 바라는 박성우 교사의 진심은 싹을 틔워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숭의초를 졸업한 제자가 진학한 중학교에서도 바자회를 열어 기부한다는 소식이 들리거든요. 박성우 교사 가족과 숭의초 작은 영웅들의 나눔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길 바랍니다.
글= 오선영 부장(마케팅팀)
사진= 푸르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