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을 축하받지 못하는 청년들

 


투포환 훈련을 하는 성찬주 씨투포환 훈련을 하는 성찬주 씨


올해 만 22세로 성인기에 접어든 성찬주(22) 씨는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지역자립센터에서 휠체어에 앉아 잘 펴지지 않는 팔로 2kg짜리 아령을 열심히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는 찬주 씨를 만났습니다. 카메라와 끊임없이 눈을 맞추면서도 양옆의 동료들과 재잘재잘 수다 떠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찬주 씨를 위해 반평생을 바친 어머니 선애 씨의 희생 덕분이겠지요.


“찬주는 참 밝고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은 아이예요. 스포츠를 좋아해서 야구는 시즌 내내 TV로 빼놓지 않고 봐요. 배구 역시 시즌 내내 응원하는 건 물론, 직접 보러 가기도 해요. 지금은 매일 투포환 훈련을 받으며 장애인 선수로 대회도 출전하고 있어요.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너무 행복하고 재밌대요.”


성장할수록 돌봄 부담 커져


꽃다운 20대에 낳은 아들 찬주는 첫돌 무렵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발달이 느린 것은 물론, 평생 누워 살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에 어머니는 아이의 재활에 매달렸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물리치료부터 언어, 작업, 인지, 수영과 승마재활, 근육 수술까지 좋다는 건 모두 시도했지요. 덕분에 찬주 씨는 초‧중‧고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성찬주 씨와 선애 씨 모자성찬주 씨와 선애 씨 모자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 찬주 씨의 성장을 마냥 기뻐하지는 못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성인이 되자 재활치료비 지원이 중단됐고, 활동지원 시간 역시 줄었기 때문입니다. “뇌병변 장애인은 나이가 들수록 몸이 굳는 속도가 빨라져서 꾸준히 재활해야 하는데,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하면 경제적인 부담이 확 늘어요. 또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돌봐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는데 부모는 그만큼 나이를 먹어 부담은 몇 배로 커집니다.”


치료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성인재활의 경우 중도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다시 걷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어 찬주처럼 중증 장애인에게는 맞지 않아요. 그렇다고 치료를 중단할 수도 없어서 대기를 걸어두었는데 2년째 연락이 없어요.”


다른 뇌병변 장애인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출생 당시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가진 소정 씨의 어머니 미진 씨도 올해 만 19세가 된 딸의 성년을 온전히 축하하지 못했습니다. 소정 씨가 성인이 되면서 고민과 부담이 더 커진 탓입니다. “몸의 구축과 변형을 막으려면 재활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인데,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기를 걸어놓은 병원과 복지관에서 아직 연락이 없어요. 주변에서는 기다리다 못해 사설기관에서 재활을 받기도 하는데, 비용이 한 번에 5만 원, 비싸면 10만 원을 넘어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죠.”


장애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아동재활과 달리 걷는 것에 목적을 둔 성인재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장애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아동재활과 달리 걷는 것에 목적을 둔 성인재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진 씨는 특히 적합한 치료를 받을 성인재활 시설이 없다는 데 울분을 터트립니다. “성인재활과 아동재활은 목적과 방향 자체가 달라요. 우리 아이들은 몸의 구축을 막아줄 재활이 필요한데, 성인재활은 걷는 데만 집중해요. 재활 방법 자체만 보면 소정이는 아동재활 시설이 적합한데, 성인이 되자마자 나가라고 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소정 씨는 현재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공예, 임가공 등 직업훈련을 하는 특수학교 전공과에 소속돼 있습니다. 사지마비에 언어소통이 힘든 소정 씨에게 맞는 곳은 아니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가족의 부담이 커지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활동보조 지원은 30시간이 줄지만, 일자리를 찾기 힘든 소정 씨는 갈 데가 없어 돌봄 부담이 커지는 겁니다. “그나마 학교는 안전한 울타리예요. 소정이는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아이인데, 졸업하자마자 일상을 박탈당하고 가정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돼버려요. 너무 안타깝죠.”


장애에 따라 맞춤형 지원 절실해


부모들은 뇌병변장애를 가진 자녀가 성인이 된 후 변화에 적응할 시간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청소년 나이를 만 24세 이하로 규정한 청소년기본법에 맞춰 청소년 재활시설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치료도 장애 유형과 재활의 필요에 맞춰서 지원되길 바라요.”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복지 정책 역시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정책의 지원 대상이 ‘아동’과 일부 장애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재활서비스의 경우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이 그 대상이고, 기초수급 중증장애인 생계 및 의료수당 역시 만 18세를 기준으로 월 22만원에서 5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이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이 없도록 유연하면서도 촘촘한 지원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뇌병변 장애인이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성년이 된 기쁨을 느끼고, 축하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지지와 응원 보내주세요!


*글=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사진= 지화정 과장, 성찬주 가족 제공


 


뇌병변 장애 청년들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