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귀한 존재가 된 아이들

효성 가족여행 현장스케치


 


효성 가족여행 가족 단체사진효성 가족여행 가족 단체사진


가을바람 불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뭘까요? 역시 여행이겠죠. 너도나도 단풍놀이 간다고 분주한 시기에 오히려 집안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자녀를 둔 가족들입니다. 쏟아지는 시선이 두려워서 바깥출입도 망설이는 장애인 가족 10팀이 가을맞이 가족여행을 떠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평소라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이 여행은 특별합니다. 효성에서 11년째 여행비를 지원하고, 효성 임직원 가족들이 2박 3일간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해주거든요.



오전 7시 30분, 이른 시간에도 부지런히 짐을 챙겨서 모인 사람들. 처음 만나는 자리에 아이들은 서로 어색해하느라 바쁘니 어른들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봅니다. 웅장한 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족스러운 점심을 마치고, 배 땅땅 두드리며 도착한 곳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안도 다다키’가 설계한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산’입니다. 단조로운 선과 면으로 이뤄진 우아한 건축물과 강원도의 웅장한 자연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공간에서 어른들은 쉼을, 아이들은 여행에 대한 기대를 채웁니다.



역시나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 가운데 위치한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레크레이션을 위해 다시 모인 가족들. 파트너 가족끼리 둘러앉아 안마하고 손도 잡으며 친밀감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시작된 도미노 게임은 그간의 어색함을 단숨에 날려버립니다. 심혈을 기울여 쌓은 도미노가 수차례 무너질 때마다 누구든 탓할 만도 하건만, 벙진 얼굴로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괜히 뭉클해집니다. 신나게 웃고 뛰고 흔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애의 유무나 가족의 경계는 무의미합니다. 푸르메재단과 효성에서 때맞춰 준비한 치킨을 손에 들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가시지 않은 흥분이 따라붙습니다.



둘째 날 아침, 유난히 신나 보이는 아이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금세 일어나 발을 동동 구릅니다. “워터파크 언제 가요?”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던 일정이죠. 몇몇은 벌써 친해진 친구 손을 끌고 온갖 기구를 타러 돌아다닙니다. 넉넉하게 흐르는 물은 장애도 차별 없이 받아들입니다. 물론 아이가 온전히 즐겼으면 하는 부모와 그 부모의 마음을 아는 파트너 가족들의 마음과 노력도 컸지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아이들의 행복에 어른들도 함께 녹아듭니다. 저녁을 먹자고 해도 물 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아이들. 몇 번을 재촉한 후에야 아쉬운 얼굴로 발길을 옮깁니다. 아이들은 알까요? 이날의 아쉬움이 앞으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소중한 씨앗이 되리란 것을요.



즐거운 시간은 늘 빠르게 흘러갑니다. 마지막 날, 짐을 싣고 양평 임실치즈마을로 갑니다. 처음과 달리 성큼 가까워진 가족들의 수다로 왁자지껄한 체험장. 손으로 주무르고 당겨서 치즈를 만들고, 그 치즈로 피자까지 만들어 맛을 봅니다. 각자 모양은 다르지만 맛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습니다. 부지런히 먹고 너른 잔디밭으로 뛰어든 아이들은 긴 미끄럼틀을 타며 워터파크에서 남은 아쉬움을 달래보고요. 책으로만 봤던 염소에게 먹이를 주며 환한 웃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이 여행이 어땠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이 여행의 목적은 효성 임직원 가족들이 장애인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2박 3일간 다양한 공간을 함께 다니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불친절한 곳인지 느끼는 것입니다. 또 장애인 가족의 삶에 비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느 가족들처럼 이들의 삶 역시 희노애락과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솔직합니다. 낯선 모습에 어색함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도 잠시, 나와 같은 면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의 문을 열어젖힙니다. 고작 하루 만에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죠. 우리 사회가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이에요. 이 여행을 함께한 아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서로에게 귀한 존재가 될까요?


*글, 사진= 지화정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