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참 스승
백경학 칼럼_ 청렴판사 조무제 전 대법관
지난 9월 25일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푸르메재단을 20년 가까이 후원해 주신 ‘청렴 판사’ 조무제 전 대법관님을 만나뵙기 위해서였습니다. 조무제 전 대법관님은 건강이 악화해 요양병원에 계셨습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푸르메재단 후원)을 한 것인데 바쁜 분이 와 이 먼 길을 오셨습니꺼?”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환한 미소와 온화한 말씨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혈색은 좋으셨지만 말하고 거동하는 것이 불편하셨습니다. 주요 일과는 소설책과 종교 서적을 읽고 재활운동을 하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조 전 대법관님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법관님은 2007년 푸르메재단이 민간 최초의 장애인전문치과와 어린이재활의원을 세웠다는 기사를 읽으시고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정기후원해 주셨습니다. 특히 부산법원조정위원으로 계시던 동안에는 매년 급여를 모아 큰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조무제 기금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과 푸르메소셜팜을 짓는 데 큰 기둥이 됐습니다.
조무제 전 대법관님은 청빈 법관, 딸깍발이 판사로 유명합니다.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당시 6400만원을 신고해 재산공개 법관 103명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2004년 대법관을 퇴임할 때에도 전 재산이 2억여 원에 불과했습니다. 사모님에 따르면 결혼을 앞두고 당신을 부르시더니 돈봉투는 물론 과자 한 봉지라도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합니다.
장관급인 대법관에 임명되자 보증금 2000만 원의 원룸에 거주하며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셨다고 합니다. 대법관뿐 아니라 고위 판사로서는 전무한 일일 것 같습니다. 국민 세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며 전속 비서관도 두지 않았습니다. 창원지법원장 퇴임 때는 전별금을 받자 전액 책을 사서 법원도서관에 기증하셨다고 합니다.
그의 강직한 성품은 젊은 판사들 사이에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 뒤따를 스승도, 존경할 어른도 없다고 말하지만 조무제 전 대법관을 비롯해 많은 분이 계십니다.
공직자의 청렴과 청빈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신 대법관님이 날마다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글·사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