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와 세상을 연결하다

2023 REHA CARE에서 만난 다양한 보조기기


 


지난 9월 서울시보조기기센터의 각 권역별 센터장과 함께 ‘2023 REHA CARE(레하 케어)’에 다녀왔습니다. REHA CARE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활산업전시회로, 장애인과 노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행사입니다. 보조기기 산업 및 서비스의 발전 방향과 동향을 파악해 우리나라의 보조기기 산업 및 서비스, 서북보조기기센터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참석하였습니다.


이번 박람회에는 이동 및 보행, 어린이 보조기기, 의사소통 기기 등 총 12개 분야의 보조기기가 전시되었고, 37개국 776개 업체가 1,374종의 보조기기를 출품했습니다. 이동 및 보행 보조기기가 전체 42%로 가장 많은 전시가 이루어졌으며, 서북보조기기센터에서 많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소통 보조기기가 5%, 어린이를 위한 보조기기가 5%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세계 어느 보조기기 전시회보다 큰 규모로 열리는 박람회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며 참관했습니다.



서울시보조기기센터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조기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전 연령대의 보조기기를 제공하지만, 그중 제가 속한 서북보조기기센터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물에 위치하고, 주변에 우진학교, 연세재활학교 같은 관련 기관들이 있다 보니 어린이 이용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장애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아예 한 개 관이 어린이 보조기기로만 구성돼 있어 제 관심은 더욱 그쪽으로 쏠렸습니다.


여가생활까지 가능하도록 제작된 새로운 보조기기


밝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어린이용 전동휠체어밝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어린이용 전동휠체어


특히 어린아이가 탈 수 있는 전동휠체어가 제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 보조기기였습니다. 투박하고 어두운 색깔의 성인용 전동휠체어만 보던 저도 밝은 색깔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이 전동휠체어를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이들도 이러한 전동휠체어가 있다면 더 타고 싶어할 것 같았고, 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나간다면 보는 사람들도 웃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도 끄떡없는 여가용 유모차울퉁불퉁한 바닥에도 끄떡없는 여가용 유모차


산, 공원 등 나들이 다니기 참 좋은 가을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님도 함께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싶으실 텐데요. 일반적인 유모차 바퀴는 잔디밭, 울퉁불퉁하거나 거친 바닥 등에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모님들도 산책, 여행 등 여가활동에 제약이 있죠. 제가 박람회에서 본 오프로드용 바퀴가 달린 유모차가 있다면, 잔디도 느껴보고 울퉁불퉁한 돌도 느껴보고 산도 계곡도 함께 느끼며 가족 모두가 마음껏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트래킹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자전거 휠체어다양한 자전거 휠체어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인 가수 션을 아시는 분이라면, 션이 은총이 부자와 함께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할 때 휠체어를 자전거와 연결하여 달리는 모습을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철인3종 경기와 같은 대회 때만 사용해야 할까요? 또 휠체어만 연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휠체어와 일체형인 자전거를 사용하거나 전기 자전거에 휠체어를 올려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유모차도 이렇게 연결하여 함께 달릴 수 있지요. 앉기 자세가 잘 유지되지 않는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앉을 수 있는 맞춤 시트와 벨트가 장착된 유모차를 자전거와 연결하여 한강을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게임을 탑재한 훈련용 자전거


하지 훈련이 필요한 아이들은 집이나 치료실에서 실내용 자전거를 사용해 재활 훈련을 많이 합니다. 사진에 있는 자전거는 자전거 앞에 놓인 화면을 통해 게임을 수행하며 하지 훈련을 할 수 있는 자전거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재활에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지요. 지루하고 어려운 운동 시간이 아닌 재미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보조기기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기립 훈련을 돕는 스탠더


아이들의 기립 훈련을 돕는 스탠더


목재로 크고 투박하게 제작된 스탠더는 집, 치료실의 공간을 많이 차지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스탠더들은 귀여운 캐릭터를 스탠더 프레임에 사용하거나 철제 프레임 형태로 제작하여 투박하던 기존 스탠더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집안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욱 흥미롭게 기립 훈련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안정적으로 머리를 고정해주는 모듈형 머리받침대안정적으로 머리를 고정해주는 모듈형 머리받침대


자세 유지가 어려운 아이들은 무엇보다 머리를 고정하기가 가장 힘듭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여러 형태의 머리 받침대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참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면서, 휠체어, 유모차, 카시트 등에 장착할 수 있는 모듈 형태의 머리 받침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아이들이 유모차나, 휠체어, 카시트, 스탠더 등 어떠한 보조기기를 사용해도 안정적으로 머리를 고정하여 아이와 부모 모두가 만족스럽게 이동하거나 재활훈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고려한 흥미 만점 보조기기


박람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기를 보면서 기능 중심, 최소한의 일상생활만을 위해 사용하던 보조기기가 이제는 아이와 부모(보호자)가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 등을 많이 고려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또한 최소한의 활동만이 아닌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기기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전시부스 배경전시부스 배경


특히 전시회를 보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품 자체만 전시하는 우리나라의 박람회와는 다르게 직접 사용하는 환경에서의 모습을 담을 사진, 재치 있는 그림과 함께한 배경 등을 해놓고 제품을 전시하는 부분이 매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보조기기는 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입니다. 앞으로도 ‘장애인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푸르메재단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기 서비스 제공 및 맞춤 제작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창구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저희가 가는 길에 늘 많은 응원과 격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문상진 서울시서북보조기기센터장
*사진= 문상진 센터장, https://kangoo-reh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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