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원정대가 받은 뜻밖의 선물
미소원정대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김성수 주교(가운데)
“남들 다 노는 토요일에 좋은 일 하러 멀리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들 복 받을 거예요.”
토요일 이른 아침, 빛이 가득 들어오는 강화도의 한 건물에 30여 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앉았습니다. 미소를 가득 띄고 애정을 가득 담은 눈빛이 쏠린 곳은 시대의 어른, 발달장애인들에게 일터를 만들어주고 삶을 선물한 김성수 성공회 주교(94)입니다.
10월 어느 주말, ‘강화도 우리마을’에 미소원정대가 떴습니다. 푸르메재단 초대 이사장이기도 했던 김성수 주교가 물려받은 땅을 기부해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일터이자 거주지입니다. 스스로 치아 관리가 힘들고, 치료도 받기 힘든 이곳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푸르메재단 전 직원이 치과 봉사활동에 나선 겁니다. 주말을 희생해 선행에 나선 것이 얼마나 귀한 마음인지 안다는 김성수 주교는 감사의 말을 쉬이 멈추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치료에 나선 것은 오전 9시 반. 검진부터 받기 위해 우리마을 장애인들이 줄을 지어 섰습니다. 푸르메치과센터 백한승 원장 앞에 서서 순순히 입을 벌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절대로 입속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하며 입술을 꽉 붙이고 열지 않는 사람,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는 양 온몸으로 저항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들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치과 치료는 아주 드문 기회이기에 어르고 구슬려 모두가 검진을 받도록 합니다. 김성수 주교도 함께 검진을 받았습니다.
“주교님, 장애인 분들 치아가 생각보다 더 건강하고 관리가 잘돼 있어요. 평소에 이분들 치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나 봐요. 주교님 치아도 연세에 비해 건강합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괜한 말은 아닌지, 40여 명이 넘는 장애인 중 대다수가 스케일링이나 불소 등 관리를 위한 처방이고 치료까지 진행된 것은 10여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간단한 처방이라도 ‘지이이잉~~~’ ‘칙칙’ 소리가 나는 날카로운 도구들에 이미 겁먹은 이들을 자리에 앉히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전혀 아프지 않다”고 설명해도 한껏 동그래진 눈에는 불신이 가득합니다.
봉사자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설득에 나섭니다. 무슨 도구인지 손에다 시연도 해주고, 아예 그 도구를 손에 쥐여주기도 합니다. 칭찬에 협박에 보상까지 약속하며 자리에 앉혀 치료를 하나 끝내고 나면 모두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통에 큰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안쓰럽지만 잠시의 고통이 양질의 삶과 긴 수명을 보장해줄 것을 알기에 마음을 다잡습니다. 고통의 시간 후 붙잡았던 손들에서 벗어나자마자 얼른 몸을 일으키는 장애인들에게 “정말 잘 참았어요.” “진짜 대단했어요!”라며 어깨를 두드리고 끌어앉으며 아낌없는 격려도 빼놓지 않습니다.
우리마을 장애인들은 당분간 치아 걱정, 아니 고통의 치료에서 해방됐다는 기쁨인지 홀가분하게 강당을 떠납니다. 푸르메재단과 치과 직원들, 그리고 기꺼이 봉사를 자원한 치위생사들은 “주말을 맞아 멀리까지 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다음 해에 다시 찾을 때까지 이들이 마음껏 먹고 건강하게 일하며 매일매일의 기쁨을 충분히 느끼며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날 푸르메 미소원정대 일동과 김성수 주교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이날 봉사의 수혜자는 어쩌면 우리마을의 장애인들이 아닌 푸르메 직원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손을 맞잡고 마음을 나누면서 지난 푸르메 사업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음을 향한 의지를 더하는 시간이 됐으니까요. 참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