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행복의 조각들
현대모비스 가족여행 현장스케치
푸르메재단 4층 복도. 발에 보조기를 찬 아이가 엄마의 설득에도 벽에 붙은 손잡이를 꽉 붙들고 온몸으로 사수합니다. 강당에 죽어도 들어가지 않겠답니다. “주사 맞기 싫어!!” 아이가 외친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립니다. 일렬로 늘어선 긴 테이블에 북적거리는 사람들까지, 아이에겐 예방주사를 맞던 순간이 떠올랐나 봅니다.
이른 아침부터 90여 명의 사람이 짐을 잔뜩 싸들고 푸르메 강당에 모였습니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자녀를 둔 15가족이 여름 캠핑을 떠나는 날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로 10년째 장애어린이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보조기구와 가족여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애어린이 당사자는 지원받은 보조기구의 편의성을 확인해볼 기회이자 나머지 가족에게는 마음의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힐링여행입니다.
올해도 22명의 현대모비스 임직원이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들의 여행에 동행했습니다. 장애자녀를 포함한 육아에 지친 부모들의 짐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여행에 앞서 보조기구 전달식 겸 여행 OT를 위해 가족들과 짝궁이 된 직원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가 싶더니 어느새 마음을 터놓고 이곳저곳에서 수다의 장이 펼쳐집니다.
송한솔 아동 가족에게 보조기구를 전달하고 있는 최준우 현대모비스 상무
1박 2일 내내 동행하게 된 최준우 현대모비스 상무가 “장애어린이들이 보조기구를 통해 일상의 자유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지원해 왔다”며 “이번 여행이 모두의 가슴에 깊이 남는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여행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늘을 가득 덮은 먹구름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보며 가족들이 버스에 짐을 싣고 탑승합니다. 한 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숲속에 파묻힌 듯 아름다운 경기도 포천의 한 브런치 카페. 신선한 샐러드와 파스타 등으로 분위기 있는 점심을 마친 가족들이 꽃과 풀이 가득한 정원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하는데, 아이들이 빨리 가자고 성화입니다. “밥 다 먹었는데 언제 가요?”
물놀이를 위해 오늘을 간절히 기다렸다는 아이들. 그 마음을 알기에 서둘러 글램핑장으로 내달립니다. 들어서자마자 파란 물이 넘실거리는 커다란 수영장 주변으로 텐트가 줄지어 서 있고 앞쪽으로 멀리 솟은 산들이 글램핑장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수영장을 보고 모두가 신난 그 순간 아뿔싸... 하늘에서 비가 쏟아집니다.
“이래서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애들 감기 걸리면 어쩌죠?”
걱정하는 그 마음을 알았는지 물놀이 시간이 다가오자 마치 짠 것처럼 빗방울이 잦아듭니다. 해는 그대로 감춰두고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 구름이 만들어준 그늘 속에서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수영장으로 몸을 던집니다.
물총을 쏘고, 낯이 좀 익은 친구 튜브에 올라타 온몸으로 누르고, 서로에게 가차 없이 물을 뿌립니다. 물이 눈과 입으로 들어가고 코에서 뿜어나오고 부딪히고 뒹굴면서도 깔깔대며 웃는 소리만 가득합니다.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직원들은 이를 악물고 온몸을 던집니다. 부모들의 눈에 경탄과 고마움의 감정이 어립니다.
수영장 벽에 붙어 앉아 직원과 엄마의 도움으로 물만 툭툭 치던 아이의 목에 튜브를 끼우고 물에 풀어주자 꺄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온몸으로 물장구를 치면서요. 휠체어에 앉아 유일하게 아는 ‘엄마’라는 단어만 내뱉던 아이가 뿜어내는 행복에 부모와 직원들이 같은 표정으로 웃다가 먹먹하게 바라봅니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저녁 먹자!”는 소리에 2시간 30분을 꽉 채워 놀고도 아쉬운 얼굴로 수영장을 나오는 아이들. 그래도 출출했는지 화로 위에서 불향을 내며 익어가는 고기를 간절하게 바라보다가 접시에 올라오자마자 입에 넣기 바쁩니다. 해 질 녘 하늘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도 무르익어갑니다.
제 역할을 끝내고 숯불이 잦아든 화로에 장작을 넣자 화르르 타오른 불꽃이 신나게 뛰던 아이들의 발을 멈추게 하고, 자리를 정리하던 어른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힘겹게 견뎌왔던 이야기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불멍의 마법일까요? 공감과 위로를 품은 불꽃이 늦은 시간까지 타오릅니다.
둘째 날, 양주에서 손꼽히는 만두전골로 배를 채우고 블루베리잼과 피자를 만드는 이색 체험을 위해 별내의 한 체험장으로 향합니다. 너른 잔디에 각종 놀이시설까지 아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체험을 위해 깨끗이 손을 씻은 아이들이 준비된 블루베리를 주무르고 휘젓고 졸여서 잼을 만듭니다. 준비된 식빵에 발라 맛을 보는데 조그만 입들에서 감탄이 나옵니다. 다음은 피자 만들기. 반죽을 얇게 펴서 도우부터 만들고 토마토소스를 발라 각종 재료와 치즈, 블루베리를 이리저리 모양내 올립니다. 장애 자녀의 손을 끌어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모습에서 여느 아이들처럼 세상 모든 걸 경험해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가득히 전해집니다.
직접 만든 피자를 빨리 맛보고 싶은 아이들이 화덕 앞을 떠날 줄 모릅니다. 웨이팅 줄이 긴 걸 보니 꽤 맛집인 모양이죠? 드디어 받아든 피자를 입에 넣은 가족들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집니다. “이거 제가 만든 건데 한 번 드셔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잔디밭으로 모입니다. 한 아이가 느린 걸음으로 직원들에게 다가오더니 “너무 아쉬워요. 더 놀다 가고 싶어요.”라고 말합니다. “더 놀다 가자”라는 말이 간절해 보이는 눈빛. 그 마음을 모를 리 없습니다. 즐거웠던 만큼 아쉬움은 크기 마련이니까요. 꼭 그만큼의 추억이 더해졌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날씨마저 우리 편이 되어준 이 여행의 조각들이 장애인의 부모로, 형제로 수없이 마주하게 될 힘겨운 순간들에 위로가 되기를, 장애어린이들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행복을 맛본 첫 기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