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곱해지는 신기한 공식

서울숭의초등학교 나눔교육 진행


 



무더운 여름,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서울숭의초등학교에 푸르메재단이 방문했습니다. 숭의초에서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알뜰시장’의 수익금 기부를 약속해 그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나눔 교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알뜰시장 수익금 기부는 올해로 딱 10년째이지요. 10년 전 숭의초는 어떤 이유로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게 되었을까요?


기부도 조기교육이 필요합니다.



“푸르메재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접점이 없는 푸르메재단에 왜 10년씩이나 기부했느냐’라고 물으니, 박성우 교사(6학년 부장 담임)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꾸준히 기부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요. 푸르메재단은 그 ‘첫 단추’가 되었을 뿐입니다.


계속해서 기부처를 푸르메재단으로 선정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민간 최초의 어린이 재활병원을 설립한 재단’,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재단’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몇 년 전 기부한 아이들의 모습을 여전히 푸르메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푸르메재단 사무실 벽에는 지금도 숭의초 졸업생의 사진이 걸렸고,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기부벽에도 숭의초등학교가 새겨졌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아이들과 푸르메재단 사무실을 방문해 몇 년 전 기부한 선배들 사진을 보여주면, ‘나 저 형 알아!’하면서 뿌듯해하지요. 기부가 즐거움이 되는 순간입니다.”



박 교사에게는 뚜렷한 기부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기부는 즐겁게 할 것’입니다. 기부가 무겁고 대단해야만 한다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나눌 줄 알려면, 어렸을 때 했던 기부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박 교사의 생각입니다. 17년 동안 아이들과 지내 온 베테랑 교사의 맞춤형 기부 교육이지요.


박 교사가 실천한 ‘나눔’ 교육의 시작은 세뱃돈 기부였습니다. 좋은 날, 좋은 기분으로 받은 돈을 나눈 것이 첫걸음이었지요. 첫 기부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내 것을 나누는 법’을 알려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은 돈이 아닌, ‘온전히 내가 땀 흘려 얻은 대가’를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알뜰시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알뜰시장은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 같은 행사가 되었지요.


국, 영, 수 보다 중요한 것



기다리던 알뜰시장 하루 전날. 질서정연하게 6학년 전 학생이 강당으로 모입니다. 처음 보는 선생님의 등장에 두 눈이 초롱초롱해진 아이들. 오늘 배울 것은 교과목도 아니고,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나눔’입니다. 교육을 도와주는 푸르메재단 나눔마케팅팀 백의성 간사는 오늘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에 들어보지 못한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기부를 대체 왜 해야 할까요?” 질문 뒤에 화면을 가득 채운 한 사람. 화면에 익숙한 사람이 나오자마자 아이들이 환호합니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입니다. 나눔 교육에 손 선수가 왜 등장했을까요?


“손흥민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볼을 가장 많이 넘겨준 그 다음 해,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골을 넣었어요.” 백 간사는 축구 선수가 한 경기에서 볼을 잡는 시간은 2분 내외라고 설명합니다. 짧기에 더욱 간절하고 욕심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손 선수는 그 소중한 순간을 같이 뛰는 선수와 나누었고, 그 결과 ‘승리’라는 더 큰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백 간사가 말하고 싶은 ‘기부의 이유’입니다. “나눌 때 가장 기쁠 수 있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서 판매할 물건을 선택하고, 알맞은 가격을 책정하고 흥정하는 것이 보람차지만 힘든 일이라는 걸 느꼈을 숭의초 아이들. 생애 처음으로 땀 흘려 얻은 대가를 푸르메재단에 거리낌 없이 전달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합니다. 막연하게만 배웠던 ’서로 돕고 살자‘의 의미를 노동의 값짐과 나눔의 짜릿함으로 누구보다 제대로 느꼈을 것입니다. 어제의 배움이, 또 오늘의 기억이 앞으로 성장해 나갈 아이들의 마음속에 보람 있고 즐거운 추억으로 오래 간직되기를 바랍니다.


*글= 김미강 간사(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미강 간사(커뮤니케이션팀), 숭의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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