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립'을 응원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관 '모두다토론회' 푸르메소셜팜 사례발표


 


지난달 18일, 서울 성수동 상상플래닛에서 특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청년, 모두의 자립’를 주제로 한 ‘모두다토론회’(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관). 과거와 달리 여러 가지 이유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청년이 늘어난 요즘, ‘자립’은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었지요. 이날 토론회는 다양한 유형의 청년 지원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청년 자립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 자립’에 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모두다토론회에서는 자립 취약지대에 놓인 탈 가정 청년, 보호 종료 아동, 발달장애 청년들이 현실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각 기관의 자립 지원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탈 가정 청년’은 가정 내 경제적 문제, 정서적 학대, 물리적 폭력, 가족 간 성폭행 등의 문제로 인해 가족과 관계를 단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입니다.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지 공식 통계도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예비사회적기업 282북스의 강미선 대표는 “탈 가정 청년은 ‘어떻게 가족을 버릴 수 있느냐’ ‘다 큰 성인을 왜 도와야 하느냐’는 사회적 인식 탓에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탈 가정 청년의 현황을 파악하고 사회적 지지망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호 종료 아동’은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가 성년이 되면서 보호가 종료되어 생활하던 곳에서 퇴소한 청년들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 누울 방 한 칸입니다. 위탁가정에서 나오는 청년들이 받는 자립수당 4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빚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 아동 자립 지원시설 라움(R.A.U.M)의 이재용 원장은 “운 좋게 영구임대아파트를 구해도 최대 6년 동안만 거주할 수 있어 그동안 빚을 갚고 저축하면서 다른 집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도와줄 가족이나 친척이 없기에 오롯이 혼자 생활을 꾸리고 주거지를 구해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을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앞선 주제가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발달장애 청년’의 자립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푸르메재단 박세황 기획팀장, 최보갑 간사가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모델 성과 사례로 푸르메소셜팜을 소개했습니다.


푸르메재단 박세황 기획팀장(오른쪽), 최보갑 간사(왼쪽)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카페 가자! 오늘은 내가 살게. 저번엔 형이 사줬잖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들을 법한 말로 발표를 시작하는 박세황 팀장.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청중에게 던집니다.


“여러분들은 성인이 된 후에 발달장애인을 본 적 있나요? 학창 시절에 보았던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되면 어디로 가는 걸까요?”


발달장애인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활동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학교를 졸업하면 자택이나 복지관에서만 생활합니다. 학창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하고 재활치료를 받아도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실현될 수 없는 걸까요?


푸르메소셜팜 사례 발표중인 박세황 푸르메재단 기획팀장


푸르메재단은 발달장애 청년 자립의 첫걸음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취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발달장애인이 일하기 쉽도록 직무를 설계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가능한 좋은 일자리’ 모델을 만들면발달장애인도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자연스럽게 자립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그 믿음으로 2년여의 건립 공사 끝에 지난 9월 푸르메소셜팜(경기도 여주)을 열었습니다.


 저희는 발달장애인이 만든 것이니 사주세요라고 말하기 싫었습니다.”


푸르메소셜팜이 좋은 일자리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유만이 아닙니다. 푸르메소셜팜과 그 안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무이숲을 기획할 당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세련된 디자인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일터라는 점에만 집중하지 않고 영리기업처럼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채택한 겁니다.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방문하는 이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일하는 장애인 역시 나도 남과 다르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안정적인 고용과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열린 공간이 경제적, 심리적 자립이라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지요.


농장 속 작은 사회


푸르메소셜팜 전경


이어서 박 팀장은 4,000평의 넓은 푸르메소셜팜 부지를 보여줍니다. 푸르메소셜팜은 스마트팜, 교육문화동, 카페 무이숲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순 일자리가 아닌 생산, 여가, 소비가 결합된 공간으로 작은 사회가 형성돼 있지요.


“오늘은 일하는 날 아니에요!” 오늘도 일 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직원의 씩씩한 대답. 발달장애 직원들은 근무가 아닌 날에도 푸르메소셜팜에 오고 퇴근 후에도 종종 집에 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직원들은 일이 끝나면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교육문화동에서 문화 활동을 즐깁니다. 동료들과 무이숲에 가서 빵과 커피를 사 먹으며 어울리기도 해요.” 푸르메소셜팜에서 만나는 발달장애 직원들의 일상입니다.


이렇게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자립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고 있습니다. 푸르메소셜팜 안에선 누구나 보통의 일상을 살 수 있지요. 실제로 푸르메소셜팜에서 근무하는 2명의 발달장애 청년들이 거주하던 시설에서 나와 자기만의 주거지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꿈꾸는 농장’답게 실제로 직원들이 꿈꾸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청년 자립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종료 예정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이어진 토론회. 패널들과 참석한 청중들까지 열정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참여합니다. 한창 도전하고 좌절하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성취보다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청년들이 좀 더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덕분이지요.


오늘 출근길엔 어떤 커피를 마실지, 퇴근하고 누구와 무엇을 먹을지,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고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일상일 수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이 보통의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계속 우리 사회가 고민하길 기대합니다.



*글= 김미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미강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푸르메재단DB


 


푸르메소셜팜 운영에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