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

현대모비스 임직원과 함께하는 장애아동 가족 여행



캠핑, 차박 등 도심을 떠나 자연에서 여유를 즐기는 “힐링 여행”이 대세인 요즘, 장애아동이 있어 나들이하기 어려운 가족들을 위해 푸르메재단과 현대모비스가 포천 글램핑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여행 일정에 현대모비스 임직원과 장애아동 가족 모두 설렘을 안고 푸르메재단에 모였습니다. 총 15가족이 모여 강당이 꽉 찼지만 아직은 어색한 기운이 흐릅니다.


1박2일 동안 짝꿍처럼 지낼 현대모비스 직원들과 장애아동 가족이 첫인사를 나눕니다. 기대만큼 걱정도 큰 여행에 직원들은 “즐겁고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포천으로 출발합니다.



연일 계속된 비 소식에 걱정도 잠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맑은 날씨와 넓게 펼쳐진 시원한 수영장에 모두 눈이 반짝입니다.


이번 여행 모두가 기다렸던 물놀이 시간. 눈 깜빡할 사이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이 “얼른 모이세요!”를 연신 외칩니다. 간단한 체조 후 물속에 들어가자 첫 만남의 어색함은 사라집니다. 아이들이 짝꿍에게 꼭 매달려 물장구를 치는가 하면 여러 가정이 삼삼오오 모여 공놀이 시합도 합니다. 물놀이 시간을 꽉꽉 채워서 논 아이들이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내일도 물놀이하고 싶다”고 말하자 기진맥진한 어른들은 혀를 내두릅니다.



글램핑장에 왔는데 바비큐 파티를 빼놓을 수 없죠. 준비된 고기를 직접 구워 먹으며 짝꿍과 장애 가정이 오붓한 식사시간을 가집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진심으로 대해주는 현대모비스 임직원 모습에 그동안 묵혀왔던 마음속 이야기도 꺼내며 한 걸음 더 가까워집니다.


“여기 언니 오빠들이 너무 좋아서 내일 가기 싫어요.” 벌써 내일이 아쉬운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말하자 어른들이 마이크를 꺼내 분위기를 전환합니다. 글램핑장은 금세 공연장으로 바뀌어 서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릅니다. 호텔도, 리조트도 아니기에 가능한 숲속 작은 공연이지요.



고기를 굽고 남은 불이 아른아른 꺼질 무렵 직원들이 토치를 들고 등장합니다. 바로 이 밤의 하이라이트, “불멍” 시간이 다가왔거든요.


“이거 선생님 주고 싶어요!” 돌아가며 꺼진 불씨를 살리는데 한 아이가 와서 꼬치에 끼운 마시멜로를 건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직원이 나눠주지 않은 마시멜로 꼬치를 다들 들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면 맛있다며 자신이 가져온 마시멜로를 여행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나눠준 것입니다.


장작을 높게 쌓아 불을 활활 타오르게 한 후, 가루를 뿌리자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피어오릅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마시멜로를 베어 물고 달달한 “불멍” 시간을 가집니다.



짧지만 알찬 여행 첫날이 지나고 다음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와 다르게 구름이 심상치 않더니 이내 비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광릉수목원에 도착하자 내리는 비에 여행을 준비한 직원들의 입에서 탄식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비에 젖지 않을까, 부모님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직원들과 다르게 장애아동 가족들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비에 아랑곳없이 짝꿍 선생님의 손을 꼭 붙잡고 나무 이름을 공부하기도 하고, 친해진 가정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그 넓은 수목원 한 바퀴를 다 둘러본 가족도 있습니다.


“언제 우비를 입고 수목원을 걸어보겠어요. 숲속에서 비 냄새가 나니 더 좋은데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피곤한 아이들의 잠투정에도 누구 하나 표정을 찡그리거나 볼멘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채는 아이 부모에게 먼저 다가와 “도와줄 게 없을까요?”라며 물어보기도 하고, 내내 울음을 터트린 아이에게 “힘들었을 텐데 차 타느라 수고했다”며 격려하기도 합니다.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누려는 마음,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와주려는 마음.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 덕분에 장애아동 가정 단체 글램핑 여행이 큰 사고 없이 끝날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알기에 더 위안이 된 여행. 자연 속 쉼, 재밌는 수영보다 이번 여행으로 배운 진정한 ‘힐링’은 서로를 향한 온기입니다. 그 온기와 추억이 오래도록 간직되길 바라봅니다.


글·사진= 김미강 간사(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