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으로 얻은 인연들

효성 장애어린이 의료재활가족지원사업 비장애형제 나들이


연일 폭염과 비 소식이 순서를 앞다퉈 들려오는 후덥지근한 7월의 토요일. 부모님 손을 꼭 붙잡은 아이부터 키가 훌쩍 큰 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하나, 둘 푸르메재단으로 모여듭니다.



장애형제나 자매가 있어 맘 편히 여행을 갈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즐길 수 있도록 푸르메재단과 효성이 손을 잡고 당일치기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7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 13명을 실은 버스가 출발합니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주요 현장으로 다양한 시대의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 인천입니다.



첫 목적지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국제도시로 떠오르며 가장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송도로 갑니다. 시야가 탁 트인 호수 위에 배가 한가로이 떠도는 센트럴파크가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면서 송도를 즐겨보기로 합니다. 조별로 보트에 오른 아이들은 배가 움직이자마자 경주라도 하는 양 “빨리 빨리”를 외칩니다. 키를 잡은 직원들이 “이건 빨리 가는 배가 아니”라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뺍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어깨를 맞대고 눈을 마주치며 얼굴을 익힌 아이들이 이따금 수다를 떨며 다음 장소인 인천도시역사박물관으로 이동합니다. 인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역동적인 시대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늘 그렇듯 해설사의 설명을 모두 담아가고자 집중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보고 싶은 유물을 찾아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역사를 즐기는 데에는 옳고 그른 것이 없습니다. 자신만의 방법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죠.



인천의 근대를 눈으로, 입으로 즐기기 위해 차이나타운으로 건너갑니다. 한국의 작은 중국답게 금색과 붉은색 일색의 거리가 펼쳐집니다. 근사한 외관의 중국음식점에서 점심부터 먹기로 합니다. 연달아 나오는 중국요리를 맛보며 “너무 배불러서 마지막에 나오는 짜장면은 못 먹겠다”던 아이들은 그 얘기를 금새 잊고 “짜장면 추가”까지 외치고 나서야 점심식사를 마칩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차이나타운 탐방입니다. 부른 배를 두드린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선생님 찬스’로 공갈빵을 ‘득템’합니다. 중국어와 한글이 뒤섞인 이국적인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걷던 아이들. 돌아가자는 얘기에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들을 지어 보입니다. 가족들의 품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마음 한켠에는 이제 막 친해진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져야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보입니다.


사소한 인연은 우연과 만났을 때 큰 시너지를 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어느 장소에서 다시 만났을 때 놀라운 마음을 안고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이들이 12명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하루일 겁니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짧은 여행이 삶의 고비에 한 번씩 꺼내보며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하길 바라봅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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