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꽃차를 팝니다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안국점 직원 대상 꽃차 교육
안국동 옛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선 서울공예박물관. 국내 첫 공예박물관으로 지난해 개관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요. 이곳에는 특별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청년 바리스타들이 밝은 인사와 직접 내린 진한 커피향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 행복한베이커리&카페입니다. 어린이박물관 4층 매장을 지키는 김윤우 씨는 올해로 근속 10년 차의 베테랑 바리스타입니다.
발달장애 청년들, 잠든 꽃을 깨우다
이제 막 오픈한 평일 오전, 갑자기 카페가 분주해집니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행복한베이커리&카페를 찾은 이들은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이하 서울농원) 식구들입니다. 최근 건강을 위해 커피 대신 차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서울농원의 장애청년들이 키우고 만든 친환경 꽃차를 판매하기로 했거든요. 장경언 서울농원 원장은 꽃차를 가장 맛있게 우려내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꽃차와 차 도구들을 가지고 직접 방문했습니다.
판매할 꽃차의 종류는 총 5가지. 국화, 캐모마일, 구절초, 메리골드, 팬지입니다. 장경언 원장은 꽃차를 만드는 과정부터 볶음과 덖음의 차이, 꽃을 심고 건조하고 덖어서 수분을 체크하는 방법 등 꽃차가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건조된 꽃에 팔팔 끓는 물을 부으면 꽃이 활짝 피어나죠? 이 과정을 ‘잠 깨우기’라고 불러요.” 잠든 꽃을 깨운다니 마치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표현이죠?
“큰꽃은 2개, 작은꽃은 3~5개를 넣고 100도까지 팔팔 끓인 물을 원을 그리며 부은 후 2~3분 정도 우려서 마시면 돼요.”
드디어 시음 시작! 꽃차를 마시는 데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향을 즐긴 후에야 입으로 맛을 보는 것이죠. 장 원장의 가르침에 따라 차례로 맛을 보는 행복한베이커리&카페 직원들. 윤우 씨가 대표로 각 꽃차의 맛을 설명해봅니다.
“국화는 향이 강해요” “구절초는 향이 연하고 새로운 맛이 나요” “메리골드는 살구 맛이 나는 것 같아요” “팬지는 맛이 좀 약해요...?”
현재도 판매하고 있는 캐모마일은 카페의 인기 음료 중 하나라며 윤우 씨가 유독 반가워합니다. 기존의 캐모마일과 비교도 해봅니다. “서울농원의 캐모마일 향이 더 강해요.”
윤우 씨가 가장 맛있는 차로 꼽은 것은 국화입니다. “그래도 고객들에게는 메리골드를 추천하고 싶어요. 향이 강하고 색이 예뻐서 다들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장경언 원장은 젊은 사람에게 국화와 캐모마일, 40대 이상의 여성 고객에게는 구절차, 남성 고객에게는 메리골드와 팬지를 추천할 것을 제안합니다. “연령에 따라 맛의 선호도가 다르고 성별에 따라 몸에 좋은 차가 다르거든요.”
윤우 씨에게 익숙한 커피와 비교하며 교육을 원활하게 이끈 장경언 원장. “윤우 씨가 이해도 빠르고 집중력이 좋아서 저도 신이 났어요. 저희 꽃차를 맛있게 만들어 판매해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올해 서울농원은 행복한베이커리&카페를 시작으로 푸르메재단의 산하기관 전체에 꽃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꽃차 우리듯 장애청년들에게도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합니다
“꽃차는 느림의 미학을 담고 있어요. 꽃을 손질하고 건조해 꽃차로 만드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려요. 꽃차를 우려낼 때도 2분 이상 인내심을 가져야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요. 조금 느리지만 기다려주면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드러내는 발달장애 청년들과 참 많이 닮았죠.”
“꽃차가 우러나는 모습이 재밌다”는 윤우 씨의 얘기를 들으며 장경언 원장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빨리빨리’를 외치며 달리다 보니 각자의 속도로 따라오던 이들을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요.
바쁜 일상에 지쳐 쉼이 필요한 날, 서울공예박물관의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 들러보세요. 장애청년들이 느린 손길로 만들고 오랜 시간 실력을 쌓아온 장애인 바리스타의 손을 거친 꽃차가 우러나는 동안의 기다림을 즐겨보는 겁니다. 그렇게 유연해진 마음으로 꽃차처럼 느리지만 아름다운 장애청년들을 응원해주세요. 더 많은 장애청년들이 자신의 느림을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세요.
- 주 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동 1층, 어린이박물관 4층
- 관람시간 10:00~18:00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