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적은 이루어진다
1·2·3대 병원장이 전하는 푸르메병원 이야기
Q. 세 분 모두 재활의학 분야에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으셨을 텐데 ‘신생 병원’이자 ‘어린이재활병원’의 원장을 맡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윤태 2012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님과 이일영 초대 원장님의 권유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정책위원회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병원 건립에 대한 용역 연구 자문을 하다가 푸르메재단 이사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고 현재까지 왔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재활의학 전문의로서 일할 때 재활전문병원 그중에서도 소아재활병원에 대한 관심은 있었기에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운영했던 국립교통재활병원 설립과 운영에 참여한 바 있고, 병원장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자연스레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임윤명 우리 병원 개원을 앞둔 2016년 2월 초대원장 이일영 선생의 안내로 개원 준비 중인 병원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경영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 의료부문을 시민과 기업의 기부금을 주축으로 설립한 점,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어린이들만을 위한 재활병원인 점 그리고 새로운 개념인 통합형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등. 평생을 재활의학 임상 의사로 살아온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저에게 병원장으로서 푸르메병원과 함께할 기회가 주어졌고, 주저 없이 ‘지금까지 없었던 병원을 운영한다’는 도전과 책임감으로 원장직을 맡았습니다.
이일영 앞의 두 분 원장님 모두 제 이야기를 하셨네요(미소). 사실 ‘재활병원 건립’은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21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1994년 귀국한 이후에 쭉 마음 한편에 재활병원 건립이라는 소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봉직 시절, 세 번에 걸쳐 재활병원 건립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꿈으로만 남게 됐지만, 그 열망만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02년 대한재활의학회 회장으로 취임하고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재활병원 설립을 강조했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요. NGO 사업차 몽골에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제 처가 “당신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재단이 설립됐다고 KBS에 방영됐다”면서 연락처를 건네주더군요. 바로 전화했는데 백경학 상임이사와 연결이 됐습니다. 저는 백 이사에게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전하고 뜻이 같으니 어떤 일이든 필요하면 저를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푸르메병원의 초대 원장이 됐네요.
Q.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연 푸르메병원은 개원 준비부터 운영까지 모두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병원을 건립,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일영 처음으로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으려고 하니 모금부터 부지 선정까지 큰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왜 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한지 알리고,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하나, 하나 극복해 나갔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재활을 포함한 요양병원과 권역별 재활병원을 전국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은 어린이재활병원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외된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푸르메병원이 설립되고 5년을 버텼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했던 병원이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임윤명 이일영 원장께서 건립의 어려움을 말씀해주셨다면 저는 개원 초기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푸르메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경영상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는 병원이었습니다. 이 점을 극복하려고 전 직원이 합심해서 적자를 줄이고 효율적인 경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공의료기관의 적자는 결국 지역사회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병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자 애쓴 거지요. 함께 고생했던 모든 직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와 함께 소아 재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만, 푸르메병원의 비전을 이해해주는 분들이 도와주시고 함께해주셔서 제가 무사히 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2018년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기관으로 인증된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병원 조직 및 운영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인증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3개 영역에서 총 240여 개 조사 항목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인증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짧은 준비 기간에도 결국 인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직원들에게 고마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네요(미소).
김윤태 2019년 10월 3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경영적인 안정을 이루고 국내 유일한 어린이재활병원으로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원장직을 맡고 얼마 안 된 2020년 1월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도 병원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병원 이용객과 직원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 병원 운영을 하루도 멈춘 날이 없습니다. 나름 철저하게 방역 대책을 세우고 시행해 왔다고 자부하며 함께 구슬땀 흘려 노력하고 협력한 푸르메병원 가족의 노고에 새삼 경의를 표합니다.
솔직히 푸르메병원 설립을 위한 용역연구 자문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소아재활 전문병원이 세워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추상적이었던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실현돼 병원이 개원하고 운영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적의 병원’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병원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 국내 유일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인 푸르메병원이 국내 소아재활 발전을 위해 어떤 지향점을 두고 가야 할지 전‧현직 병원장으로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임윤명 푸르메병원은 이제 3대 원장님의 리더십으로 성장기를 맞이했습니다. 우리 장애어린이들은 자라서 청년기를 거쳐 성년, 노년의 일생 주기를 살아가게 됩니다. 아이들이 현재의 재활 과정을 넘어서 미래의 삶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프로그램을 우리가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윤태 임윤명 원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리 병원의 비전이 ‘통합 재활 의료서비스를 통해 어린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가족과 사회에 희망을 주는 최고의 어린이재활병원’입니다. 그 비전대로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재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문성을 고양하고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맞춤형 재활치료를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모델로서 그 위상과 역할을 공고히 하고 기적의 병원답게 기부를 활성화 시켜나가 본원에서 치료받는 어린이와 가족이 비용 부담 없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일영 ‘살아볼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좋은 모델을 푸르메병원이 우리 사회에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세 분에게 푸르메병원은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요?
김윤태 푸르메병원은 종착역이다! 푸르메병원은 제가 전문의로서 은퇴하기 전까지 종사할 마지막 병원이라는 생각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제 의업의 마무리를 푸르메병원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행운이며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윤명 유종(有終)의 미(美)! 50년 임상의사 생활의 마지막 도전이었고 저로서는 만족스러운 마무리였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일을 푸르메병원의 직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제 평생 자랑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일영 푸르메병원은 저에게 ‘Dream comes true’이자 ‘Miracle comes true’입니다. 제 오랜 숙원사업을 이뤄낸 것이기도 하고, 또 시민, 기업, 지자체가 함께 만들어낸 이 결과물을 꿈이자 기적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글=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사진=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