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나서 청년을 찾다
5월 초, 과천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마음 따뜻한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글에는 며칠 전 잃어버린 발달장애 아들을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 직원들과 과천시민들이 발 벗고 나서 찾아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4월 28일 발달장애인인 저희 아들을 양재천에서 잃어버렸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갈림길에서 동행자에게서 벗어났나봅니다. 그 주변을 찾다가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밤 늦도록 연락이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복지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복지관에서 관장님, 국장님을 비롯 모든 직원들이 일찍 출근해 전단지를 만들어 sns와 서울 경기 복지관 네트워크에 뿌리고 조를 짜서 자동차로, 자전거로 양재천수색에 나섰습니다. 복지관 권익옹호활동가 모임의 회원들도 수색조에 동참해 모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아들을 찾았습니다.
오전 10시 50분경 동호대교 아래에서 복지관의 선생님 두 분이 아들을 찾았습니다. 앞서 반포에서 아들을 봤다는 제보도 한 몫을 했습니다.
아들은 자전거와 함께 무사히 돌아왔고, 잠을 못 잔 것 빼고는 완벽하게 건강합니다. 복지관의 조직력과 신속한 대응력에 힘입어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고 아들을 찾았습니다.
이번 일로 과천시와 시민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무엇보다도 복지관의 존재감을 느꼈습니다. 복지관이 정말 발달장애인 전문기관임을 실감했습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후원해주신 모든 시민과 복지관 직원, 경찰관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희 가족은 행복한 일상을 찾았습니다.”
복지관 직원들이 이 소식을 접한 것은 발달장애 청년인 주성 씨(가명)가 실종된 다음 날 오전 7시 30분경, 카카오톡 복지관 단체대화방을 통해서였습니다. 이미 실종된 지 17시간이나 지난 시점. 경찰들이 밤새 찾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일산에서 실종됐던 발달장애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불안했던 직원들은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가장 먼저 출근한 직원이 실종 전단지를 만들고 SNS를 통해 도움을 청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직원들과 권익옹호활동가들이 사방으로 뛰었고, 온라인에서도 많은 사람이 소식을 전하며 주성 씨 찾기에 나섰습니다.
“주성 씨가 평소 자전거를 잘 탔고, 동행자가 안 보이면 가다가 서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아직 자전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오랫동안 주성 씨를 지원한 담당자의 말을 토대로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몇몇 직원들과 활동가들은 양재천길을 따라 자전거로, 나머지 직원들은 주성 씨가 처음 사라진 곳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져 전단지를 돌리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젯밤 10시 전후 반포동에 있는 달빛광장에서 보드 타다가 봤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반포동으로 향하던 그때, 또 다른 수색팀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
“찾았습니다! 동호대교 아래에 있었어요.”
수색팀이 보내준 사진 속 자전거 핸들을 꼭 잡은 채 지쳐있는 주성 씨의 모습을 보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이 흘리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렇게 주성 씨는 우리에게 돌아왔지요.
“발달장애인 한 명을 찾기 위해 마을 전체가 움직였다는 것이 정말 감동입니다. 복지관, 권익옹호활동가, 부모회, 시 공무원 등 모든 이웃이 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실종사건을 알리고 하나 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애써주셨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발달장애인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 주성 씨 어머니의 글 중 -
많은 이의 도움 덕분에 주성 씨는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지만, 지난해 12월 고양시에서 실종된 후 안타깝게도 사망한 채 발견된 사례처럼 발달장애인의 실종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 해 평균 실종되는 발달장애인은 8200여 명, 그중 200명 이상이 숨진 채 발견됩니다.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비장애인 아동과 치매 환자 실종보다 최대 10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관련 기사: MBC 뉴스데스크 ‘매년 8천 명이 사라진다’>
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무관심이 부른 가슴 아픈 비극들. 어린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 역시 보호자가 잠깐 손만 놓쳐도 실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주변의 시선은 사뭇 다릅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가가지 않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해, 이들이 길을 헤매고 다녀도 이유를 묻거나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주성 씨를 찾은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실종된 발달장애인을 찾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지역주민의 협조와 관심입니다. 장애가 있는 이가 목적지 없이 길을 헤매고 있다면 먼저 다가가 물어보고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해주세요. 여러분의 사소한 관심이 한 사람의 생명을, 한 가족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주성 씨가 보호자나 동행자의 손을 놓고 어디에 있든, 모두가 걱정 없이 안전할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길에 늘 푸르메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글= 오자영 사회복지사(과천시장애인복지관), 지화정 간사(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