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장애인복지관 2편
[산하기관 탐방기] 과천시장애인복지관_2편
2020년, 누군가에겐 유난히 길었고 또 유난히 짧았던 한 해가 지나갑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또 다가오는 2021년에는 어떤 소망과 계획을 품게 될까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제한되며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유례없는 시기를 맞아 오히려 다양하고 과감한 변화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늘 함께하며 장애인에게 보통의 삶을 돌려준다는 꿈을 가진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은 특별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가깝게, 넓게, 새롭게”
2021년에 10주년을 맞이하는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의 새로운 슬로건입니다. 이들은 무엇을 가깝게, 넓게, 새롭게 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요? 지난 시간에 이어 과천에서 들려드릴 두 번째 이야기.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아보는 시간! 곧 공개될 슬로건의 비밀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오늘은 푸르메 인턴이 정의 내린 ‘가깝고 넓고 새로운’ 과천장복을 소개할게요.
(사람을) 가깝게
과천시의 특징 중 하나는 과천에서 일생의 전반을 보내는 인구(이용자)가 많다는 것인데요. 과천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쳐 성장하는 내내 과천시장애인복지관(이하 과천장복)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해요. 과천장복은 각 이용자의 삶의 전 과정을 책임지고 싶은 의지가 대단했어요. 한 사람의 생애 전 과정을 복지관이 돌본다는 목표는 복지관의 팀 구성에서도 드러납니다.
사업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 개개인의 성장·발달 과정에 맞도록 생애주기별 팀 구성을 이룬 것이죠. 아동성장지원팀, 청소년전환지원팀, 성인사회지원팀 등 나이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복지관은 이용자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이용자들은 스무 살이 되면 청년기 성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에는 청년기 성인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직업적응훈련반 뿐이었죠.
이에 과천장복은 직업과 맞닿아있는 훈련 및 교육위주의 직업적응훈련반과 취미와 여가 위주로 진행되는 행복씨앗 아카데미로 복지관 서비스를 확대시켜 성인 이용자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한 사람의 장애인과 복지관이 지속적으로 동행할 현실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에서 함께하는 ‘사람’을 늘 가깝게 두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기회의 폭을) 넓게
그러나 올해 초부터 기승부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복지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장애인들은 생활 전반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요. 그중 과천장복 이용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호소한 문제는 ‘건강관리와 가족돌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희 복지관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긴급돌봄을 상당히 확대해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대로 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비만과 근력 약화, 노화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고령 장애인의 건강관리 문제가 심각했고, 발달장애인분들의 가족돌봄에 대한 복지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했습니다.”
- 혁신기획운영팀 이명희 팀장
복지관 직원들과 이용자, 보호자 모두에게 코로나19는 다양한 고민과 변화를 안겨준 고비였습니다. 각종 프로그램이 개별로 진행되고 돌봄으로 인해 보호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증가하며 각 개인과 가정의 요구를 파악하여 맞춤형 지원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왔죠. 이 과정에서 ‘사람중심계획(PCP)’에 대한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과천장복의 오자영 선생님은 최근 많은 복지관이 실천철학으로 삼는 PCP에서 ‘사람 중심’이란 “장애인 당사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복지관에서 제공되는 사업의 규모와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사람’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전에는 복지관이 꼼꼼하고 섬세하게 준비해 ‘이런 프로그램을 하자’고 제안했다면, 지금은 이용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뒤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당사자가 선택 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복지관의 몫입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AAC 의사소통 기구를 비치하거나 온라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장애인의 가정에 직접 찾아가 이용을 돕기도 해요. 지역 장애인들의 삶의 반경을 넓혀 변화된 세상에서도 얼마든지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돕는 것이 과천장복의 소망입니다.
(과천을) 새롭게
올 한해 코로나19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과천장복은, 또 한 번의 극적인 변곡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약 6만 명인 과천시 인구가 지역 내 재개발로 인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천시 내에서 유일한 장애인복지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과천장복에게 쉬운 변화는 아닐 것 같은데요.
이에 과천장복은 단단한 마음가짐을 내비쳤습니다. 복지관에 새로운 이용자들이 유입됨에 따라 새로운 요구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지만, 복지관을 새롭게 오픈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1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셔틀버스 노선 변경과 같은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새로운 지역주민들에게 복지관을 알리고 사각지대에 놓이는 장애인이 없도록 한다는 목표에서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직원들이 참 다양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지관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삶까지, 어떻게 과천장복 혼자서 다 해낼 수 있었을까요? 이명희 팀장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필수 조건으로 ‘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강조했습니다.
“필수 지식과 자격증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인권에 대한 민감성이죠. 장애인 당사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해야 하는데, 내가 권리에 대해 인식할 수 없으면 어려울 거예요. 스스로를 옹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진실된 마음이 있는 분들을 복지관은 환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오자영 사회복지사와 이명희 팀장뿐만 아니라 과천장복에서 마주친 모든 직원의 입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탐방 도중 만난 이경희 간호사는 “힘든 시기에도 웃으며 즐겁게 일하면 된다”며 행복한 기운을 전했죠.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들의 삶이 더욱 일반적으로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진심을 담아 전하면서도,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가 복지관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복지관을 나서는 저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다음에 또 봐요, 우리!”라며 외치던 직원분의 인사가 참 따뜻했습니다.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을 반갑게 생각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과천장복이라, 푸르메는 오늘도 든든합니다.
*글= 오정윤 인턴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오정윤 인턴, 과천시장애인복지관